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철학 교육의 필요성에 대하여
학교에 다녀온 딸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토해놓는다. 어느 날은 재미있었던 일부터, 어느 날은 안 좋았던 일(주로는 자잘한 사건 사고나 선생님한테 혼난 일), 그리고 되새김질하듯이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하나씩 토해놓았다가 다시 꼭꼭 씹는다.
국어 시간에는 황순원의 소나기 뒷이야기를 썼고, 수학에서는 각기둥, 각뿔과 같은 도형에 대해서 배우고 있고, 과학에서는 달에 대해서 배우고 있고, 영어에서는 인칭대명사의 주격, 소유격, 목적격에 대해서 배우고 있고, 사회시간에는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에 대해서 배우고 있다고 했다. 혁신학교라 그런 건지, 다른 초등학교들도 그런 건지 잘 모르겠지만, 체육시간에는 아이들이 직접 디자인한 게임도 하고, 텃밭 농사, 도예, 우리 음악 등 완전히 획일화된 교과 공부만은 아니고 내가 보기엔 유연하고 흥미로운 수업들이 많아 보인다.
"근데 말이야. 정작 중요한 게 빠져 있는 거 같아. 사람들은 우리가 사는 지구와 우주가 궁금해서 연구하고 탐사하고 그걸 우리가 배운단 말이야. 하지만 우주만큼 중요한 게 사람의 마음인데 왜 이런 연구는 안 하는 거야?"
"사람에 대한 연구도 우주만큼 많이 하고 있어. 고대부터 지금까지~”
"그래? 그럼 왜 우리는 우주에 대해서만 배워? 사람의 마음과 행동에 대해서는 왜 안 배우는 거야? 내가 보기엔 사람은 어떤 존재인지, 사람의 마음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떻게 하면 친구들이 좋아하고, 어떻게 하면 친구들이 싫어하는지 그런 건 왜 안 배워? 난 그게 젤 중요하고 필요한 거 같은데..."
철학이 세상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와 그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로 정리된다면, 전자에 대해서는 그럭저럭 배우고 있지만, 후자에 대한 부분이 부족한 것이다. 하긴 6학년인 딸아이의 머릿속 생각을 그림으로 그리면, 80% 이상이 사람(가족, 친구와 교사)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득 차 있다.
기본적으로 인간관계에 대해 관심이 많고, 사람의 마음과 행동에 대해 알고 싶은 욕구와 고민이 한가득하다. 매일 매 순간 그런 물음들을 마주하지만 그 물음들에 대해 생각하고 답할 수 있는 수단이 아쉬운 것이다.
그런 게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다. 교사들이 일상생활 지도(교사 용어) 저변에 깔려 있고, 도덕이라는 과목을 통해서 개념과 가치에 대해서 배울 테다. 소위 인성 교육이라는 걸 하고, 학교라 그런 것인지 모르지만 회복적 생활 교육 같은 것도 한다. 하지만 일회성이거나 단편적이고 부수적이다. 국영수처럼 정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지도라는 말이 보여주듯 ~해야 한다, ~하면 안 된다는 당위성을 강조하고, 성경 말씀과 같은 도덕 교육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딸의 말을 들어보면 그런 게 아니라 사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접근, 사고 등을 말하는 듯하고.
도대체 철학은 언제 배워야 할까? 철학과까지 가지는 않더라도 대학 가면 교양 과목으로 마음껏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은 받는 사람이 가장 절실히 필요할 때 해야 효과적이다. 모든 질문들이 쏟아지고 소용돌이치는 질풍노도의 사춘기야말로 그때가 아닐까? 철학이야 말로 조기교육이 필요한데 사람 문제로 엎어지고 자빠지고 너덜너덜해진 다음에야 찾게 된다. 어른이 되어서도, 나이를 먹어서도 나 자신이 누군지 모르겠고, 다른 사람에 대해선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사람에 대해 이토록 잘 모르겠고, 여전히 어려운 건 결국 초등학교 때 철학을 안 배워서가 아닐까?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