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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비행, 낯선 그녀를 만나 타임스퀘어에 갔다.

타지에서 우연히 대한민국 사람을 만난다는 것.


14시간을 걸어 드디어 뉴욕에 도착했다.


푹 자고 일어 뉴욕의 아침.

호텔 아래로 내려가 간단하게 계란과 토스트를 커피와 곁들었다.

바삭한 토스트에 버터에 꿀을 섞어 발라 한입 먹으니 입안 가득 고소하고 달달한 맛이 퍼졌다.

어디론가 바쁘게 지내가는 뉴욕 사람들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먹는 아침이라니-


사실 승무원이 되고 좋았던 것 중 하나는 바쁘게 출근하는 사람들 사이 퇴근하는 새벽 도착 비행이었을 때다. 날을 새고 한국에 오는 것은 피곤지만, 지금부터 푹 잘 수 있는 시간이 주워진다는 사실이 좋았다.

평일에 누릴 수 있는 여유와 조용한 시간들.

비록 주말을 누릴 수 있는 날은 적었지만 나는 평일에 쉬는 것 또한 꽤 좋아했다.


뉴욕 시내 구경하기 좋은 선선한 가을 날씨.

가을 햇살은 유난히 따뜻하게 창가로 들어왔다.

'산책하고 들어갈까?'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난 해야 하는 일이 있기에 뉴욕 햇살의 유혹을 이기고 다시 호텔 방으로 올라왔다.

낯선 곳에 내가 머무를 수 있는 나만의 공간.

호텔 문이  닫히고, 케리어 가득 담겨있는 논문들을 꺼냈다.

쌓여있는 논문들을 읽고, 정리하면서 호텔방에 있다 보니 창가로 보이는 뉴욕 하늘어둠이 내렸다.


'밥 챙겨 먹어야 하는데, 과제랑 노트북 가지고 카페 가서 공부 더하고 올까?'


생각이 여기까지 들자, 시간이 너무 늦으면 한식당이 문을 닫기에 서둘러 노트북과 자료들을 가방을 챙겨 호텔 방을 나섰다.


반짝거리는 뉴욕의 거리를 지나, 어느새 한식당에 도착했다. 현지의 맛집도 많지만 해외에 체류하는 이틀 중 하루는 꼭 한식을 먹어야 하는 건 많은 승무원들의 국룰이었다.


다소 북적거리는 한식당에 혼자 간 나를 반기는 남은 자리라곤 식당 끝에 한 테이블을 임시 칸막이로 나눠놓은 자리뿐이었다.

안내받은 자리로 향하자 내 옆자리에는 20살 중반 정도 돼 보이는 한국 여자가 앉아있었다.

말이 이동식 칸막이로 가로막아 놓은 거지 사실 같은 테이블에 나란히 앉아 저녁을 먹는 것과 마 친가지 였다.

그렇게 어색한 식사는 시작되었다.

그때

'드르륵'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나는 곳은 바라보니 낯선 핸드폰이 눈에 들어왔다.


내 옆여자가 앉은자리 콘센트에서 멀어서 내가 오기 전 내 자리에 있는 콘센트에 핸드폰을 충전을 해놓은 것이었다.


"핸드폰 메시지 온 것 같은데 드릴까요?"

라고 묻자

"그래 주시겠어요? 아, 그런데 한국분이세요? 뉴욕에 온 지 이틀 됐는데 한국분은 처음뵈요. 너무 반갑네요."

그녀는 혼자 뉴욕 여행 중이라며, 뉴욕 날씨가 생각보다 춥다 한국사람은 오랜만이라 너무 반갑다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그 젊음이 참 예뻤다.

타지에서 같은 나라 국민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렇게 친근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식사를 마쳤다.

호텔로 그냥 갈까 생각했다.

해야 하는 숙제도 많았기에 그러다 문득 결혼하기 전 혼자 갔던 하와이 여행이 생각났다. 나를 찾아 떠난 여행이라 지나고 나선 의미가 컸지만, 한편으론 타지에서 외롭고, 낯설던 그때가

고민 끝에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타임스퀘어 녀오셨어요? 혹시 안 다녀오셨으면 여기서 가까운 데 가서 사진 찍어줄까요?"
라고 물었고,

"아직 안 가봤어요! 정말 그래 주실 수 있어요? 그럼 제가 너무 감사하죠."
라며 너무 고마워하는 모습에 내가 더 기분이 좋아졌다.


타임스퀘어까지 걸이 가는 길은 꽤나 추웠다.

일주일 정도 여행이라고 했던 그녀의 말이 생각났다.

"혹시 지금 입은 옷보다 두꺼운 옷 가지고 왔어요?"

라고 물었다.

"아니요. 뉴욕 날씨가 따뜻하다고 오늘 입은 게 제일 두꺼운 옷이에요."

라고 대답했다.

"멀리 여행 와서 감기 걸리면 안 되는데, 혹시 원하면 옷가게 가서 걸칠 옷이라도 같이 볼까요?"

라고 물어보았고,

"그래 주시겠어요?"

라는 그녀는 환하게 웃었다.


옷가게에서 도톰한 겉옷을 사는 동안 그녀를 기다려주었다. 한결 따뜻한 옷을 입은 그녀를 보니 마음이 놓였다.

낯선 그녀와 함께한 뉴욕

그녀와 이야기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우리 눈에는 반짝이는 타임스퀘어가 들어왔다.

"와, 타임스퀘어 실제로 처음 봐요. 엄청 화려하고 멋지네요"

눈을 반짝거리고 좋아하는 그녀를 보니 내가 그녀에게 뉴욕이라는 멋진 곳을 소개해준 것 같은 묘한 뿌듯함이 찾아왔다.


"거기 서봐요. 사진 찍어줄게요."

나는 사진작가가 되어 여러 개의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주었다.

"핸드폰 주시면 저도 찍어드릴게요."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아, 그래 주시겠어요?"

그녀도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었다.


뉴욕의 야경을 함께 구경하다 보니, 손 끝이 시렸다.

우린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기로 했다.

따뜻한 커피 두 잔을 시키고, 손을 녹였다.

그녀는 서울 사람이지만 제주도에 산다고 했다.

서울에 살아도 마음이 답답해서 제주도로 내려왔는데, 아침에 일어나 바다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젊음을 마음껏 누리고 살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그녀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야 할 시간이 되었다.


"뉴욕에서 좋은 여행 되길 바라요."

라고 말하자,

"오늘 너무 감사했어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호텔에 돌아와 깨끗이 씻고, 침대에 누워 그녀가 찍어준 사진과 동영상을 보았다.

반짝이는 뉴욕 타임스퀘어 앞에서 행복해 보이는 내 모습이 담겨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언젠가 서로가 찍어준 각자의 사진을 보며
뉴욕에서 만났었던 이때를 따뜻했던 기억으로 추억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뉴욕 비행에 와서 낯선 그녀를 만나 반짝이는 타임스퀘어를 간 그날 밤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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