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전 반죽 만들기
딸 간식으로 화전을 부쳐준다. 나도 안다. 화전에 살포시 올려진 꽃에는 1도 관심 없고 화전 위에 솔솔 뿌려진 설탕 가루 때문에 좋아하는 거. 그래서 그냥 찹쌀 반죽만 허옇게 부쳐줘도 설탕 가루만 뿌려주면 잘 먹을 거다. 하지만 어디 가서 이런 거 먹어 보겠나, 나중에 진달래꽃 보면 울 엄마가 화전 부쳐줬는데 하고 추억거리도 생기고, 사랑하는 사람 생겨서 뭔가 특별한 거 해주고 싶을 때 흉내라도 내보던지, 하면서 화전을 부쳐준다.
화전을 부치려면 찹쌀 반죽을 잘해야 한다. 하지만 화전은 이맘때 한두 번 해 먹는 거다 보니 반죽의 정도를 매번 까먹는다. 고등학교 실과 시간에 배운 익반죽(뜨거운 물로 반죽)은 잘 알고 있지만, 반죽의 정도는 가물가물하다.
살아있는 레시피 엄마에게 물었더니 팥죽 새알심 만들 때보다 조금 질다 싶을 정도로 하라고 한다. 왜 엄마들 레시피는 다들 이 모양인가? 조금, 약간, 대충... 엄마의 이런 부사들이 내겐 너무 어렵다. 이럴 땐 직접 해보면서 시행착오를 거칠 수밖에 없다. 역시, 한 번은 너무 되게 되고, 한 번은 너무 질게 되고, 갈 길이 멀다. 에이, 이게 뭐라고! 이제 그만 하자, 싶었을 때 최적의 상태를 찾았다.
근데 이 느낌 뭔가 익숙하다. 반죽을 톡톡 쳤을 때 문득 아기 살이 떠올랐다. 아기 목욕시키고 로션 바르고 엉덩이를 톡톡 쳤을 때 바로 그 느낌! 젖살이 한창 통통하게 올랐을 때, 탱탱하면서도 연약한 바로 그 느낌이었다. 친정 엄마보다는 더 진화된 레시피를 딸에게 전수할 수 있을 거 같아 흥분했다. 딸을 불러 반죽을 만져보라고 했다.
__무슨 느낌 들지 않아?
딸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딱히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한 것 같다.
__아기 궁둥이 같지 않아?
딸의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발끈한다.
__엄마, 난 아기 궁둥이 만져본 적 없잖아!
아, 그렇구나. 딸은 외동이다. 딸이 아기 궁둥이를 만져볼 기회는 딸이 아기를 낳아 키우기 전까지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앞으로 아기를 낳게 될지 어떨지 알 수 없는 외동딸에게 반죽 레시피를 어떻게 전수할지, 그게 나의 요즘 고민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