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해도 되냐고 묻길래 해보라고 했다

부정적인 감정은 어떻게 해소하는가

by 무엇이든 씁니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이 씩씩거린다. 지금 너무 화가 나 있다고 했다.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했다. 지금부터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할 건데 자기 말이 끝나기까지 아무 말(그니깐 훈계 따위렸다)도 하지 말고 들어달라고 했다.


들어 보니 화가 날 만하다. 특히나 화를 잘 못 내는 자기 대신 바른 소리 한 친구가 욕을 먹었으니 그 친구한텐 미안하고, 친구를 공개적으로 모욕을 준 ㅇㅇ에게 더 화가 났을 것이다. 평상시 ㅇㅇ이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들기도 했었고, ㅇㅇ이가 딸의 친한 친구를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 겁박했다는 말에 ㅇㅇ이에 대한 감정이 안 좋아있던 데다 이번 일까지 터지면서 ㅇㅇ이에 대한 화가 최고치에 다다른 듯했다.


걔 짜증 나, 걔 이상해, 걘 친구도 아니야, 다시는 상대 안 할 거야, (이런 말 하면 안 되지만) 전학 가버렸으면 좋겠어, 딸이 할 수 있는 온갖 험한 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런 소리 하는 거 아냐...라고 훈계하고 싶었지만 지금 그런 소리가 소용없다는 것도 알고,처음부터 아무 소리 하지 말라고 경고를 받았던 터라 찍소리 못 하고 가만 듣고만 있었다. 이제 다 쏟아낸 듯했다. 이제 끝났어? 물었더니 입에 뭘 물고 있는 것처럼 오물오물거리다가 동공이 잠시 흔들리더니 나에게 묻는다.


"엄마, 나 욕 해도 돼?"

"음... 욕을 하면 화가 좀 풀릴 거 같아?"

"잘 모르겠지만, 욕하고 싶어."

"그럼, 함 해봐."

"(목구멍까지 차올랐었는지 바로 내뱉는다) 개 XX"

"(생각보다 찰진 욕에 쬐끔 놀랐으나 의연한 척하며) 어때? 욕 하니까 화가 좀 풀리는 거 같아?”

"글쎄, 잘 모르겠어. 그렇지만 속은 좀 후련해."

"그래? 그나마 다행이네. 이제 좀 쉬고 있어."


욕을 해도 되냐고 물었을 때 잠깐 망설였다. 아무리 그래도 부모가 돼서 자식에게 욕을 허용하는 게 맞나? 근데 안 된다고 하면 안 할까? 속으로는 이미 수천번 했거나 뒤에서 몰래 하겠지. 정답은 몰라도 무조건 금지와 억압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건 안다. 그렇다고 욕 말고 화를 표현할 다른 말을 찾아보자고 하면 참으로 재수없겠지. 어차피 할 거라면 내 앞에서 하게 하자. 어떤 욕을 알고 있는 지도 궁금했다. 욕이라는 게 분노의 최고치를 표현하기 위함인데, 욕을 하면 화가 풀리는지 스스로 확인해보게 하고 싶었다.


마음 한 켠에서는 그런 마음도 있었다. 평생 욕도 못하고, 나쁜 소리도 못하고(대놓고 못할 뿐, 속으로는 다 함), 속으로 끙끙 앓고 혼자 삭히는 나처럼 살지 말고, 화가 나면 화도 내고, 욕도 해보고, 싸움도 하고, 화해도 하면서 부정적인 감정을 조절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워갔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렇게 외마디 욕을 시원하게 날린 후 퇴근해서 온 아빠한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다시금 콸콸콸 쏟아내더니 금세 기분이 좋아져서는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더라만 지금도 욕을 하라고 한 게 잘한 짓인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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