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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잎 Jul 08. 2022

달리기 4주

- 30분 달리기 12회 성공 

2022. 07. 08. 금. 


달리기 4주 12회차, 도장 12개를 빡 찍었다. 

30분 달리기 도전이다. 


달리기 앱 '런데이'.

생초보에게 맞춤형으로 설계된 것 같다. 

첫 달리기는 '1분 달리고, 2분 걷기' 5회 반복이었다. 

천천히 걷고 천천히 달리라고 계속 말하는 것을 들으며 따라하다보니 어느덧 첫 회차가 끝났다. 


아니, 달리기가 이렇게 쉬운 거였어?


이후 1분 30초 뛰고 2분 걷기 / 2분 뛰고 2분 걷기 / 2분 30초 뛰고 2분 걷기 / 3분 뛰고 2분 걷기.

이렇게 달리는 시간을 점점 늘려가는 방식이다. 


지난번에 3분 뛰고 2분 걷기를 5회 반복했으니, 

오늘은 아마 3분 뛰고 2분 걷기를 6회 반복할 것이다. 


숨차지 않으면서 땀이 충분히 난다. 

아주 잘 생긴듯한 젊은 남자의 목소리로 계속 칭찬과 격려와 각종 운동 상식도 들려준다. 

AI지만, 

아니 AI라서 더 좋다. 

왠지 부담이 없고, 실물 인간을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돼서 좋다. 


달리기를 시작한 동기는 작은 우연이었다.

J와 동년배이면서 막걸리를 즐기며 운동과는 인연이 멀어보이는, 

즉 J와 아주 유사한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동료 여교사 분이, 

자기가 드디어 30분 연속 달리기에 성공했다고 자랑하는 말을 우연히 들었다.

6월 2일 금요일 점심시간이었다. 

그다지 귀담아 들은 것도 아니고 부러움을 느끼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그날 밤 10시. 갑자기 그녀의 그 말이 생각났다. 


"어제 30분 달리기 성.공.했.어.요."


동시에 앞베란다 너머로 보이는 Y중학교 운동장이 J의 눈에 확 들어왔다. 


아! 그렇다면 나도?


바로 앱을 깔았다. 

고유명사 기억상실이라는 치매 초기 증세에 시달리는 와중인데도 '런데이'라는 앱 이름이 퍼뜩 생각난 것을 보니, J는 필시 무의식에서 그녀의 자랑을 무척 부러워했던 것이다. 


아니, 그녀가 그걸 했다고? 내가 못할 건 뭐람? 


앱을 실행하여 운동장에 나가 뛰고 들어오기까지 30분도 안 걸렸지만, 

그 30분 동안 J는 자신의 내부에서 뭔가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음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때가 됐다.

물이 들어왔구나. 


이제 달려야할, 달릴 수 있는 때가 왔다는 것을 J는 분명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달리기가 주 3회씩 4주를 채워 12회를 찍은 것이다. 

달리기 시작한 지 한 달,

가장 큰 변화는 술 생각이 별로 안 난다는 것.

식욕도 줄었다.


땀에 흠뻑 젖어서 들어와 샤워를 하고나면 

이상하게도 먹고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1일 1병, 꾸준히 찍어오던 술도장이 멈칫하기 시작했다. 

굳이 의도한 것도 아니고, 술을 줄이겠다고 결심한 것도 아닌데 

술이 줄고 있다. 

6월 들어 주중에 마신 날이 이틀인가? 

거의 매일에서 이틀로 줄었다.


설마 이러다 술을 끊게 되는 것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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