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승무원이 되고 미주 비행이 기다려진 이유

꿈속에서도 나오는 미주 비행의 매력 중 하나

승무원이 되고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미주 쇼핑 때문이었다.


호텔 근처 유명 쇼핑몰로 셔틀버스가 매 시간 운행하기에, 시간을 계산해서 버스에 탑승한다.

준비물은 옷을 입어보기 편한 원피스와 편한 신발 그리고 필요 아이템을 적어놓은 메모지가 들어있는 가방이다.


보통 미주를 가게 되면 3박 4일 스케줄 중 풀데이로 쉬는 것은 하루, 그리고 반나절의 시간이 주어지는데, 특별히 투어 가는 나라가 아니면 하루는 미주 쇼핑으로 하루를 보낸다.


팀 언니들과 같이 호텔 셔틀버스를 이용해 쇼핑몰로 출발해 보통은 푸드코트에서 사를 같이 먹고, 쇼핑을 시작한다. 각자 볼 것이 다르기에 3시간 뒤 중간 점검을 위해 약속을 잡는다. 3시간 뒤에 만나서는 서로 득탬 한 아이템들을 공유하며 필요시 정보를 얻어 후다닥 나 또한 득탬을 위해 그곳을 찾아간다.


미주 쇼핑을 하다 보면 큰 쇼핑몰 규모에 8시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곤 한다. 쇼핑을 하다 어느샌가 하품이 나오고 정신이 몽롱해지는 시간이 되어 우연히 시계를 보면 어느새 한국 시간 새벽 4시가 되어있다.


떨어진 당과 잠을 달아나게 하기 위해  유명한 컵케이크 집에 들러 '레드벨벳 컵케이크'와 시원한 라떼를 시킨다. 머리까지 찡해지는 단맛과 고소하고 쌉싸름한 카페라떼의 조합. 나는 이 조합에서 작지만 큰 행복을 느낀다. 그렇게 당과 카페인을 보충하고 다시 쇼핑을 시작한다.

행복한 당과 카페인 보충 시간


그동안 봤었던 것 중 살 것을 추리고, 언니들과 중간점검에서 만나 서로의 아이템을 공유하고 괜찮은 물건은 당장 그곳으로 가서 사 온다.


호텔 픽업 버스가 오기 30분 전에 호텔에서 먹을 음식을 푸드코트에서 주문한다. 곰돌이가 그려진 중식을 파는 곳에서 식사 테이크 아웃하곤 하는데. 오렌지 치킨과 허니 월넛 쉬림프 그리고 볶음밥을 주로 시킨다. 혹시 밥을 먹고 잠들었다 깼을 때 배고플걸 대비해 초밥이나 김치볶음밥도 하나 더 테이크 아웃한다.


손에는 쇼핑백과 음식 봉지들이 들려 있고, 8시간의 미주 쇼핑에 다리는 아프고 시차로 정신은 몽롱하지만, 마음속엔 뿌듯함이 밀려온다. 한국보다 싸게 산 뿌듯함과 한국에 아직 들어오지 않은 것을 살 때 뿌듯함은 배가된다. 이제는 직구의 발달로 예전보다는 해외에서 쇼핑하는 것에 대한 메리트는 적어졌지만, 그래도 해외 각지에서 실물을 보며 쇼핑을 하는 매력은 승무원이 되고 느낀 큰 매력 중 하나였다.


호텔에 도착해 사 온 음식을 맛있게 먹고, 사 온 물건들을 정리할 때 기분이 좋아진다. 가끔 미주 4박 5일 스케줄이 나오곤 하는데 그럴 때는 충분한 여유를 즐긴다. 푹신한 침대에 누어 늦게까지 잠을 청하고, 헬스를 하러 가거나 수영을 하러 가곤 한다. 그리고 가져온 책을 읽거나 영상을 보곤 한다. 4박 5일 스케줄이 좋은 또 다른 이유는 어제 쇼핑몰에서 살까 말까 했던 것 중 생각나는 걸 사러 갈 수도 있고, 살까 말까 했는데 막상 호텔에 와서 별로라고 느껴지는 물건을 바꾸러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제 문득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의 나는 열심히 미주 쇼핑몰에서 쇼핑을 하고 있었다. 중간에 찾아온 피곤에 달달한 아이스 카라멜마끼야또를 마시고, 픽업 전 음식을 테이크 아웃하는 것까지 완벽한 프로세스로 꾼 꿈이라니. 잠에서 깬 다음에도 웃음이 났다. 아이 키우느라 승무원을 그만둔 동기와의 통화에서 동기 언니 또한 미주 쇼핑하는 꿈을 꾸곤 한다고 말했다.


미주 비행의 경우
 보통 10시간을 넘게 하늘을 걸어간다.

나의 경우
그 긴 비행시간을 감내하고서도
승무원이 되고
미주 비행이 기다려진 이유는
바로
'미주 쇼핑'때문이었다.


@ Unsplash
@ Unsplash





*이미지 출처: 비행하고 글 쓰는 행복한 그녀/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비행에서 만난 모든 사람은 내 스승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