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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엇이든 씁니다 Jan 22. 2020

집에서 모험해도 될까요?

가장 좋은 위치에 화장실

3호 집의 경우 화장실 때문에 집을 짓는다고 했었다. 네 식구가 화장실 가는 시간이 겹쳐서 화장실이 늘 아쉽다고 했다.


나는 늘 화장실의 위치가 고민이었다. 지금 우리 집 화장실 위치가 마음에 안 들었다. 우리 집에 오는 손님들은 화장실을 찾으며 늘 화장실의 정반대 방향을 향하곤 했다. 화장실이 거실에서 잘 보이는 곳에 있다 보니 난 늘 신경이 쓰였다. 화장실 들어가고 나오는 것이 훤히 보여서 손님들이 불편할까 봐 마음이 쓰였다. 내가 화장실에 예민하니 다른 사람들도 그럴 거라 생각하는

거다. 이런 마음을 정 소장님께 전했다.


여기 어때요?


한참 고심하던 정 소장님은 평면도 어느 곳을 가리켰다. 엥? 상식에 배치되는 자리였다. 현관과 거실로 들어가는 중문 사이였다. 볕이 잘 드는 동남향이지만, 거실 중문 밖에 화장실이 있는 셈이었다. 거실을 기준으로 하면 뒷간, 현관을 기준으로 하면 앞간이었다.


네?!!! 그래도 돼요? 그런 집이 있어요?


마음속에서 저항감이 거셌다. 그런데 나와 달리 간헐적 천재(?)인 남편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했다. 손님들이 편하게 화장실 갈 수 있고, 화장실이 필로티 데크 한쪽을 막아주어 데크가 아늑해진다고 했다. '신의 한 수'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들떠있었다.


치열한 회의의 흔적@안성 코비즈건축협동조합



생각해 보니 우리 집에 오는 손님들이 화장실을 찾아가던 방향을 생각할 때, 직관적으로 맞는 위치일지도 몰랐다. 손님들의 경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거실에서 가능한 멀리, 다소 구석진 곳으로 볼일을 보러 가려는 심리가 있다. 그래도 그게 어떤 결과가 될지 불안했다. 나는 긴가민가 했는데, 너무 확신에 찬 남편이 있어서 믿고 가기로 했다. 과연 우리의 의도대로 손님들이 우리 집 화장실을 마음에 들어할까?


화장실이 1층 방 옆에 배치된 안(좌)과 화장실이 현관 중문 밖으로 나간 수정안(우)


새로운 시도는 두려움을 동반한다. 전례가 없는 일은 더 그렇다. 나처럼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도 전재산을 들여(+빚까지 내서!!!) 모험하기가 쉽지 않다. 처음에 설계를 시작할 때 나는 네모 반듯한 집에 기본적인 설계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내가 아무리 용감해도 혼자서 그런 선택은 못했을 것 같다.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이 있으면 두려움을 상실하는 것 같다. 우리는 두려움을 상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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