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즈 워크

by 무엇이든 씁니다

어제 집에서 정체불명의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1차 용의 선상에 오르는 건 욕실이다. 새집인데도 뭐가 잘못된 탓인지 가끔 2층 욕실 배수구에서 하수구 냄새가 올라오기 때문이다.


샤워를 마친 후 창문을 활짝 열고 욕실 청소를 했다. 평소 잘 사용하지도 않는 세정제도 듬뿍듬뿍 뿌려서. 그리고 외출 후 돌아왔는데도 아까 그 냄새가 그대로였다. 악취라고 할 만큼 대놓고 심하지는 않아도 어느 결에 스멀스멀 묻어오는 그 냄새는 후각에 예민한 나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나만 그런가? 냄새도 그렇고 소리도 그렇고 차라리 대놓고 안 좋은 게 낫다. 그런 듯 안 그런 듯 은근히 나면 사람 미친다. 냄새는 계속 나는데 원인을 못 찾으면 더 미친다.


퇴근한 남편에게 냄새 안 나냐고 물었다. 남편은 전혀 안 난다고 했다. 남편도 딸도 괜찮은데 내 코에만 나는 아주 은밀한 냄새였다. 집 전체에서 나거나 어느 특정 구역에서 나는 게 아니라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어느 결에 나는 냄새였다. 개도 아니면서 노즈 워크 하느라 괜히 피곤해져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잠이 살짝 들었는데, 남편이 나를 흔들어 깨웠다.


“자기야, 그 냄새 퇴비 냄새였어. 뒷집 할머니 밭에 퇴비 뿌리셨네.”



아, 그랬구나. 집 밖에서 나는 냄새를 집 안에서 찾으려고 했으니 찾아질 리가 있나! 봄에는 꽃향기만 오는 게 아니라 똥냄새도 같이 온다는 걸 깜빡했다. 도농복합지역에 산지 10년도 넘었는데 그걸 깜빡하다니, 쯧쯧! 하긴 이렇게 바로 밭에 딱 붙어서 산 건 처음이니까. 그나저나 이게 잠을 깨울 일이냐! 싶었지만 그래도 예민하다고 구박하지 않고 나를 못 살게 구는 냄새를 찾아 헤맨 남편의 노력이 가상하고 고맙다. 쓸데없이 고퀄이라 고생한 my poor nose! 집안이 아니면 집 밖을 내다볼 생각을 못한 근시안적 사고와 시각적 게으름이 아쉬울 따름이지만 문제의 원인을 알면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할머니 밭을 내다보니 까만 퇴비 위에 하얀 서리가 내렸다. 이렇게 할머니의 농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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