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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은 무슨 꿈을 꾸나요?

승무원이 되고 꾸는 꿈들

오랜만에 꿈을 꾸었다.


나는 미주의 한 쇼핑몰에서 신나게 쇼핑하고 있었다. 옷을 입어보기도 하고, 아기자기한 편지지를 구경하기도 했다. 그러다 시차로 잠이 오면 아이스 바닐라라테 한잔을 마시고, 잠시 카페에 앉아 쉬었다가 다시 충전을 하고 쇼핑을 시작했다. 중간에 만난 팀 언니와 득템한 아이템을 공유하고 다시 헤어져서 막바지 쇼핑을 했다. 그리고 호텔 셔틀버스 오기 30분 전 푸드코트에 들러 호텔 도착하면 먹을 데리야끼 치킨과 탄산음료를 픽업하고 빠르게 셔틀버스 장소로 뛰어가는 장면에서 잠이 깼다.

잠시 멍한 시간을 가졌다.

꿈이었지만, 정말 미주 쇼핑을 다녀온 것 같은 생생한 느낌이 들었다.


승무원들이 가장 꾸기 싫어하는 꿈은 바로 '비행에 지각하는 꿈'이다.

승무원이 되면 브리핑 시간 안에 회사에 도착해야만 한다. 출발 시간이 정해져 있는 비행이 기다리고 있기에 비행 출발 전 브리핑까지 시간을 맞춰 도착하지 않으면 비행기를 놓치는 미스 플라이트로 높은 벌점을 받는다. 이 벌점을 받게 되면 인턴은 정직원 전환의 어려움, 정직원은 진급의 어려움이라는 큰 페널티가 부여된다.


승무원은 시차로 인해 해외에서는 새벽 3시에 일어나서 비행 준비를 하거나, 한국에서는 아침 일찍 출발하는 중국 비행을 가기 위해서 새벽 4시에 일어나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 날은 10개의 핸드폰 알람과 자명종까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잠이 든다. 잠깐 잠이 든 것 같은데, 요란하게 알람 소리와 자명종 소리가 들려온다. 알람을 끄고 재빨리 화장실에 가서 물을 틀고 세수를 한다. 졸리다고 5분만 더 하고 잠을 청했다가비행기가 떠나버리는 상황을 만날 수 있다.


가끔 몸이 힘들거나, 비행이 힘들면 비행에 지각하는 꿈을 꾸곤 한다.

공항 가는 길에 리무진 버스가 갑자기 고장 나서 내렸는데 택시는 없고 있는 거라곤 페달에 무거운 모래주머니가 달린 자전거뿐이라 한 손은 자전거 손잡이를 잡고, 한 손은 케리어랑 헹어를 힘겹게 끌고 회사를 향해가는 꿈을 꾼다. 아무리 힘들게 페달을 굴려도 자꾸 회사는 더욱더 멀어지는 꿈을 꾼 날은 잠에서 깨서도 진이 빠진다.  


또 하나 싫어하는 꿈 중 하나는, 기내방송 준비가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방송을 하게 되는 꿈이다. 기내 방송은  PTT 버튼을 누르면 바로 라이브로 방송이 되기에 충분한 방송 연습이 되어 있어야 한다. 기본적인 방송은 괜찮지만, 검역 방송은 각 나라마다 방송 문항이 다르기에 해당 나라에 갈 때 연습을 하고 가야 한다. 휴직 중 많이 꾸었던 꿈이 이 검역 방송을 하는 꿈이었는데, 연습이 안된 상태에서 방송 듀티인 나를 찾는 상황에 나는 비행기 뒤에 숨어 있는 꿈이었다. 비행할 때도 방송에 대한 압박감이 있었는데, 꿈에서도 심리적인 것이 반영된 듯했다.



얼마 전
승무원을 그만둔지
5년이 지난 동기와의 통화에서
그녀도 여전히
비행하는 꿈을 꾼다고 하였다.

 승무원은 이런 것.

비행의 기억은
 이토록 오랫동안 남는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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