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걱정돼서 그래

by 요가여니

어느 날은 이런 일이 있었다.

심리적으로 힘들어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하루는 나에게 최근 의지할 수 있는 좋은 친구를 만났다고 했다. 그 사람은 마음이 단단하고 중심이 잘 잡혀있는 사람이어서 마음이 불안정한 자신을 잘 잡아준다고 했다. 내가 볼 때는, 무엇보다 외로워하는 친구 곁에 자주 같이 있어줄 수 있다는 점이 친구에게 도움이 된 것 같았다. 친구는 나에게, 그 사람과 친해져서 자신이 얼마나 안정됐는지 자신이 요즘 일상을 얼마나 규칙적이고 알차게 보내고 있는지 신나서 말했다. 친구는 그 지인에 대한 칭찬을 내게 마구 늘어놓았다. 매일 우울감으로 힘들어하던 친구가 좋은 사람을 만났다는 것은 다행이었지만, 나는 친구의 얘기를 들으며 계속 마음 속에 걸렸던 생각을 친구에게 말했다.

"그래도 그 사람한테 마음을 100% 주지는 마. 혹시 모르잖아."

"왜?"

"아니.. 지금 만난지 얼마 안 됐으니까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모르잖아. 너무 신뢰하는 것 같아서."

"그런거 아니야. 자기 일도 열심히 하고 생각도 똑바로 박혀있어. 내가 힘들 때는 항상 옆에 있어주고, 연락 자주 해도 귀찮아 하지도 않아."

"응, 좋은 사람인거 아는데 아직 조금은 경계심을 갖고 있으라구."

"어떤 면에서?"

"음, 그냥 나중에 너가 상처받을까봐 걱정돼서 그래. 나로 예를 들면, 나는 사람한테 내 마음을 다 주지는 않거든. 왜냐하면 그 사람이 내 기대에 차지 않을 수도 있고, 나한테 상처를 줄 수도 있고, 아니면 너무 좋은 사람이지만 갑자기 그 사람이 없어질 수도 있잖아. 근데 내가 마음을 다 줘버리면 그 사람이 없어졌을 때 내가 무너지잖아. 그래서 나는 항상 마음 속으로 대비를 해 놓거든. '지금 좋지만 저 사람도 언젠가 떠나갈 수도 있어.' 이렇게. 그러니까 너도 지금 되게 좋아보이는 건 맞는데 그 사람이랑 관계가 틀어지면 너가 더 힘들어질 수도 있으니까 하는 말이야."

항상 마음이 유리장 같았던 친구가 걱정돼서 한 말이었다. 또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아 친구의 일상이 무너져내리고 눈물을 흘릴까봐 한 말이었다. 그런데 내 말을 들은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나도 사람 보는 눈 있어. 내가 맨날 이상한 사람에게 데이고 다니는 건 아니란 말이야. 다들 왜 내가 판단력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지금 내가 즐겁다는 말을 하는건데 다 걱정된다는 말만 해."

친구는 시무룩해졌고, 나는 그 순간 친구에게서 내 모습을 보았다. '왜 나를 믿어주지 않냐'며 서운해 하고 눈물을 흘렸던 나의 지난 날이 생각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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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주변 사람들이 나에게 걱정어린 말만 하던 때가 있었다. 바로 퇴사를 결정할 때다.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 하는 안정적인 직장을 퇴사한다고 하니 내 가족들, 친구들, 직장 동료들 중 일부는 나를 말리거나 우려 섞인 말 또는 조언을 내게 자주 했다. 그런데 그 시기의 내가 퇴사라는 결정보다 힘들었던 사실은 바로, 내가 정말 아끼고 믿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내 결정을 의심하고 못마땅해 했다는 점이었다. '지금 힘들다고 느끼지만 회사 밖으로 나가면 더 힘들 수 있다', '나중에 후회할까봐 하는 소리다'와 같은 말들은 나를 더 짓눌렀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를 믿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내 마음은 더 아팠다. '만약 잘못된 선택이라고 해도 내가 후회하고 깨닫고 싶은데, 왜 나를 보호하려고만 할까'하며 답답해했다. 하지만, 친구와 이야기하던 그 날, 내가 친구에게 똑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친구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유로 친구의 감정에 공감해주지 못했다. '좋은 사람을 만나 요즘 일상이 즐겁다'는 친구에게 내 입장, 내 경험에만 비추어서 '조심하라'고 찬물을 끼얹었다. 기쁜 마음으로 나에게 일상을 공유해준 친구에게 나는 초를 치는 말만 던졌던 것이다. 정말 미안했다. 동시에 그 당시 나에게 걱정어린 말을 던지던 사람들도 이해했다. 그들은 나를 믿지 못했던 것이 아니라 나를 너무 아껴서 내가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물론 때로는 냉정한 조언도 필요하다. 이건 정말 아니다 싶을 때, 상대방의 기분이 상할지언정 상대방에게 찬물을 끼얹을 지언정 꼭 말을 해야만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더라도 꾹 참고 그 전에 상대방의 상황이나 감정을 한번 더 생각해보는 단계를 거치면 좋을 것이다. 그날 결국 나는 친구에게 사과를 하고 '네 표정이 훨씬 좋아져서 나도 기분이 좋다'고 했다. 그러자 친구는 "고마워. 근데 너가 말한 것도 생각해 볼게. 나도 알아, 나중에 상처받을 수도 있겠지. 근데 그냥 지금 좋으니까 그런건 생각 안하기로 했어."라고 내게 말했다.


내가 걱정하던 점을 친구가 알고 있었던 것처럼, 사람들은 자신의 결정이나 선택에 대한 위험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그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어떤 행동을 하거나 결정을 내렸을 때는 바로 우려를 내비치기 보다는 먼저 응원의 메세지를 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설령 내가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더라도, 내 친구의 경우 친구가 그 관계에서 상처를 받게 되더라도, '내가 말했잖아', '그러게, 내가 뭐랬어' 같은 태도보다는 같이 옆에 있어주고 보듬어주는 것이 그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닐까 한다. 상대방이 힘든 일을 겪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이 좋은 길로만 가도록 억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헤매고 수렁에 빠지고 엉망진창이 될지언정 계속 옆에 같이 있어 주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의 진정한 역할이기에. 물론 이건 정말 아니다 싶을 정도로 뜯어 말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상대방의 기분이고 공감이고 뭐고 신경쓸 여유도 없긴 하지만 말이다.


아 참, 친구는 아직 그 지인과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받으며 잘 지내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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