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화전놀이
봄이 오면 꽃이 피고, 또 꽃이 진다. 하지만 비를 맞으면 꽃이 지는 게 아니라 꽃이 떨어진다. 어차피 질 꽃이었지만, 비를 맞고 꽃이 떨어지면 어쩐지 더 아쉽다.
토요일 내내 비가 내렸다.
꽃 다 떨어지겠네...
비 오는 날 집에 들어앉아서는 속으로 중얼거리다가 일요일 아침 비가 개이자 뒷산에 올라갔다. 역시나 꽃들이 많이 떨어졌다. 특히 진달래꽃은 후드득.
김소월의 시는 진달래꽃에 대한 상념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친다. 떨어진 진달래꽃을 보면서 최근 내 마음에서 일어났던 불안함, 아픔, 슬픔, 체념, 끝내 이별의 마음을 본다. 물론 내 마음은 가정법도 반어법이 아니라는 점만 다를 뿐...
진달래꽃을, 아니 지금 이 시간을 이대로 보내기에는 아쉬워서 아름 따다 진달래 전을 부쳤다. 오랜만에 찹쌀 반죽을 치대고, 하룻밤 재웠다가, 뚝뚝 떼어내어 동글동글 빚고 살짝 눌어 부친 뒤 진달래 꽃을 조심스레 올렸다. 꽃잎이 아주 미세하게 파르르 떨리며 반죽에 착 내려앉았다. 꽃잎을 따라 내 마음도 가라앉는 느낌이다.
차마 먹기가 아까운 건 이런 거지. 눈으로 먹는다는 건 바로 이런 거지. 요즘 어지럽고 허기졌던 마음에 포만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