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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에게 전화 통화란?


나는 지금 쌍페테르부르크.
5박 6일 스테이.
올타팀에 나 혼자 조인되었다.


올타팀에 나 혼자 조인되는 느낌이란,

이미 가족보다 가깝게 지내고 있는 그룹에 나 혼자 생뚱맞게 끼어들어 함께 지내야 하는 기분? 극도의 어색함이 감도는 느낌이 든다.


5박 6일 스테이중 밥을 함께 먹자고 챙겨주 동료들의 마음은 너무 감사하지만, 극도의 어색함껴지는 식사가 될 것을 내 오랜 경험에 비추어 알 수 있기에, 지금은 너무 졸려서 조금 더 자야겠다는 핑계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조금 더 침대에 뒹굴거리는 사치를 누린다.

올타팀으로 비행을 갈 때만 마음 편히 느낄 수 있는 사치.

사실상 팀 비행을 가게 되면 대부분 조식 뷔페 시간에 맞춰서 팀원들과 같이 먹어야 하는 분위기가 있기에 조식 뷔페에 구속받지 않고 늦잠 잘 수 있는 이 자유로움을 누려본다.


개인적으로 혼밥을 좋아한다.

누군가 함께 먹어도 물론 좋지만, 나의 스케줄에 누군가에게 맞춰달라고 하기보단 내가 편한 시간에 내가 배가 고플 때 내가 먹고 싶은걸 먹는 게 좋다.


5박 6일 스테이.

혼자여서 외롭지만, 외롭지 않다.

약간의 쌀쌀한 호텔 방에서 이불속에 쏙 들어가 뒹굴거리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한국에 있는 가장 친한 친구에게서

고민 가득 친구와의 2시간의 전화 화로 나는 잠시 한국에 다녀 기분마저 들었다.


한국 날씨가 많이 추워졌다
식사 잘 챙겨 먹으라는 이제는 남편이지만 그 당시의 남자 친구였던 그의 걱정 가득 안부 통화에 내 마음또 따뜻해졌다.


승무원이 되어보니 매번 해외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 직업의 특성상 비행 중 꺼놓았던 핸드폰을  순간. 잘 도착했는지 안부를 물어주는 문자나 전화 한 통화에 피곤했던 몸과 마음에 위로를 얻는다.



승무원에게 전화 통화란,
사랑받고,
사랑하는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에 함께 있을 수 없기에, 승무원이라는 직업은 전화라는 매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내가 남편과 결혼을 결심한 이유도 3년의 연애기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연락이 닿지 않은 적이 없었다.

'내 남자 친구는 1분 대기조'

라며 팀 언니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세계 어느 나라에 도착하든지

'잘 도착했어요.'

라고 메시지를 보내면 곧

'고생 많았어. 별일은 없었어? 호텔에서 푹 쉬어.'

라는 랑 가득한 답장이 오곤 했다.


연락하는 게 별거냐라고 할 수 있지만, 새벽에 도착하는 비행 동안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졸린 눈을 비비며 잠을 참고, 마침내 잘 도착했다는 연락에 수고 많았다는 따뜻한 답을 해주고 잠을 청하는 그 정성은 사랑하는 마음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결혼 후 이제는 셋이 되어, 해외 나가며 남편에게서 화상 통화 걸려온다.

"여보세요? 엄마"

라는 이제 막 말하기 시작할 때 아기의 혀 짧은 목소리가 너무 귀여워 나도 몰래 입꼬리가 귀까지 가있곤 했다.

시차 때문에 통화하다 잠들 때도 있었지만,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와 닿아 있다는 마음만으로도 참 행복해진다.


코로나 시국이 되어보니 전화 통화가 가지고 있는 힘을 더욱 느끼고 있다.

갓 아기를 낳아 육아에 지친 뉴질랜드에 있는 동기 언니를 위로하기도 하고, 쉬는 기간에 한식 요리를 배우고 있다는 후배와의 통화에 재미있겠다며 부러워하기도 한다.

각자 아기 키우느라 바쁜 제일 친한 친구와의 전화통화로 서로를 응원하기도 하고, 이제 곧 아기를 낳을 거라는 팀 언니의 반가운 소식을 기도 한다.

전화통화로 느껴지는 이 온기 좋아한다.


전 세계 수많은 나라에서 셀 수 없이 전화통화를 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미소 짓고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승무원이 되고 느낀
 전화 통화의 의미는
사랑이었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pinterest.co.kr/pin/787215209840129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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