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두가 익어가는 시간
동네를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니다가 이것을 발견. 보고 있다. 여기서 본다는 것은 적극적인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말간 선홍색, 그 투명한 반짝임, 그 매끄럽고 동그란 것들이 오히려 나를 침범하고, 나를 파고든다.
손이 간다. 이것을 향해 가는 걸 도저히 저항할 수 없다. 손이 그것에 닿았다. 그렇게 막 익어가고 있는 앵두 몇 알을 딴다.
앵두 서리. 다행히 빈집이라 수취인 불명인 앵두. 그 앵두 몇 알을 따서 주머니에 넣고 뒷걸음질 쳤다.
(이럴 때 쓰려고 사둔) 베리 접시에 앵두를 담았다. 또 본다. 이번엔 내 의식으로 적극적으로 본다. 앵두는 먹는 것보다 보는 게 더 효용이 있기에 일단 이렇게 바라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