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1년 되는 날.

손끝으로 아버지를 기억하다.

가을바람이 불던 오늘.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1년이 되었다.

아직도 따뜻한 물수건으로 아버지의 얼굴을 닦아드릴 때 얼굴 윤곽이 내 손끝에 남아있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어머님을 떠나보내드리기 전 어머님 얼굴을 닦아드리면서 손끝으로 어머님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손 끝의 기억이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큰 위로가 되었다고.
그녀는 나에게 돌아가시면 다시는 보고 싶어도 아버지의 얼굴을 볼 수 없으니 손끝으로 아버지를 잘 기억해놓으라고 말해주었다.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시고부터 아버지의 얼굴을 닦아드리며 손끝으로 아버지의 얼굴을 기억했다.

평평이마와 내가 참 많이 사랑했던 아버지의 눈가의 주름을 지나 오한 코와 다소 마르신 볼과 하얀색과 회색이 섞여있던 까슬했던 턱수염의 촉감까지 아직도 내 손끝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1년.
아버지가 보고 싶을 때면 허공에다가 아버지의 얼굴을 그려보곤 한다.
손끝으로 그려지는 아버지의 얼굴이 나에겐 큰 위로가 된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나눈 많은 이야기들.
힘든 시간이었지만 우린 늘 웃음함께했다.

"아빠. 이제 다신 아빠와 딸로 만날 수는 없으니깐, 아빠가 다시 태어나면 내 아들로 태어나요. 내가 정말 잘 키워줄께요."

라고 말하자 아버지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1년 되는 날.
나는 아버지가 계 곳에 서 있다.
뱃속에는 아버지가 선물로 주신 아들과 함.


아버지가 선물로 주신 아들과 함께.





*이미지 출처: 비행하고 글 쓰는 행복한 그녀

매거진의 이전글 커피 한잔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