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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를 치르며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나에게 찾아온 두 가지 질문.


최근 나에게 들려오는 부고 소식을 들으며 내가 더 이상 어리지 않다는 걸 실감하고 있다.

검은 코트, 검은 원피스, 검은 구두. 
무거운 발걸음과 눈에 고인 눈물로 마주하고 있는 이 자리는 몇 번을 겪어도 너무도 무겁다. 그 어떤 말보다 그 자리를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된다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안다.

몇 번의 장례식장을 다녀오고, 사랑하는 아버지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보고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 바뀌었다.

그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 행복하라는 것.'
병 없이, 사고 없이 평범하게 지나가는 하루에 감사하며 가능하면 많은 곳을 여행하고 눈에 담고 경험하라는 것.

많은 곳을 눈에 담기 전, 가능하면 그곳에 대한 공부를 하여 전반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더 폭넓은 경험을 하게 된다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사람은 나이를 먹고, 죽음을 향해 하루하루 살아가게 된다.

나 또한 미래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오늘을 기꺼이 희생시키고 살아왔다. 하지만 눈앞에서 지켜본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나는 내게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아버지의 말씀대로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는데, 훗날 내가 죽게 된다면 나는 무엇을 남길 것인가 라는 질문과 어떻게 살아야지 삶의 마지막 순간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았다 이야기할 수 있을까라는 이 두 가지 질문이 인생에 찾아왔다.

그리고 시간을 가지고 고민하고, 자문한 후 나에게 맞는 답을 찾았다. 그 덕에 나에게 찾아온 하루하루를 조금 더 특별하게 보내려고 노력한다. 아이에게 더 좋은 곳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나 자신에게도 더 좋은 것을 보고 경험하려고 노력한다.

나이가 들고, 은퇴 후 해야 할 행과 여유를 지금 내 삶의 가장 젊은 날 시간을 내서 누리고 있다.

돌이켜보면 시간과 여유가 없어서 누리지 못했던 게 아니었다. 조금 더 여유가 생길 때 누려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이 지금 당장 행복을 누리는 것을 사치라 생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눈앞에 찾아온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생각이 바뀌었다.

미래를 위해 대비하고, 준비를 하되, 지금의 현실의 행복을 놓치지 않는 것.


행복을 위해 시간을 내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평소보다 조금 더 지금을 위해 시간을 할애하고, 미래를 위한 비용을 현실에 쓰는 것.

정답은 없지만 이게 지금 내가 숨 쉬고 살고 있는 현실에 찾아온 정답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재우고, 공부하는 시간에는 이 시간을 통해 내가 더 성장하고, 나의 이 공부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부하고 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사람은 경험을 통해 배운다.
피하고 싶었던 힘든 고난 시간을 통해 나는 오늘 더 성장했다.


여러 번의 장례를 치렀다.

우리가 건강한 몸을 보장받을 수는 없지만, 내 주변에 돌아가시거나, 병에 걸리시는 나이를 보면 대략적으로 60세 이상이었다.


배우 문숙 님이 하신 이야기가 생각났다.

 

"내 인생에 60살 이후의 삶은 하루하루가 하늘에서 나에게 선물로 주는 삶으로 생각하고 살고 있어요."


이 말에 공감했다.

건강한 몸과 체력을 가지고 인생을 즐길 수 있는 나이는 내가 생각했을 때는 60세이다.

60살까지 나에게 남은 인생을 생각해보았다.

그리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장례를 치르며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인생의 시간은 유한하고,
건강한 몸으로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그러자
건강한 몸으로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히 다가왔다.

그렇게
난 60살 전까지의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

시간은 날 기다려주지 않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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