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짓는다

건축가와 상견례

by 무엇이든 씁니다

집은 사람이 짓는다. 뭐는 안 그러겠냐마는 집도 역시 사람이 중요하다. 과연 누가 우리 집을 지어줄까? 같이 집을 짓게 된 2호 집의 남자 B가 건축시공일을 하고 있어서 같이 집을 짓기로 했을 땐 당연히 B에게 설계시공을 맡긴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었다. 잘 아는 사람이고, 같이 살 사람이기 때문에 합리적인 가격에 잘 지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아는 사람이 집을 지을 거라고 하니 부모님은 한 걱정을 하셨다. 가까운 사람이 집을 짓다가 관계가 틀어진 것을 많이 보았다며, 가까운 사이가 더 조심스럽고 어려운 법이라고 하셨다. 웬만해서 잘 나서지 않는 동생도 걱정을 했다. 나도 걱정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한 동네에서 아이들 함께 키우며 8년이라는 세월을 함께 해왔기에 그 시간 속에 켜켜이 쌓인 믿음을 무시할 수 없었다. 우리 중에는 막내 격이었지만, 집 짓는 일에 관해서는 유능한 전문가였기에 우리는 무조건 의지하고 따르기로 했다.


설계를 담당할 건축가와 설계사무소 추천도 B가 했다. 2호 집 부부는 생태건축회사에서 각각 건축시공, 조경설계 일을 하다가 만나서 결혼까지 했는데, 그때 함께 일했던 분이라고 했다. 지금은 안성에서 생태마을을 조성하고, 그 마을에서 살고 계신다고 하여 직접 조성한 마을도 구경하고 직접 지은 집도 구경한 다음 결정하기 위해서 안성으로 내려갔다.


우리가 도착하는 시간이 점심 무렵이어서 밥부터 먹기로 했다. 소장님이 채식주의자여서 그쪽 동네에서 잘한다는 청국장 집에 만났다. 우리가 먼저 도착해있었고, 건축가 분들이 바로 뒤이어 들어오셨다. 세 분 중 한 분이 유독 눈에 띄었다. 중년의 나이에 초록색 바지 차림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깡 마른 몸에 서글서글한 인상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첫눈에 반한 건가? 초록 바지를 보자마자 저분이 우리 집을 설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일에는 세상 똑똑한 척 다 하면서 정작 크고 중요한 선택을 할 때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과정과는 전혀 상관없이 엉뚱하게 결정하기도 한다. 일이 되려면 이렇게 되기도 한다.


안성에서(2019.6.6)


청국장 집에서 상견례를 마치고, 소장님이 설계하고 직접 사신다는 마을로 향했다. 안성 시가지를 벗어난 한적한 곳이었는데, 마을 안으로는 차가 들어가지 못한다. 애초에 입구에 차를 세워두고 걸어서 들어가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마을 끝까지 걸어가니 소장님이 직접 지은 소장님 집이 있었다. 아담한 단층 벽돌집이었다. 건축가의 집은 오히려 단순하다고 하던데 정말 그랬다. 방, 거실, 주방이 일렬로 배치된 세 칸짜리 집이었다. 한눈에 다 보이는 이 아담한 집에도 재미있는 매력을 알뜰하게 숨겨놓았다. 벽을 타고 기어서 올라가는 박공지붕 아래 다락방이 있었고, 손님이 오면 아궁이에 불을 땐다는 구들방도 있었다. 불을 얼마나 땠는지 종이로 바른 바닥이 검게 그을려 있었다. 집 밖에는 우리 딸과 같은 11살 딸아이를 위한 오두막이 있었고, 소박한 정원이 예뻤다. 애써 꾸민 정원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무가 자라고 그 사이로 다니다 보니 오솔길이 난 듯한 내추럴함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우리가 다녀간 뒤 EBS '집'이라는 프로그램에 소장님 댁이 소개되었는데, 딱 있는 돈만큼만 집을 지었다고 한다. 그런 철학도 나와 비슷했다. 그 집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었다.


집은 사는 사람을 보여준다. 손수 지은 집은 더욱 그렇다. 인테리어만으로도 취향이 드러내지만 하드웨어는 사람의 성격과 철학을 잘 드러낸다. 남편이 절친의 집을 짓는 것을 구경하면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집을 짓는 과정을 보니 그냥 집을 짓는 게 아니더라고. 어떻게 살 것인지 질문하고 답을 써 내려가는 철학적이고 인문학적 과정이라고. 비유하자면 살집을 고르거나 아파트를 살 때는 객관식이다. 주어진 답 중에 고른다. 개개인의 개성보다는 가성비와 효율을 주로 고려하게 된다. 집을 짓는 것은 철저히 주관식, 논술시험이다. 내 철학을 바탕으로 내 생각을 오롯이 써 내려가야 한다. 이 과정이 즐겁기도 하고,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매우 지난하고 힘든 과정이다. 그래서 누구와 함께 하는지가 중요하다. 우리 곁에 있어줄 사람, 건축가의 상견례 결과는 합격이다.




Tip/설계 건축가 확정하기까지

1. 건축가/건축사무소 선택

우리는 아는 사람에게 소개받은 케이스지만, 건축 잡지 등에서 마음에 드는 집을 설계한 건축가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홈페이지, 포트폴리오를 살펴본 다음 건축사무소를 직접 방문하여 대화하고, 가능하면 건축가가 설계한 집의 건축주와도 이야기를 나눠보면 도움이 된다.

2. 설계 견적 확인

가격, 조건, 업무범위는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우리의 경우 인허가, 준공 과정까지 모두 포함한 가격으로 했다.

3. 설계 계약서 쓰기

인허가 비용 포함/미포함, 부가세 포함/미포함, 지급조건, 지급방법을 꼼꼼하게 확인한 뒤 계약서를 쓴다.

4. 설계 프로세스 확인

직접 해보니까 프로세스와 미팅 횟수, 모델 제작 단계 등 서로 확인한 다음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우리의 경우 어련히 알아서 해주겠지 하는 마음과 프로세스에 대한 이견으로 약간의 혼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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