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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비행을 좋아하는 이유.

새벽 2시 항공기 문 앞에서 나의 비밀이 들통났다.


사건의 발단은 새벽 2시 동남아에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항공기 문 앞에서 일어났다.


나는 유니폼을 입고, 승객들은 맞이하기 위해 항공기 문 앞에 서 있었다. 공기 안전을 위해 객실 순회를 마치신 이번 비행에서 처음 만난 다른 팀 팀장님이 나에게 다가와 말씀하셨다.


"OO 씨 비행 좋아하지?"


나는 팀장님의 질문에 당황하며,


"어떻게 아셨어요? 팀장님? 티나요?"


라고 묻자, 팀장님은 껄껄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항공기를 순회하고 있는데 비행기 꼬리부터 비행기 앞쪽까지 올 때까지 OO 씨가 너무 환하게 웃고 있어서 빛난다. 빛나. 그것도 한국 시간 새벽 2시에, 만석 승객들 기다리면서.

그러니 비행을 좋아한다고밖에 생각할 수밖에 없지."

 

팀장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내 입꼬리는 귀에 걸려있었다.


"감춘다고 감춘 건데, 티 났네요. 하하하"


"보기 좋아. 앞으로도 쭉 지금처럼 행복하게 비행하길 바라요."


팀장님의 말씀을 들으니 마치 비밀이 들통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많은 승무원들이 힘들어하는 동남아 만석 인바운드 비행.

사실 나 또한 한국시간 새벽 2시에 시작해서 날을 새고, 한국 시간 아침 7시쯤 도착하는 비행이 피곤하다. 눈이 뻑뻑하고, 쏟아지는 잠을 참아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환자들이 많이 발생할 수 있는 동남아 인바운드 비행에서는 중간중간 객실을 돌며 아프신 승객은 없는지 살펴본다.


승객들도 동남아 여행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항공기에 도착하면 긴장이 풀리는 분들이 많다. 해외에 체류하며 감기에 걸리거나, 체 하거나, 두통이 있는 분들이 많다. 비행기에서는 승무원인 내가 그분들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안전하게 한국으로 모셔야 하는 임무가 있기에 필요시 자동 혈압계, 체온계, 구급약 등을 이용해서 승객들을 돕는다. 


승객들이 주무시는 동안 객실에는 어둠이 내리고, 내리기 2시간 30분 전 아침 식사 서비스가 시작된다.

서비스 시작 전 화장실 거울을 보면 어느새 내려와 있는 다크서클을 가리기 위해 화장을 고치고, 깨끗하게 다린 앞치마를 입고, 서비스 준비를 한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만끽할 새도 없이 정신없이 서비스가 끝나면, 안전업무를 하고 아프셨던 분들은 한분씩 찾아가 다시 한번 컨디션 체크를 한다.


아무런 이례상황 없이 한국에 도착하면 '이것으로 되었다.'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승객들이 하기할 때 건네주시는

"오늘 너무 고마웠어요. 덕분에 너무 편하게 왔어요."라는 따뜻한 말씀에 날을 새고 한국으로 걸어온 모든 피로가 사라진다.


사실 나는 비행을 좋아한다.

사실 나는 비행을 좋아한다.

처음 비행을 하면서는 시행착오도 많이 겪기도 하고, 새로운 업무를 배우며 혼나기도 많이 혼났다.

이상한 팀 언니의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고, 블랙리스트 팀장님과 팀이 되어 힘들게 비행한 적도 있었다. 돌이켜보면 순탄치 않았던 13년의 비행시간이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나는 그런 힘든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지니고 었다. 그리고 오래도록 비행을 하며 적절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돌이켜보면
피하고 싶던 힘든 상황이
시간이 지나
더 나은 상황을 만났을 때
감사할 수 있는
경험치가 쌓이는 것이었다.


블랙리스트 팀장님과 팀이었을 때 1년 동안 너무 힘들게 비행을 다녔지만, 그 이후 천사 팀장님과 1년 동안 팀이 되었을 때 이런 팀장님과 팀이 된 것이 행운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블랙리스트 팀장님과 팀이 되지 않았다면 미처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좋은 팀장님과 팀이 되었을 때는 진심을 다해 그분께 감사한 마음으로 대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돌이켜보면 내 비행 인생은 흐린 날도 있었고, 맑은 날도 있었다. 흐른 날이 찾아왔을 때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임했고, 맑은 날이 찾아왔을 땐 온 마음 다해 햇살을 즐겼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어느새 경력이 쌓이고, 직급이 올라갔다. 직급이 올라가니 비행하기 한결 수월해졌다. 이렇게 나는 이곳에서 행복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비행하면서 료로 전 세계의 빛나는 아름다운 들을 눈에 담을 수 있다는 것. 

대부분 승무원이 체류하는 호텔은 5성 급이기에 좋은 컨디션의 호텔에서 맛있는 뷔페와 룸서비스를  즐기고 푹신한 침대에서 쉴 수 있다는 것.

