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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태풍을 만나다.

비가 가로로 오는 제주의 실시간 상황


갑작스럽게 고백하건대 나의 시댁은 제주이다.

이번에 매미급 태풍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서둘러 시댁인 제주에 내려왔다.

제주도 출신인 남편은 제주도에 태풍이 오면 나갈 수 없다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육지 사람인 나는 한 번도 제주에서의 태풍을 경험해본 적 없기에 남편의 걱정이 피부로 와닿진 않았다. 그저 남편의 당부대로 마트에서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을 대비해서 비상식량을 구비해두고, 아기들 간식과 밥을 챙겨두었다. 그리고 집에서 놀아줄 장난감과 책을 미리 준비해두었다.


비가 오기 전 남편은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었다. 나는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가고 싶다 말했다. 처음에는 제주 출신인 남편은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가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커피를 좋아하지도 않고, 제주도엔 널린 게 바다인데 굳이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가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육지 여자인 내가 말했다.


 "서울에 살면서 바다를 보는 건 멀리 여행을 가서야 볼 수 있는 곳이고, 나는 바다를 보며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순간이 행복해."


그러자 남편은 이해하는듯한 표정을 보였다.

그리고 오늘 아침 남편이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 가자고 말했다. 그렇게 도착한 카페는 예보된 태풍을 대비해 야외 테라스 자리는 모두 정리해 놓은 상태였다. 예보에 따르면 2시쯤 비가 올 거라 했는데, 11시 30분 가로로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가 잠시 멈춰 나간 카페테라스에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비에 우산대가 부러질 듯이 흔들거리고, 높다란 파도가 쳤다. 가로로 내리는 비 때문에 우산을 쓰는 게 무의미해졌다.


가로로 비가오는 제주의 상황


바다 뷰를 기대해서 간 카페였는데 실내 자리 당첨이었다. 그래도 통유리로 된 카페에 앉으니 언제 비가 왔냐는 듯 고요하고, 시원했다.


태풍오기 전 제주
고요한 제주카페 안

태풍 오기 전 제주.

비가 멈추면 후다닥 준비해서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비와의 눈치게임의 연속.

그 와중에 맛있는 커피도 마시고,  옥돔구이에 지리탕까지 배불리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틀 동안은 고립될 거라는 제주 남자인 남편에게

"와리지 맙써 (호들갑 떨지 라)"

라고 하고 싶지만 가로비를 정통으로 맞아보니 남편 말에 고분고분 따라서 집에 안전히 피신 중이다.


태풍 11호 남노가 무사히 지나가 길 봐라며

 

난생처음
제주에서 태풍을 만나다.




태풍이 없던 작년 제주 같은 카페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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