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절로 새나라의 어린이
언제부턴가 '미라클 모닝'이라는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한때 유행했던 '아침형 인간'의 유사품인 듯하다. '아침형 인간'이 자기 계발, 스펙 쌓기에 초점을 맞췄다면, '미라클 모닝'은 자기 돌봄, 자기 관리, 힐링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다. 완전히 새로운 흐름이라기보다 어떤 경향성에 새로운 단어를 입혀 놓으니 유행이 강해진다.
미라클 모닝의 유사품, 아침형 인간이 유행할 때도 나는 꿋꿋하게 올빼미로 살았다. 천하의 (아침) 잠꾸러기인 나에게 아침 일찍 일어나는 일은 늘 어려운 도전이었다. 그래도 어쩌나, 먹고살아야 하니 힘들어도 일어난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면서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유연근무제로 전환했는데, 그것은 또 다른 차원이었다. 생활 패턴을 완전히 바꾸어야 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밤 10시면 잤다. 잤다기보다 누웠다. 7시까지 출근하려면 늦어도 새벽 5시 30분에는 일어나 6시에는 지하철을 타야 7시까지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그나마 새벽에 지하철을 타면 사람이 많지 않아서 앉아서 졸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했다. 그래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일에 적응하기까지 2년 정도 걸렸다.
이제 새나라의 어린이로 살지 않아도 된다. 그 좋아하던 아침잠도 실컷 자고, 저녁에 늦게 자도 된다. 근데 웬걸, 아침에 5시면 눈이 뜨이고, 밤 10시도 안 돼 눈이 감긴다. 그동안 습관이 들기도 했고, 그 사이도 나이도 들었다. 무엇보다 새로 지어 이사 온 집이 동남향이라 더 잘래야 잘 수가 없다. 암막 커튼을 쳐서 해를 막는 방법도 있겠지만, 뭐 그렇게까지 아침에 늘어져 자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이제 아침 일찍 일어나서 아침 정기를 온몸으로 받으면서 비타민D를 합성한다. 그렇게 햇살이 쏟아지는 침대에 누워서 뒹굴뒹굴도 하고, 누워서 휴대폰으로 뉴스도 보고, 자연 빛에 책도 읽고, 덥기 전에 아침 일찍 산책 가는 것도 좋더란 말이지. 이렇게 햇빛 쏟아지는 아침이 백수에겐 최고의 복지 프로그램이자, 미라클 모닝 되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