꾸벅꾸벅
아침부터 잔뜩 흐려서 늦잠이나 자고, 오후에 비 온다는 소식이 있어 빨래도 못 하고집콕하고 있는데 갑자기 반짝 해가 나오는거 같길래 오늘 처음으로 밖으로 나갔는데, 나를 반기는 건지 해를 반기는 건지 여름이도 제 집에서 슬슬 기어나와 좁은 마당을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햇빛을 쪼이더니 아예 땅바닥에 배를 깔고 따땃한 햇살을 온몸으로 반기는 듯 하더니만 늦가을 반짝 햇살은 따사롭기만 하고, 지저귀는 새소리는 자장가처럼 감미롭기만 해서 눈꺼풀이 절로 느슨해지는데 그래도 명색이 진돗개라 집을 지켜야 하는데 졸음 앞에서는 진돗개고뭐고 장사 없고, 철딱서니 없는 주인이 키득거리며 니 어쩌나 보자 하고 노려보고 있는 것이 영 신경 쓰여서 자세도 바꾸고 정신력으로 버티려고 기를 쓰지만 눈꺼풀은 자꾸 내려와쌌고, 그 와중에 너의 하얀 속눈썹은 어쩜 참 수줍게 예쁘구나, 감탄하는 틈을 타 널 바라보는 내 눈꺼풀도 내려오고...
https://brunch.co.kr/brunchbook/ohmyhou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