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다시 브런치로 돌아오다.

내 마음의 안식처.


어느새, 100일이 지났다.

브런치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겼고, 아왔다.


가끔 누군가의 라이킷이 나를 브런치로 들어오게 하였고, 또 어느 날은 아버지가 보고 싶어 내 글 속에 숨 쉬고 있는 아버지의 흔적을 찾기 위해 들어오곤 하였다.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여유가 없었다.

여유 없는 하루하루가 지나고, 드디어 아이가 100일이 되었다.


많은 어플 중 브런치를 찾아 눌렀다.

오랜만에 글 쓰기를 누르려니 약간의 어색함이 찾아왔다.

'내용을 입력하세요.'

문장 옆 깜빡이는 에메랄드 빛 커서가 무슨 말이라도 써보라며 나에게 재촉하는 것 같았다.


글을 안 쓰는 100일의 시간 동안 내가 느낀 건,

내 품에 안긴 두 번째 아기는 정말 사랑스럽다는 것.

첫 번째 아기도 사랑스러웠지만, 두 번째 아이는 정말 눈만 마주쳐도 방긋방긋 웃어주기에, 그 존재만으로도 큰 행복이라는 것.

내 뺨에 스치는 보드라운 살결과 귀여운 웃음소리를 내며 환하게 웃는 너의 모습에 나는 멀리 있지 않는 행복을 느낀다. 반복되는 일상 속 너는 그렇게 반짝반짝 빛을 내며 크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하는 일이 나를 대변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날을 새고 치열하게 공부할 때는 대학원 박사과정 학생이고, 행복하게 비행할 때는 천상 승무원이다.  좋아하는 글을 쓸 때는 두 시간이 5분처럼 지나가는 글 쓰는 사람이 되었다가, 잠자는 두 아이를 바라보면 말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끼는 엄마이다. 아기가 깬 피곤한 새벽 교대로 아이를 보며

 "피곤하지? 어서 더 자! 내가 아기 볼게."

라고 말해주는 참 고마운 남편의 아내이다.


둘째를 낳고 기르는 100일의 시간 동안 공부를 손에서 놓으니 언제 공부했나 싶고, 비행을 안 하다 보니 언제 비행했나 싶다가 글을 안 쓰다 보니 언제 글을 썼나 싶다.


인생은 이런 것.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나를 대변한다.

하지만 내 안에 열정적으로 공부하던 시간들 설레는 가슴으로 비행했던 순간들과 날을 새고 글을 써도 행복했던 그 모든 날들이 한 겹 한 겹 무수히 쌓아져 있으니, 조급해하지 말고 늘 그렇듯 차근차근 해내어 보자.

우선 나를 행복하게 했던 글 쓰기부터 다시 시작.




                                *
기다려주신 고마운 502명의 구독자님들 감사드립니다.
좋은 글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귀한 시간을 내어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이미지 출처: brunch,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승무원 글이 카카오 뷰에 소개된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