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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인 나에게 누군가 꿈을 물었다.

늘 꿈꾸던 승무원이 된 나에게


 "꿈이 뭐예요?"

누군가 나에게 꿈에 대해 물었다.
오랜만에 듣는 질문이었다.
꿈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먹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 그리고 가능하다면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
이라고 대답했다.

막연히 어렸을 때 '꿈이 뭔가요'라고 질문을 받았을 때는 명사인 직업을 말하곤 했는데, 이제 어른이 되고 나서는 꿈은 명사가 아닌 여러 문장들의 조합이 되었다.

간절히 꿈꾸던 승무원이 되었고, 사하게도 내가 사랑하는 회사에서 어린 나이에 진급을 하게 되었다.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하게 되었고, 행복한 가정 꾸리고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을 낳았다.
이런 나에게 꿈을 묻는다는 게 신선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의 꿈에 대해서-

"사실 저는 꿈을 이뤘어요.
간절히 승무원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 승무원이니깐요."

그리고 조금 더 고민의 시간을 거쳐 말한 것은

"제가 생각하는 로망 중 하나는
제가 사랑하는 일을 제가 사랑하는 마음이 있을 때 떠나는 것이에요."

늘 생각한다.
나는 언제든 이곳을 떠날 수 있고,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비행에 대한 안전 규정을 공부하고, 지금 내가 제공하는 고객 감동의 서비스가 오늘이 마지막일 수 있다고, 당연하듯 만나던 눈부시던 세계 여러 나라들을 눈에 담는 것도 당연한 게 아닌 게 되는 순간을 생각하자 문득 더 그리워지고, 애틋해졌다.

내가 있는 이 자리가.

언젠가 그리워할 것임을 알기에
남은 날들을 감사하며,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누군가 비행기에서 건넨 꿈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통해 놓치고 있었던 내가 있는 자리의 소중함에 대해 깨달았다.


좋아한다. 이 시간을.

나와 다른 누군가와의 대화를 통해 내가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부분을 생각해보게 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 간을.



뉴욕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모든 사람들이 자는 조용한 비행기 안, 누군가와의 대화를 통해 우연히 만난 오늘의 깨달음이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먹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
그리고 가능하다면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


그리곤 언젠가는
내가 사랑하는 일을
사랑하는 상태에서 떠난다는 것.
이것이 나의 꿈이자
 로망이었다고.'




언젠가 그리워질 전 세계의 모든 곳.





(2019년 9월의 기록)


*이미지 출처: 비행하고 글 쓰는 행복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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