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거미가 지는 틈새
하루 중 내가 특히 좋아하는 시간, 찰나의 순간이 있다. 바로 땅거미가 질 때, 해가 져서 어둑어둑해졌지만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고 어스름이 깔리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스잔, 땅거미가 지는데, 너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니... 80-90년대 노래에는 땅거미가 노래 가사에 곧잘 등장했는데 그것도 내가 좋아하게 된 이유에 1쯤 보탰을 지도-ㅎ)
근데 그게 찰나의 순간이라 일부러 챙겨보기는 어렵고 일상의 어느 순간 문득 마주하게 된다. 다행히 우리 집 식탁이 서향인지라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그 순간을 포착할 수 있다. 오늘은 개밥 주러 나가다가 그 좋아하는 순간에 붙잡혔다. 물질적인 것들은 어둠 속에 묻히고 비물질적인 것들이 조용히 일어나는 느낌이다.
느리게 번져가는 속도에 느껴지는 현기증
천천히 내려앉은 어둠의 무게
밝고 어두움의 대비
경계와 무경계
후각에 와닿는 차가움
시각에 맺히는 침묵
두렵고 고요하고
평화롭고 고독하고
짧지만 영원한 그 시간과 공간
이 틈새에 빠지면 시공간이 뒤틀리고 중력에서 조금 자유로워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오묘한 시간 같으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