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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이 되고, 혼자 하와이로 떠났다.

하와이에서 나와 만나는 시간.

요즘은 잘하지 않는 SNS에서

'과거 오늘 있었던 일들을 확인해보세요.'

라는 문구가 떠서 우연히 들어가 보니 그곳엔 2014년 1월 26일이라는 날짜와 함께 '홀로 떠나는 하와이'라는 글과 사진이 게시되어있었다. 

그 사진과 글을 보니 문득 7년 전 그날이 떠올랐다.

결혼하기 전 온전히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홀로 떠났었던 하와이가

추억의 한 페이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7년전 홀로 떠난 하와이


홀로 떠나는 하와이


2014년 새해 계획에 있었던 것 중 하나인

'혼자 여행 떠나기'

4일이라는 시간이 길기도 한편으로는

짧기도 하겠지만

경험한 만큼 성장한다고 생각해요.


인생의 29해의 시간에 와 있는 지금.

시간이 지나면 난 누군가의 아내로

또 난 누군가의 아이 엄마가 되어있겠죠.

많이 경험하고 오라고 흔쾌히 보내주면서도

한편으로는 24시간 대기 중인 당신 덕분에도

혼자지만 행복하고 즐겁게 있다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늘 감사할 수 있는 일상.

일이 아닌 여행으로 온 이번 여행에서

나와 대화도 많이 나누고,

푹 쉬다 갈 수 있는 '힐링 여행'이 되길 바라요.


내가 사랑하는 하와이


사실 혼자만의 여행은 처음이었다.

남편과의 결혼 날짜가 잡혀있었고, 이때가 아니면 나 혼자만의 여행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히 무엇을 하기보다는 어느새 29살이 된 나에게 내가 살아온 내 인생을 한 번은 돌아보고, 앞으로 누군가의 아내, 엄마가 되었을 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의 정리를 하고 싶었다.


승무원의 제일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전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지 90프로 할인된 티켓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이다. 비록 유상승객이 탑승하지 않은 자리에 한해서 이기하지만, 그래도 스케줄 근무를 하는 승무원이기에 평일에 쉬는 날이 많아 비행을 하며 꽤 많은 나라를 여행으로 다녀왔다. 이번 나 홀로 떠나는 하와이 비행기 티켓 평일 출발 평일 도착으로 20만 원이 조금 넘는 돈으로 계획할 수 있었다.


하와이에서의 여행을 위해 간단하게 짐을 싸고, 여권과 다이어리와 펜 그리고 여행책자를 준비했다. 공항에 여유 있게 도착해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책을 읽으며 비행기를 기다렸다. 그렇게 비행기에 탑승했고, 이윽고 비행기는 하와이에 도착했다. 개인적으로 해외 공항에 도착하는 창가를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빨간 지붕의 집들을 지나 착륙했던 런던과 물 위로 착륙하는 것 같던 하와이가 기억에 남는다.


하와이에 도착하자 햇볕이 쨍쨍거리는 여름 날씨가 나를 반겼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겨울의 추위로 코끝 시린 한국에 있었는데, 어느새 기분 좋은 여름 바람이 부는 하와이에 도착해있다니 참 꿈만 같은 일이 아닌가 생각했다. 한국에서 입고 온 코트를 케리어에 넣고, 여름옷으로 갈아입었다. 호텔에 짐을 풀고 편안한 원피스에 챙모자를 쓰고 밖으로 나갔다. 볼에 스치는 기분 좋은 여름 바람. 반짝이는 야자수 나무. 익숙한 레스토랑에 가서 내가 좋아하는 메뉴를 시켰다. 달달한 스트로베리 스무디와 시저 샐러드, 바비큐 치킨 피자. 혼자서도 외롭기도 했지만, 덕분에 자유로웠다. 해외에서 느껴보는 여유로움이 좋았다. 그렇게 하와이에서의 첫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7년전 홀로 떠난 하와이


그러다 문득 본전 생각이 났다.

'투어를 갈까 그래도 여행을 왔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려놓았다. 그 욕심을

그리곤 생각했다. 사치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난 지금 나에게 '추억'을 선물하는 중이라고.

언젠가 아련하게 '추운 겨울날 문득 하와이로 혼자 떠나왔었지'라고 과거를 추억할 수 있도록.  기억이 미래에 나에겐 참 소중한 재산이 될 것 같다 생각했다.


그리고 또 하나, 누구가 나에게 홀로 떠난 하와이 여행이 어땠는지 물어본다면 나의 경험을 기억해내어 대답해 줄 수 있다는 것.


-하와이의 선선한 바람이 부는 카페 창가에 앉아

 다이어리를 정리하며 과거의 나를 돌아보고, 미래의 나와 만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


-한국시간 새벽 3시, 시차 때문에 몽롱해 잠을 청하기 전 커튼을 열었을 때 문득 마주치게 된 와이키키 해변은 눈이 아버릴 것같이 찬란하다는 것.


-홀로 일찍 도착한 공항에서 여유 있게 그간 찍은 사진들을 보며 어느새 과거가 된 지금 이 순간을 잡고 싶다는 것, 그만큼 시간은 날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우연히 보게 된 책과 영화에서 코끝 시큰한 감동을 느끼고, 난 내 인생을 통해 다른 이에게 어떠한 감동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해보는 것.


'어떠한 인생을 살고 싶은지, 어떠한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에 어느 정도 답을 얻은 여행이었다.


이거면 충분했다.

이번 여행은 나에게 이만큼의 깊이를 주었다.


7년 전 다이어리에 적혀 있던 글들이 눈앞에 있었다. 글을 보고 있는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를 부러워하고 있었다. 7년 후인 지금 나는 사랑하는 남자의 아내가 되었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으며,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 이제는 나 혼자 훌쩍 하와이로 떠난다는 것이 사치인 시간대에 살고 있다. 그러다 문득 내 눈앞에서 함께 행복하게 놀고 있는 남편과 아이를 보며 이것 또한 행복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서 내가 살고 있는 시간대가 달라졌을 뿐.

인생의 불확실성 속에서,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인생의 시간대를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난의 연속이라고 생각하던 과거의 나의 시간대와 아버지의 암 선고를 듣고 달리는 차 안에서 미친 사람처럼 엉엉 울어버린 시간대와 내가 버티기 힘들었던 그 수많은 시간대를 거쳐 지금을 살고 있다.


비행하며 만난 전 세계 수많은 나라들과 추운 겨울날 문득 하와이로 혼자 떠나왔던 7년 전 날과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던 날. 첫아이를 품에 안던 그날과 또 다른 아이를 뱃속에 품을 수 있을 수 있는 지금을 살고 있다.

나의 시간대는 이렇게 소리 없이 흘러가고 있다.


문득 내가 좋아하는 영화인 '어바웃 타임'이 떠올랐다.

'인생은 모두가 함께하는 시간 여행이다.
 사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이 멋진 여행을 만끽하는 것이다.'

처음 이 대사를 만나고는 너무 좋아 몇 번이나 입 밖으로 되네 곤 했다.


승무원이 되고, 혼자 하와이로 떠난
추억으로 남은 7년 전 그날과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
고난과 행복이
공존하는 나의 삶에서
나는 그저 나에게 찾아온
이 멋진 여행을 만끽하고자 한다.













*이미지 출처: 비행하고 글 쓰는 행복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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