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 허영심

#7. 황금 거울

by 무엇이든 씁니다

갑자기 허영심 같은 게 치솟을 때가 있다. 무려 금 테두리로 둘러진, 사각도 아니고 네 귀퉁이가 한 번씩 더 꺾여 팔각의 커다란 전신 거울이 무심하게 벽에 기대어 있는 사진을 보고 저건 질러야겠다고 생각했다. 베르사유 궁전 거울의 방에서 본 듯한,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화려하고 고풍스러운 거울은 아니었다. 심심하기 짝이 없는 집에 그런 사치스러운 거울 하나쯤은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렇게 큰 전신 거울이라면 무거울 거 같아서 남편과 같이 가려고 했는데, 파시는 분이 혼자 충분히 들 수 있다고 해서 남편 혼자 갔다. 남편을 보내고 나는 집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주차장에 도착한 거 같아서 미리 현관문을 열고 서 있는데 남편이 거울을 가뿐히 들고 발걸음도 가볍게 걸어온다. 거울을 만져 보고서야 이유를 알았다. 내가 꽂혔던 금 테두리가 나무도 아니요, 금색도장도 아닌, 세상 가벼운 금빛 플라스틱이었다. 에이, 어쩐지 싸더라니! 스펙도 제대로 확인 안 하고 싼 맛에 질렀던 건 나이기에 누구한테 화를 낼 수도 없고~ㅎ


동화작가 학교에 다닐 때 재화라는 수업을 받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옛이야기들을 다시 써보는 작업이다. 나는 백설공주를 썼다. 그리고 엔딩에서 거울을 깼다. 처음부터 계획한 것도 아니고,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깬 것도 아니고, 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거울을 깰 수밖에 없었다. 거울은 왕비의 불안함을 비추고, 비교를 통해서 시기와 질투를 유발하고, 몰랐으면 좋을 백설공주의 일거수일투족을 고자질하는데, 그런 고약한 짓을 하는 거울이 나쁘다고 생각했다. 지금 거울 앞에 앉아 생각해 보니 거울이 또 뭘 얼마나 잘못했나 싶다. 잘못이라면 너무 솔직했던 게 아닐까?ㅎㅎ


난 거울에게 고단하고 부당한 노동 같은 건 시키지 않을 계획이다. 뭐 싸구려 중고거울이 왕비의 거울처럼 신통력이 있을 리도 없고. 내 욕망을 투사하지도 않고 서로에 대한 과도한 기대도 없기에 깨질 염려도 없어서 난 싸구려 중고 거울이 좋다. 그냥 그 벽에 편히 기대어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