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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되는 법.

오래도록 기억되는 이것의 매력.


나는 향수를 좋아하는 편이다.

가끔 자에게 잘 어울리는 향수를 뿌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잘 갖춰진 옷을 입은 느낌이랄까?


언젠가 갓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향수를 찾는 것은 인생에 보물을 만나는 것과 같다는 말.


갓 스무 살이 넘었을 때는 나에게 어떤 향수가 어울릴지 몰라 뿌리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카페에서 함께 아르바이트를 했던 동료가 뿌린 향수의 향이 너무 좋아 꼭 사야지 다짐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생 시절이기에 돈이 많지 않아 비쌌던 향수를 당장 사지못했다. 몇 달간 향수 시향 코너에서 손목에 뿌려보고 향기를 맡아보고를 반복했다. 너무 가지고 싶었지만, 집안 사정이 좋지 않그 향수를 사는 것이 나에겐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향은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몇 달이 지나도 사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몇 달의 고민 끝에 마침내 아르바이트 월급을 받고 그 향수를 샀을 때의 행복했던 스무 살의 내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향수를 산 그날 밤.

그 향이 너무 좋아 침구와 잠옷에 뿌리고 행복하게 잠이 들었다.


향에 민감한 나는 지금껏 살면서 사본 향수가 열 가지가 되지 않는다. 진한 향의 향수는 머리가 아팠기에, 진한 향의 향수보다 은은한 향이 나는 향수를 호했다.

승무원으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향수는 필수였다.

갓 입사했던 신입 승무원 시절.

선배님들이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향수를 뿌리고 지나가는 을 보면 왠지 모르게 멋있어 보였다. 나도 나에게 잘 어울리는 향수를 뿌리는 감각 있는 승무원이 되고 싶었다.

승무원은 기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근무하기에 자신의 체취를 감추고, 향수를 뿌려야했다. 유니폼이라는 모든 승무원이 일성을 갖춰야 하는 규정에서 자신만의 특색을 보여줄 있는 것 중 하나가 향수라고 생각다.  또한 승무원이 된 나에게 잘 어울리 향수를 찾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인생 향수를 만났다.

친한 동기 오랜만에 만났을 때였다.

그녀에게서 나는 봄의 향기를 닮은 은은하고도 아름다운 꽃향기에 반했다. 그녀에게 향수 이름을 물었고 그녀는 나에게 그 향수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비행을 하다 보면 귀여운 여자 학생들에게

"승무원 언니 무슨 향수 쓰세요?"

 질문을 받곤 한다.

그럼 나는 메모지에 이름을 적어 알려준다. 학생들은 그 메모를 받고 기뻐하고, 나는 나의 취향을 좋아해 주는 학생들을 만나 다. 마치 내가 자신에게 어울리는 향수를 뿌리는 선배 승무원이 된 느낌이 든다.


무엇이든 한 가지를 좋아하면 오래록 좋아하는 성격이라 향수도 마음에 들면 몇 년 동안 그 향수만 썼다. 가끔은 향수를 바꾸고 싶어 한 번의 시향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인 향라 100ml의 향수를 덜컥 사버리고는 막상 잔향이 머리가 아픈 향이라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었다.

사실 향수는 뿌리고 난 후 나의 취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잔향은 나와 잘 맞는지까지를 살핀다면 단 한 번의 시향으로 100ml 향수를 산다는 사실은 위험부담이 있다.

그렇게 향수 유목민으로 살던 시절은 지나

마침내 나에게 잘 맞는 향수를 찾았을 때 정말 내 인생에 보물을 찾은 느낌이 들었다.

나의 체취와 잘 어울려
 더욱 큰 시너지를 내는 향수.
 일을 할 때도 누군가를 만날 때도
나와 잘 어울리는 향수를 뿌리고 있으면 마치 잘 갖춰진 옷을 입은
느낌이 들곤 한다.
그 느낌이 더욱 나를
자신감 있는 사람으로 만든다.   
 
그리고
내 경험으론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향을
지닌 사람은 잊혀지지 않는다.


한 번은 퍼스트 클래스에 근무할 때 일이다.

50대 정도여자 교수님이 탑승하신 적이 있다. 그녀의 존재 자체에서 느껴지는 우아함과 대화할 때 느껴지는 우아함이 너무도 멋져 보였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은은하게 나는 고급스러 향기 그녀를 더욱 기품 있는 사람으로 느끼게 해 주었다. 신기하게도 그녀는 비행기를 탄 12시간 동안 그 향기를 품고 있었다. 그녀의 이미지와 향기가 아직도 기억이 나는 걸 보면 향수가 주는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내가 향수를 좋아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시간이 지나도 그 향기를 맡으면 그 시절에 나로 돌아가기에-

언제가 누군가에게 상큼한 여름날에 잘 어울리는 향수를 선물 받았적이 있다. 시카고에서 돌아오는 동안 그 향수를 뿌리고 기분이 좋아 내내 향을 맡으며 비행을 했던 기억이 있다. 또렷하게 그 시절이 기억난다기 보단 옛날 영화를 보듯 아련히 기억이 난다. 그 향을 맡으면 26살에 싱그러웠던 여름이. 그 바닷가의 기억이 소환된다.

또 어떤 날은 파리에서 묵직한 향이 나던 향수를 샀다. 그 겨울 코트보다 그 묵직한 향이 내 몸을 더욱  따뜻하게 감싸주었던 기억이 난다.


모든 추억하기 좋아하는 나에게는 향수는 사진 말고 과거를 이어주는 또 다른 매개체가 된다.

종종 방안에 내가 좋아하는 향수를 뿌리고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그간 비행을 다니며 찍었던 사진들을 보곤 한다. 그리고 사진 중 정말 좋아하는 사진은 핸드폰에 넣어 다니며 비행 가는 리무진 버스 안에서, 비행 중 잠시 쉬는 벙커의 침대에서,  어떤 날은 해외 스테이션에서 피곤한 몸을 누이고 일어나 침대에 기대어 보곤 한다.


우리가 여행을 다니는 이유가 이게 아닐까?

매일 모든 날이 특별할 수 없기에 내 인생에 한 조각 특별한 날이 추가되었을 때 그때를 추억으로 남겨 다시 보고, 또 보며, 이때 정말 행복했었지라며 추억하는 것.

가끔은 힘든 날, 가끔을 우울한 날 그 추억이 인생의 큰 위로가 되곤 한다.


한번 살아가는 인생 중 그 나이 때에 선물같이 주어진 인생에 가장 찬란했던 순간들. 

순간들을 기억하는 방법이 사진도 있지만, 나에게는 향수가 그런 존재였다.

그 향기를 통해 나는 26살 행복했던 여름날, 또 어떤 날은 28살에 결혼을 고민했지만 조금은 어른스러워졌을 때의 나로, 그리고 33살 아이의 첫 생일을 축하해주던 행복했던 엄마가 되었던 나로 돌아가곤 한다.


누군가에게 잊혀지지 않는 향을
 지닌 사람으로 기억된다는 것.
인생의 찬란한 어떤 날을
추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준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향수는
나에게 조금 더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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