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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엇이든 씁니다 Jan 19. 2020

집도 쉬어갑니다

공사장 민원

일요일엔 공사하지 마세요.


날씨 좋을 때 진도를 나가야 한다고 속도를 내고 있던 때 공사가 중단되었다. 옆집에서 일요일 공사를 불편해하신 거다. 평일에 일을 하러 나가시기 때문에 집을 비우지만, 일요일은 집에 쉬고 계신다고 했다. 그 말을 처음 전해 들었을 땐 야속한 마음이 들었다. 공사를 중단하면 당연히 공사기간도 늘어나고, 비용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사하기 좋은 날씨가 너무 아까웠다. 하지만, 그건 우리 입장이다. 함께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현장소장도, 일하시는 분들도 쉬어갈 수 있다면, 그 또한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이웃 덕분에 숨도 돌리고 쉬어 가게 된 것으로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공사는 민원과의 싸움이라는 말도 있다. 우리 현장소장은 그 점에서 탁월했다. 서글서글 인상이 좋고, 넉살도 좋고, 정이 많다. 현장 일에는 최적화된 사람이었고, 스스로도 천직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이웃들의 민원을 잘 듣고 조정해왔기에 공사도 순조롭게 잘 진행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현장소장에게 공사장 민원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온갖 가정사, 이웃간 얽힌 관계에 대해서 듣다보니 공사 끝나면 모든 비밀을 안고 어디로 사라져야 할 것 같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현장 소장의 고충이 느껴졌다.



공사는 쉬지만, 현장에 나가 이것저것 정리하고 있다고 공사한 것도 볼겸 놀러오라고 했다. 나는 이런 태도에서 현장소장을 신뢰하는데, 웬만한 자신감 없이 공사장에 초대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노가다 판을 좀 아시는 아버지 말씀이 현장만 봐도 일을 잘 하는 지 알 수 있는데, 우리 현장을 보시곤 일 잘 하는 현장 같다고 칭찬하셨다. 공사판 1도 모르는 내가 봐도 그렇게 보였다.  


새로 이사갈 동네 고양이


아이들은 집에는 관심이 없었다. 동네 고양이들을 쫓아다니면서 이미 이 동네를 훤히 꿰고 있는 듯 했다. 아이들은 집보다는 집 밖에 더 관심이 많다. 이웃간 가까운 동네에서 이집 저집 드나들며 경계 없이 자란 아이들이라 남의 집 마당에 불쑥 들어갈까봐 걱정이 되어 신신당부를 했다. 아이들은 어린 애 취급하지 말라고 했다.


이 동네에는 학교가 없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올 여름이면 이 동네가 우리 아이들로 시끌벅적해지겠지. 동네 어른들이 아이들의 뛰어노는 소리를 반겨주셨으면 좋겠다.




>>이번에 알게 된 건축용어

*슬라브(slab) : 콘크리트 구조물에서 수평인 판상으로 바닥, 천장을 말한다. 보통 '슬라브 친다'고 말한다.

*보이드(void) : 비어있는 공간으로, 바닥이나 천장이 없다. 도면상에서 X로 표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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