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화란 무엇일까. 기승전결이 뚜렷한 영화일까. 관객들이 주인공의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영화일까.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일까. 심오한 영화일까.
오늘 오전에 본 영화는 퍼스널 쇼퍼. 이동진 영화 평론가의 평점이 좋아서 시도해보았다. 주연은 존재 자체가 "힙한" 크리스틴 스튜어트.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볼수록 예전에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어떻게 찍었나 싶다. 본인 성격이나 연기 스타일이 전혀 틴에이저 로맨스물 여자주인공 같지가 않아 보이던데. 영화는 킬링타임용이 아닌 엄청난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내용이었지만,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일상 연기와 움직임에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보았다.
나는 별 것 아닌 일상의 움직임들이 나오는 영화가 좋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서 양치질을 하거나, 아침을 준비하려 접시를 꺼내거나, 옷을 입으며 외출 준비를 하고, 차분히 앉아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거나, 그런 것들. 그런 행위들이 카메라에 클로즈업 되어 나타나고, 일상 소음이 그대로 담긴 장면들이 좋다.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이 핸드폰으로 문자를 하며 돌아다니고, 커피를 내려 마시고, 기차표를 끊어 기차를 타고, 스쿠터를 타고,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며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어떻게 보면 전혀 흥미롭거나 긴박하지 않은 장면들이 영화 대부분 등장한다. 그래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런 장면들이 있어 이 영화가 더 내게 좋게 다가왔다.
그러나 쉽지 않은 영화였다. 영화를 끝까지 보고나서도 영화의 의미나 주제를 파악하지 못했다. 가끔 이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들을 만날 때면 감독을 탓하곤 했다. "자기만 머리 좋으면 그만인가. 관객들에게 잘 전달하는 것도 능력이지."
평론가가 좋은 평을 준 영화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 자존심이 상했고, 뭔가 대단한 게 담겨있을 것 같은데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이게 뭐야' 하는 표정으로 앉아있는 내가 멍청해 보였다. 해석 따위는 보지 않고 혼자 생각해봐야지, 했지만 한동안 나는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고, 주제나 의미 따위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나는 영화 해석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이동진 평론가가 이 영화를 리뷰한 2시간짜리 영상을 찾아보기도 했다. 내가 이해한 것과 다르게 영화를 받아들인 사람도 있었다. 감독을 비웃는 이도 있었다. 제대로 영화를 이해하고 싶어 이동진 평론가의 리뷰를 꼼꼼하게 들었고, 해석을 읽으니 각각의 장면들이 무슨 내용인지 조금씩 이해가 갔다. 처음에는 '아니 이걸 이렇게까지 어렵게 표현해야 했다고?'하며 혼자 비웃기도 했는데, 해석을 계속 찾아보다 보니 영화 속에서는 충분히 의미를 알아차릴 수 있는 힌트들이 있었는데 내가 그냥 그걸 이해하지 못한 거였다.
참 어려운 영화였다, 하고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었는데, 몇 시간이 지나도 계속 영화 장면과 주인공의 표정, 그리고 주인공의 심리 상태가 생각이 나 결국 잘 때까지 리뷰만 계속 찾아보다 잤다. 심지어 나중에는 영화를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평론가들이 얘기하는 좋은 영화는 이런 영화일까. 영화를 보고 재밌네, 재미없네 라는 말로 끝이 아닌, 그 장면과 의미들을 계속 생각하게 하고 사람들이 서로 토론하게 하고, 다시 처음부터 보며 곱씹을 수 있는 그런 영화.
이동진 평론가의 리뷰 영상 초반에 등장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훌륭한 예술이라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예술을 접하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고 저는 생각이 듭니다. 더 이상 그 작품이 생각나지 않게 깔끔하게 잊을 수 있는 그런 작품이 아니라는 거죠. 그러니까 훌륭한 예술은 보고나서 어떤 식으로든 자신이 지금 체험한 것에 대해서 곱씹게 만들고, 그런 면에서 우리 마음이 어떻게 보면 불편해지고 복잡해진다는 뜻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