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라서, 청개구리 같은 나

by 요가여니



예전에 내가 청첩장을 만들 때 그런 일이 있었다. 청첩장에 보통 남자 이름을 먼저 쓰고 여자 이름을 아래에 쓰는데, 나는 그게 마음에 안 들었나보다. '나도 내 이름 위에 먼저 쓰고 싶은데?' 그래서 결국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먼저 쓴 청첩장을 두 가지로 제작해서 반반 인쇄했다. 이걸 주위 사람들에게 얘기하면, '그게 뭐라고?' 하며 웃는 사람들도 많았다. 누가 이름 먼저 쓰는 게 뭐라고. 그렇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나는 사소한 것이라도 남자에게는 당연한 것이지만 여자에게는 어려운 것들에 반발심이 먼저 드는 것 같다.


얼마 전, 아이에게 모성을 물려주고 싶은 경우 혼인신고 할 때 '부부끼리 합의를 했습니까?'라는 칸에 체크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러분은 알고 계셨는가. 나도 만약 아이를 낳으면 내 성을 따르게 하고 싶다는 생각은 막연히 있었지만, 부성과 모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었으면 남편과 잘 협의해서 결정했을 것 같다. 그런데 양식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나는 또 오기가 생긴 것이다. '부성을 따를 때는 협의를 안 해도 되는데 왜 모성을 따를 때에만 협의를 했냐고 다시 물어보게 되어 있지? 그렇게 해 놓으면 못할 줄 알았지? 나는 그래도 할 거야.' 이런 이상한 마음이.


청개구리다. 여자에게 무언가를 어렵게 만들어 놓으면 평소에는 별 생각이 없었더라도 '난 무조건 그렇게 해야되겠어' 하는 반발심이 든다.


만약, 남자보다 여자에게 제한되는 것들이 없어지고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더 많아지면 그런 것에는 덜 집착하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여자는 못하게 해?'라는 생각이 사라지니까. 오히려 남자와 여자가 잘 상의해서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질 것이다.


여권 증진을 위해 만들어지는 제도는 한 쪽 성을 다른 성보다 우위에 놓으려는 것이 아니지 않을까. 오히려 평등해 질 때 서로가 더 자유로워 질 수 있지 않을까.



+) 덧붙여, 혼인신고할 때 왜 아이의 성을 미리 결정해야 할까. 아이를 안 낳을 수도 있지 않은가!

부성이나 모성을 선택했어도 나중에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고.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피곤한 나다..... :)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안 보이는 곳을 향해 몸을 던진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