각 나라의 맛있는 음식들 맛보며,

한국은 겨울인데 기분 좋은 여름 바람이 부는 나라에 서있을 때의 묘한 기분을 느끼는 것을 좋아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매달 들어오는 많은 월급과 해외 체류비로 따로 들어오는 퍼듐까 통장에 월급이 찍히는 날은 늘 뿌듯한 기분이 들곤 했다.


물론 승무원은 힘든 부분이 많은 직업이다.

하지만 누구나 꼭 한번 해볼 만한 분히 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비행을 하며 깨달은 거지만, 건강하고 행복하게 비행하기 위해서는 밑의 네 가지 조건에 해당되는 분들이 조금 더 비행하기 좋다.


첫째, 체력 유지를 하기 위한 꾸준한 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비행을 하다 보면 호텔 헬스클럽에서 함께 비행 승무원들을 만나곤 한다. 연세가 많으신 팀장님들도 오래 비행하기 위해 운동하신다는 이야기를 하시곤 한다. 시차 적응과 오랫동안 서서 비행을 해야 하기에 운동은 필수이다.


둘째, 잠을 잘 때 민감하지 않은 사람이 좋다.

내가 승무원이 되고 인턴 2년 동안은 윗 선배와 함께 호텔방을 써야 했다. 다행히도 잘 때 민감하지 않았던 나는 다행히도 그 시절을 잘 지나왔다. 승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차 응이 중요하다. 승무원들 중 일부체류하는 곳의 시차대로 지내는 분들도 있고, 잠을 못 자는 분들은 멜라토닌이라는 수면제를 먹으며 잠을 청하는 분들도 있다. 다행히도 나는 잠자는 것에 있어 민감하지 않고, 어디서든 잘 먹고 잘 자는 성향이라 13년 동안 수면제 없이, 한국 시차대로 생활하면서도 건강하게 비행을 할 수 있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정답은 없지만, 자신이 가장 덜 피곤한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는 사람이 좋다.

승무원 하면 많은 분들이 감정노동을 하는 직업으로 많이 생각한다. 사실 슬픈 일이 있던 화나는 일이 있던 '친절함'을 제공해야 하는 승무원으로서 스트레스 관리는 필수이다. 나의 경우는 이것을 감정노동이라고 집착해서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해야 하는 업무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대신 다소 힘든 날은 고생한 나를 위해 내가 좋아하는 을 하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러 간다.


그 외나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잠을 자거나,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거나, 노래방에 가거나, 피아노를 치거나, 글을 쓰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다. 감사하게도 나는 인생을 살며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많이 찾았다. 그러기에 이것들  하고 싶은 것을 골라 시간을 보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갓 입사했을 때는 도리토스라는 짠 과자에 사이다 1.5L를 사서 함께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곤 했는데, 건강에 좋지 않을 것 같아 다른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았다. 


오래 비행을 하며 다시금 느낀 것은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가지고 있는 것이 감정노동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적절하게 자신의 감정을 관리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것이었다.


네 번째, 사교성이 좋은 사람이 좋다.

비행의 특성상 처음 본 팀장님 부팀장님 선배님 후배님과 함께 일을 하기도 하고, 투어를 갈 수도 있다. 또한 처음 본 승객들에게도 다정다감하게 말 걸며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성격을 지닌 사람이 좋다.


사실 아이를 낳고 비행이 더 좋아졌다.

이번 비행이 좋았던 건, 호텔 창문을 열면 보이는 바다와, '엄마'라는 소리에서 깨지 않고 자고 싶을 때까지 자고 일어난 개운한 아침.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남이 해준 밥인 아침 뷔페를 아이가 화상 입을까 아이스로만 먹는 커피가 아닌 따뜻한 커피와 곁들이는 것.

호텔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점보 새우와 모닝글로리와 새우 볶음밥의 내가 사랑하는 조합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것.

두 시간에 24불 시원한 동남아 마사지로 피로를 풀고, 파란 바다를 보며 거니는 부드러운 래의 감촉과, 행복한 얼굴로 아이와 노는 아빠 엄마를 지켜보는 것.

조금은 더워져 바다가 보이는 조용한 카페에 앉아서 마시는 아이스커피와 치즈케이크 한 조각. 나 혼자만의 시간.


아기엄마의 로망인 푹자고 일어날수 있는 포근한 호텔침대
푹자고 일어나 바다를 보며 먹는 조식부페
사랑하는 동남아 음식들
좋아하는 조합 카라멜 마끼아또와 치즈케이크
아가씨 때는 당연했던 이 시간이.
아기 엄마가 되고 얼마나 간절했던지
'이번 비행은 온전히
나로 있을 수 있어서
참 좋은 시간이었다.'


이렇게 에너지를 채우고 푹 자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지금.

새벽 2시 동남아 만석 인바운드 비행을 앞둔 항공기 문 앞에서 나는 팀장님께 비밀이 들통날 만큼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오랜만에 하는 비행이 너무 좋아서.




(2019년 7월의 기록)


*이미지 출처

1. 항공기 문 사진

=>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0164179&memberNo=5113437&vType=VERTICAL

2. 그 외의 사진

 => 비행하고, 글 쓰는 행복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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