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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엇이든 씁니다 Jan 19. 2020

바닥을 보다

기초공사

옹벽 공사가 끝나고 기초를 다지고 있을 때 친정 부모님이 오셨다. 아버지가 착공 도면을 꼼꼼히 봐주셨고 전기, 수도, 가스, 보일러 등 몇 가지 점을 지적해주셨다. 가만 듣던 엄마는 가서 얘기하지 말고, 그냥 두라고 했다. 시공하는 현장 소장이 우리와 잘 사람인데 어련히 알아서 할 텐데 자꾸 이래라저래라 하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다는 거였다. 아버지는 그래도 가서 확인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제 아무리 전문가라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 실수도 있고, 놓치는 것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서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하셨다. 가만 들어보니, 아버지는 들어가 살 건축주 입장에서, 어머니는 일하는 시공사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모두 맞는 말이었다.


고민 끝에 아버지와 함께 현장소장을 만났다. 현장소장이 어른들에게 경우가 바른 사람이라 그런지 아버지의 지적사항을 모두 흔쾌하게 수긍했고, 수용해주었다. 아버지가 현장 소장이 마음에 들었는지 이제 마음을 놓아도 될 것 같다고 하셨다.


포클레인이 들어가 터파기를 하고 있다
버림콘크리트타설을 마친 우리집터. 뒤에 빨간지붕 할머니댁에 보인다. 잘 말라야 할텐데...


터파기에 버림 콘크리트 타설까지 마쳤다. 버림 타설이란 건축용어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기초 매트 작업 전 사전 기초 작업이라고 했다. 버림 타설을 하고 나니 평면에서만 보던 바닥 모양이 땅 위에 드러났다. 터파기 할 때는 커 보이던 땅이 버림 타설 후에는 다시 작아 보였다. 땅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도 아닐 텐데 신기했다. 건물이 올라가면 다시 커 보이고, 내부 마감을 하면 다시 작아 보이고, 가구가 들어가면 다시 커 보인다고 한다. 땅은 그냥 그대로인데, 사람 눈이 또는 사람 마음이 그렇게 착각하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일은 기초가 튼튼해야 집이 튼튼하다. 하필 콘크리트 타설 하던 날 밤 갑자기 추워져서 신경이 쓰였다. 콘크리트 양생(콘크리트가 잘 말라서 일정한 강도를 발현할 때까지 보호하는 작업)을 위해서 현장 작업자들은 밤새 현장을 지키고 있는다고 했다. 추운데 우리 집 기초 때문에 밖에서 밤새 고생할 분들을 생각하니 따뜻한 집에서 자는 것이 죄송스러웠지만, 금세 곯아떨어졌다.


기초공사를 마무리하고 양생작업 중인 3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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