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드로잉 입문기

by 요가여니

올 여름부터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고 있다.


처음 아이패드를 구입한 건 그림을 그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다. 그 즈음 나는 내 일상을 어디든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동영상 찍기와 영상 편집에 취미를 붙이고 있었는데, 핸드폰의 작은 화면으로 영상을 자르고 붙이고 자막을 넣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어서 다른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 구독하던 유투브 브이로거가 동영상 편집을 위해 아이패드를 샀다는 영상을 보고, 마침 아이폰으로 핸드폰을 바꾼 나는 '연동이 되면 더 잘 활용하겠지'하는 마음에 덜컥 아이패드를 구입하게 되었다. 그렇게 아이패드를 사고는 큰 화면으로 영상 편집을 열심히 했는데, 아이패드란 물건을 쓰다 보니 이왕 비싸게 주고 산 거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투브에 아이패드 활용법을 검색하니 보통 다이어리 꾸미기와 그림 그리기를 많이 하는 것 같았고, 다이어리 꾸미기는 내 관심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림 그리기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하나에 꽂히면 주변을 살피는 것 없이 그것만 파고드는 나는, 바로 아이패드 유저들이 많이 쓴다는 프로크리에이트 어플을 유료로 구매했다. 그런데 어플을 구매했다고 그림을 바로 그릴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요즘 나오는 새로운 것들이 그렇듯이, 사용법이 간단하지가 않았다. 그림 그리는 프로그램이라고는 그림판만 이용해 본 나는 펜 종류, 색깔, 펜 굵기 정도의 메뉴를 예상했으나, 그렇지가 않았다. 무슨 기능이 왜 이리 많고, 설정해야 할 것은 그렇게 많은지. 게다가 나는 그림 그리는 것에는 아는 바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어디서부터 그리기 시작해야 할지, 어떤 스타일로 그려야 할지 배워야했다.

처음에는 유투브에서 기능을 익히려고 했으나, 처음부터 차근차근 수준을 높여가는 영상은 잘 찾기가 어려웠고,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설명해주는 영상이 많았다. 그래서 결국 돈을 써서 수업을 듣기로 하고, 그때부터 아이패드 디지털 드로잉을 가르쳐 주는 온라인 강의를 뒤지기 시작했다. 타블렛을 활용하는 수업이 대부분인 강의 속에서 나는 수업 커리큘럼을 꼼꼼히 살펴, 프로크리에이트의 기본 중 기본부터 가르쳐 주는 귀여운 스타일의 그림을 그리는 강의를 찾아냈다. 나중에는 그림일기를 그려볼 생각이었던 나에게 알맞는 그림 스타일인 것 같았다.


AEBD8B19-2533-4EA6-833F-7F0C65F32A1A.jpeg 클래스101에서 수강했던 온라인 드로잉 클래스



그렇게 시작한 그림 그리기는 재미있었다. 평소에 나를 '똥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내가, 강의를 따라 그림을 제법 그려내었다. 무엇보다 내가 고른 강의는, 그림 그리기는 커녕 프로크리에이트의 사용법을 기초부터 배워야 하는 나에게 딱 맞는 수업이었다. 선생님은 수강생들을 정말 초보 중의 초보라고 생각하고 설명을 해주었다. 어플을 사용하려면 펜슬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며, 이걸 클릭하면 뭐가 나오고 저걸 클릭하면 뭐가 나오는지를 설명해주셨다. 그리고 입문자들이 잘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 기능은 가볍게 건너뛰고 주로 사용하는 기능들만 뽑아 설명해 주는 것이 좋았다. 예쁜 색깔 팔레트 조합을 만들어 제공해 주어, 수강생들은 정말 그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되었다. 만약 선생님이 '대충 이렇게 그리면 된다'고 설명하고 본인의 페이스대로 보여줬다면, '저걸 어떻게 그리라는 거야'하고 흥미가 떨어졌을텐데, 다행히도 내가 수강했던 선생님은 마치 선생님도 초보인 것처럼 하나씩 천천히, 그리고 최대한 단순하게 가르쳐주었다. 처음에는 동그라미, 세모, 네모를 연습하다가 과일이나 사물을 그리기 시작하고, 사람을 그려보면서 그림을 하나 둘 씩 완성해나갔다. 선생님이 말하는대로만 하면 그럴듯한 귀여운 그림이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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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 흥미를 잃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꾸준히 그림을 그렸다. 프로크리에이트의 기능들도 조금씩 익숙해져 갔다. 아직 손을 빠르게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능숙하게 어플을 다루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그림을 그리면 되는구나' 하는 형식이 잡히다 보니, 배운 것을 응용해서 다른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소재는 자연스레 요가가 떠올렸다. 그림 강의를 한창 듣던 그 즈음, 요가원에서 땀을 뚝뚝 흘리며 수련을 하고 있을 때 문득 생각했다. "지금 내 모습을 그림으로 남기고 싶다". 강의 때 배운 그림 스타일을 응용해서 그날 수련했던 동작을 그렸다. 바로 부장가아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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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몇 가지 그림을 더 그려내었다. 빈 화면에 동작을 그리다가 배경색을 바꾸고, 소품도 추가해 보고, 공간도 구성해 보았다. 강의 때 배웠던 기능들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했다.


P20200831_212604000_ED853FC7-4260-48B9-BC2A-2CE685F4C44C.JPG 유투브를 보고 요가하는 나
P20201008_133912188_B88DD242-3A09-4DC6-ABB6-B2542D0C7C65.JPG 요가원 들어가기 전 나의 시선
P20201008_133912201_C6B7E10B-F966-41B7-ABEF-A37E74C2C537.JPG 그 당시 주로 수련하던 동작
P20201008_133912208_8F815219-65C7-416A-8290-80362187A222.JPG 인스타 피드를 보다가 너무 맘에 들었던 사진을 보고 그린, 서핑보드 위 요가
P20201008_133912223_5E75A048-6752-484B-A253-1C4239DBD313.JPG 야외 요가, 카포타사나


그림 그리기, 그것도 디지털 드로잉과는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았던 내가, 지금은 무엇을 하거나 무엇을 보면 '저걸 그림으로 어떻게 귀엽게 그려볼까'를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나의 일상을 누군가가 공감해주었으면 하는 예전의 내 바람이 나를 영상 편집에 입문하게 만들었고, 그것이 아이패드 구매로, 그림 그리기로의 도전으로, 온라인 클래스 수강으로, 그리고 그림 즐기는 지금으로 이끌었다. 모두들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른다고 할 때 '정말 그럴까' 마음 속으로 의심했었는데, 그림은 쳐다도 보지 않던 내가 지금은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려내고 있으니. 정말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나보다.

지금은 내가 그리는 스타일과는 다른 방식도 접해 보고 싶어, 또 다른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그림 연습을 하는 중이다. 현재는 형태를 구현하는 정도의 단순한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더 열심히 연습해서 사람의 동작, 빛의 방향, 전체적인 분위기까지 그려내는, 그리고 정말로 나중에는 마음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때까지 부디, 흥미를 잃지 않고, 꾸준히 그림을 그리는 내가 되었으면.


아참, 내가 들었던 클래스101의 그림 강의는 정말 추천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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