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놀고 보자

재미로 수미쌍관하는 삶

by 무엇이든 씁니다

"재미있게 놀다 와~"


딸이 학교 갈 때 하는 인사다. 그리고 학교에서 돌아오면 "오늘 재미있었니?"라고 묻고, 학교에서 재미있었던 이야기, 재미없었던 이야기, 그저 그랬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렇게 (일단 말은) 재미로 수미쌍관 한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서? 노노, 내가 철은 좀 없어도 그런 헛된 꿈을 꿀 정도는 아니다. 소위 공부나 입시 따위는 멋지게 초월하고 멋있고 쿨해 보이려고? 그러고는 싶지만 끈기와 지구력 부족으로 애당초 밑천이 바닥난지 오래다. 그러니까 어떤 대단한 철학이나 생각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배운 게 그거라서 그렇다.


엄마는 맨날 나가 놀라고 했다. 엄마는 내가 나가서 재미있게 놀다가 들어오는 모습이 제일 좋다고 했다. 엄마의 주문(아니, 세뇌 수준)대로 정말 실컷 원 없이 놀았다. 그거 말고는 평생 어떻게 하라, 어떻게 살라는 주문도 없었기도 했고, 실컷 놀라는 엄마의 주문만큼은 내가 할 수 있는 거였기도 해서 정말 열심히 충실하게 놀았다. 지금도 뭔가 재미나게 놀 때마다 엄마가 생각나고 엄마한테 전화해서 세세하게 보고(!)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뭔가 대단한 효도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착각에 빠져서 혼자 히죽거리곤 했다. 지금까지도 나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엄마의 기대에 호응하면서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엄마가 그랬던 건 엄마 자신이 놀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다. 엄마는 소녀&처녀 엄마였다. 외할머니가 5남매를 남겨두고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장녀인 엄마가 와삼촌, 이모들의 엄마가 되었다. 엄마는 동생들 뒷바라지하고, 농사일하느라 학교도 못 가고, 친구들과 놀지도 못하고, 연애도 못했다고 했다. (그래도 그 열악한 와중에 동네 남자친구와 담 너머로 썸은 탔더라~^^) 그런 까닭에 친구들과 노는 게 엄마에게 세상 부러운 게 되었고, 자식을 낳았을 때 거의 종교에 가까운 육아 철학이 되었다.


딸 저렇게 키워서 어째...라고 동네 사람들이나 집안 어른들은 팽팽히 노는 날 두고 한 마디씩 했다. 당시 시골에서는 첫딸은 살림 밑천이었고, 당연히 집안 일도 돕고 빨리 자리 잡고 돈 벌어서 (남) 동생들 뒷바라지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평상시 세상 순둥순둥 한 엄마도 그런 말들에는 강하게 고집 있게 맞섰다. 그 앞에서 대거리를 한 건 아니고 어른들이 한 마디씩 해도 일체 말대꾸도 하지 않고 마이웨이 했다. 그 흔한 설거지(나도 내 딸에게 시키는)도 한번 안 시켰고, 동생들 뒷바라지니 그런 건 생각도 하지 말고 너는 너만 생각하라고 했다. 그리고 난 정말 나만 생각하며 원 없이 내 마음대로 재미나게 살았다.


엄마는 그렇게 못 살았기에 딸에게 그렇게 살라하고, 나는 배운 게 그거라서 딸에게 그렇게 살라한다. 또 살아보니 노는 게 남는 것 같고, 또 놀았던 사람이 잘 논다. 그러니 놀 수 있을 때 놀아라! 옛다! 그게 나의 어린이날 선물이라면 선물이다. 그리고 아주 살짝 뭔가 조금씩 딸에게 기대하는 것이 생겨날 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다짐하게 되는 나의 간절한 기도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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