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시
집이었다
집이 사라졌다 멀쩡하던 집의 잔해가 저 아래 수북하다 입구를 쇳덩이 같은 바위가 막고 있다 여기 보세요 무슨 일이죠? 백주 대낮에 이런 일이…… 하루 이틀 살아온 집이 아니라고요 공들여 꾸린 공간이고 새끼도 여럿 키웠어요 이른 아침을 펄럭이던 아기 울음소리 기억하잖아요 이 돌만 치우면 되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네요 애절한 우리의 비명과 외침이, 그저 한가로운 노래로군요
분명 집 내부에서 들리는 소리다 이렇게 지척일 수가 없다 오늘은 기필코 현장을 검거해야겠다 주방 레인지후드 방향이다 열기와 냄새를 빼는 주름관이 외벽 구멍으로 이어진다 창틀에 까치발로 올라서 손전등으로 안을 들여다보니 아하, 옳거니 여기였구나 가려움 긁어대듯 속 시원하도록 끄집어낸다 팔 길이로 모자라 구석에 세워둔 목검을 휘두르며 폐부 깊숙이 전부 말끔히, 후련하다
*그저 집안 어딘가에서 들리는 새소리뿐이었다면 그냥 지나갔을 일이다. 잊어버릴만하면 가스레인지 주변으로 좀 비슷한 벌레가 보였다. 아마도 새의 배설물 때문이 아니었을까 짐작한다. 이후로는 보이지 않으니까…… 이건 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