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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작가 2년, 전자책을 발간하기로 했다.

이번 기회가 좋았던 이유.


최근 전자책 발간 제안을 받았다.

사실 책을 발간하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의 꿈이었다. 감사하게도 나의 바람대로 제안이 왔고, 몇 주의 고민의 시간 끝에 하겠다고 했다. 누군가 나의 글의 가치를 알아봐 준다는 사실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메일함에 한통의 메일이 왔다.

낯선 이메일 주소.

에디터님이 보내신 메일이었다.

그녀는 브런치의 글을 한글파일 형식으로 바꾸고, 2년 전 써 놓았던 글이기에 그 사이 바뀐 내용이 있으면 정정해달라는 요청사항이 적힌 메일을 주었다. 그렇게 나에게는 2주의 시간이 주어졌다.


아이가 둘인 나는 아침 8시에 하루가 시작된다. 8시 30분 친정어머니가 오시면 둘째는 맡기고 첫째를 유치원 버스로 태워 보낸다. 그리고 돌아와 간단히 아침을 챙겨서 먹고 10시부터 12시까지 나만의 시간을 가진다. 우선 빠르게 준비해서 밖으로 나간다. 집이라는 공간에서는 엄마로서 해야 할 많은 일들이 보이기에 은연중 글 쓰는 이 시간이 사치로 치부되곤 한다. 그러기에 가방에 노트북, 마우스, 충전기, 이어폰, 펜, 노트, 눈 보호 안경을 챙겨서 집을 나선다.


가을과 겨울 사이.

11월의 차갑기도 시원하기도 한 바람이 코 끝을 스친다. 10시의 내리쬐는 강한 햇살도 싫지 않다. 어느새 붉게 물든 낙엽들을 바라보며 걷다 보니 어느새 익숙한 카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 바닐라라떼를 시켰다. 자리에 앉아 노트북을 열고, 이어폰으로 좋아하는 노래를 틀었다. 그러자 커피가 나왔다는 소리가 들렸고, 자리로 커피를 가져와 앉았다. 시원하고 달달한 바닐라라떼를 마시자 행복함이 찾아왔다.


아침 10시.

조금은 이른 시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한 이곳.

테이블 위 내가 좋아하는 커피.

내가 좋아하는 글을  수 있는 시간.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앉아 있는 곳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집 앞 5분 거리에 있는 이곳에서 참 많은 시간을 보냈다. 주로 이곳에서는 생산적인 일들을 많이 했다. 논문을 쓰거나, 대학원 과제를  하거나, 영어 자격 업그레이드를 위한 공부를 하곤 했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브런치의 글을 정리하러 왔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브런치에 글을 쓴지도 2년.

그동안 브런치에 담겨 있던 나의 글들을 읽으며 고칠 부분은 수정하고, 글을 통해 과거의 나를 만나며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그렇게 매일 두 시간씩 일주일.

차곡, 차곡 원고를 만들었다. 여유로운 시간이 주는 위력은 컸다. 그간 썼던 내용을 천천히 읽고, 또 읽으며 확인해 나가니 이제는 에디터님께 보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오후 3시 에디터님께 나의 소중한 글들이 담긴 원고를 메일로 드렸다.


글을 한글 파일로 옮기는 중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다. 내가 쓴 글 중 '승무원이 느끼는 시간의 상대성'이라는 글을 읽는 순간이었다.


소중한 내 인생의 젊은 날은 오늘이기에
지금의 나에게 '쉼'과 함께 이 시간을 소중히 쓰고 싶다는 이 마음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

'훗날 지금을 돌이켜봤을 때
후회하지 않게,
미래의 나에게 미안하지 않게.
그렇게.'



이 글을 보는데 나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시간이 지나 이제 '미래의 나'가 된 지금.

'쉼'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나를 설득하는 글을 읽으니 눈물이 났다. 미래의 나에게 미안하지 않게 과거의 나에게 너무 혹독하게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과거의 나에게 미안한 마음이 찾아왔다. 미래의 내가 된 나는 과거의 내가 열심히 살아온 덕분에 지금의 내 인생이 꽤 마음에 들지만, 한편으로는 번아웃을 겪으며 내가 지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과거의 나처럼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재촉하기보다는 무리한 상황이 찾아오면 나를 다독이며 천천히 해도 된다고 말해주고 있다. 그러자 지쳤던 내 안의 내가 환하게 웃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 해서 의미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고, 나라는 사람의 존재 자체가 의미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시금 다짐했다.


그리고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다.


'꿈꾸는 자의 자유'



라는 글귀.
언젠가 광고에서 들어 본 듯한 이 문장을 오랜 시간 동안 좋아했다. 나에게 주어진 인생에서 꿈을 꾸는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나는 내 인생을 살아가며 참 많은 꿈을 꾸었고, 감사하게도 많은 부분을 이루어나갔다.


그토록 꿈꾸던 승무원이라는 꿈을 이뤘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한다는 꿈을 이뤘다.

사랑하는 사람을 닮은 예쁜 딸과 아들을 낳고 싶다는 꿈을 이뤘다.

그리고 오늘, 언젠가 책을 내고 싶다는 꿈으로 가는 통로인 전자책 발간의 기회를 얻었다.


꿈같은 현실.

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이번엔 또 어떤 꿈을 이루게 될까라는 기대감으로 하루하루 살아간다.



브런치 작가 2년,
전자책을 발간하기로 했다.

지금, 여기
나는
꿈꾸는 자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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