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아침부터 남편이 소란스럽다. 비가 오면 웬만해선 나가지 않는 나, 그런 나를 닮아가는 딸에게 자꾸 나가자고 조른다. 나는 소파 깊숙이 파고 들어 커피나 홀짝거리고 있고, 딸은 이불속 깊이 파고 든다. 두 모녀가 짠 듯이 호응이 없자, 결국 혼자 나간다.
카톡! 나간지 10분이나 됐을까. 진달래 사진을 보내왔다. 이래도 안 나올텐가? 진달래에 마음이 흔들린다. 그새 쪼르르 집으로 와서 진달래 본 눈을 자랑한다. 또 자기가 심은 두릅나무에 새순이 나오고 있다며 콧노래를 부르며 둠치둠칫 춤을 추더니 다시 산에 갈 거란다. 안 따라나오면 후회할 거라면서. 에효, 못 말려! 못 이긴 척 일어나 우산을 쓰고 따라나선다. 그리고 나가자마자 꽃길이 펼쳐진다.
바로 옆집의 하얀 목련! 목련을 볼 때마다 고3때가 떠오른다. 3층이었던 교실 창문을 내다보면 목련나무가 아래 있었다. 때는 4월, 목련이 활짝 피었던 어느 날, 하얀 눈이 내린 적이 있다. (지금은 아니지만 그때 내 고향에선 4월 초까지 눈이 왔다) 그때 그 판타지 같은 풍경은 아직도 꿈인지 생신지 헛갈릴 정도로 몽환적이고 환상적이었다.
그 옆집 담벼락에 핀 매화! 어제 산책 나갔다가 저 집 아저씨가 화단에서 일을 하고 계시기에, 매화 꽃 예쁘네요, 인사를 했더니 저 매화나무 두 그루에서 얼마나 많은 매실이 나오는지, 매년 항아리마다 가득 매실청을 담그는데, 몇년씩 숙성시킨 매실청은 꿀처럼 진하다며 어찌나 자랑을 하시던지...ㅎㅎ
내 우산에 맞아 떨어진 어여쁜 매화꽃, 어렵사리 꽃 피웠을텐데 쏴리쏴리~
내가 좋아하는 산수유 나무, 그 아래 숨은 남편(숨바꼭질 그런 거 아님ㅋ). 산수유 나무를 보면 왠지 귀가 간지러운데, <삼국유사〉에 보면 도림사(道林寺) 대나무 숲에서 바람이 불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와 같다"라는 소리가 들려 왕이 대나무를 베어버리고 심었다는 나무가 바로, 산수유나무! 이래 뵈도 삼국유사에 등장한 유서 깊은 나무되시겠다.
더 깊은 산속 진달래. 진달래로 왜 화전을 부쳤는지 알 것 같다. 다른 꽃과 달리 진달래는 얇고 부드러워서 입에 넣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진달래는 눈으로 볼 땐 청순가련형으로 하늘하늘 너무 예쁜데 사진빨 좀 안 받는다.
저기 앞에 가는 양반,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시는 건 아니겠쬬?;;
희한하게 땅을 보고 피는 개나리, 볼 때마다 신기한데 왜 그런지 찾아봐야지 하면서 몇 년째 안 찾아봄ㅋㅋ;;
분홍 중의 분홍 홍매화, 이 구역 화려함을 담당하고 있음ㅎ
그리고 빗소리, 삼겹살 굽는 소리로 들리는 건 배가 고파서일거야, 비오는 날 술 한잔 생각나서 일거야!
그나저나, 남푠, 이제 우리 꽃길만 걷는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