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줍줍
매일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면서 부업으로 나무를 해온다. 큰 통나무를 해오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잔 가지를 그냥 주워온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고 여기저기 뒹굴고 있는 나뭇가지가 예뻐서 하나씩 주워오다 보니 그리 되었다.
나무하러 가는 곳은 5분이면 오르는 뒷동산이다. 뒷동산은 인동 장 씨 문중의 선산이다. 시제(時祭)도 지내고(코로나로 시제를 취소한다는 푯말을 세워둔 것을 얼마 전에 보았다) 주기적으로 관리를 하는 걸 보니 꽤나 이름 있는 가문인 거 같다. 그런 가문이 이웃에 살면 이렇게 콩고물이 떨어진다. 벌초하고 주변 정리를 하면서 베어낸 꽤 굵은 나무들도 있고 자연히 부러진 자잘한 나뭇가지들이 뒤섞여 있다.
그렇다고 아무거나 막 주워오는 게 아니다. 개중에 마음에 드는 가지들을 골라온다. 나뭇가지도 예쁜 게 있다. 예뻐서 무턱대고 집었다가 가시에 찔린 적도 많다. 그때마다 다음부턴 장갑 끼고 와야지 하다가 까먹고, 만지기 전에 가시나무인 지부터 확인해야지 다짐하지만 까먹고 또 찔린다. 어제는 꽤나 긴 빨간 가시에 찔려서 피도 제법 났고, 아직도 욱신거린다.
가볍게 들고 올 때도 있고 팔에 얹어서 올 때도 있고 괜히 욕심을 부려 어깨에 들쳐 매고 올 때도 있다. 집에 와서 나뭇가지를 툭 하고 던져놓고는 꽃꽂이하듯 하나씩 빼서 가지꽂이를 한다. 먼저 적당히 굵고 곧은 가지를 울타리에 세로로 꽂고 잔 가지가 많은 가지들은 가로로 얹어놓는다. 본의 아니게 씨줄과 날줄로 직조한 것처럼 되고 있다.
울타리의 수명은 기껏해야 일주일, 보름 짜리다. 주말마다 남편이 내가 해온 나무로 불을 피우고 불멍 때리기 때문이다. 불 피울게, 하고 나가는 뒷모습이 아주 좋아 죽는다. 곶감 빼먹듯 기껏 공들여 쌓은 울타리를 해체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이럴 건데 뭘 그렇게 공들여 쌓았나’ 싶은 생각도 드는데, 저마다 품은 냄새를 뿜어내면서 타닥타닥 경쾌하게 타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아쉽고 허탈한 마음도 연기처럼 금세 사라진다. 그렇지, 이러자고 나무 해온 거지.
이 겨울 나의 부업은 너무나 치명적이어서 멈출 수가 없을 것 같다. 여기에 산이 있고, 산에 나무가 있고, 나는 줍는 걸 좋아하고, 남편은 태우는 걸 좋아하고, 또 나는 생색내는 걸 좋아하니까. 또 줍줍하러 갈 거다. 맨손으로 가서 바보같이 또 가시에 찔리면서도 굳이 공든 탑을 쌓고, 또 무너뜨리고 마침내 홀랑 태워버리면서도 히히덕거리며 줍줍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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