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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에서 승객이 숨이 안 쉬어진다고 했다.

비행기에서 만난 이례상황


뉴욕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장거리 비행기 안.


비즈니스 클래스 담당이었던 나는 늘 그렇듯 객실 통로(Aisle)를 걸어 다니며 승객들의 숙면 상태, 혹시 모른 환자 발생에 대비하여 쓰러진 승객은 없는지 살펴보았다.


첫 번째 식사 서비스가 끝난 후 두 번째 식사 서비스가 시작되기 전, 비행시간에 따라 장거리의 경우 4시간 혹은 그 이상의 승객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밤 비행인 경우 기내의 조명을 어둡게 하여 승객들의 취침을 돕는다.


그렇게 객실 점검 후 비행기 후방 부엌(Galley)으로 걸어왔는데, 눈에 들어오는 승객이 있었다. 승객은 다소 불안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 해당 승객에게 조심히 다가갔다.


"손님 괜찮으십니까?"

라고 물으니 승객은 나를 쳐다보았.


"지금 숨이 잘 안 쉬어질 것 같아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비행기에 자동혈압계가 비치되어있는데, 혈압을 측정해 드려도 괜찮을까요? 손님의 컨디션이 어떠신지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라고 묻자


"그래 주시겠어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라고 말씀드린 후 빠른 걸음으로 자동혈압계가 비치된 객실 전방으로 향했다. 때마침 팀장님께서 계셨고 해당사항을 보고했다.


환자 발생 시 위급한 상황이면 기내 핸드셋에 있는 올콜(All-Call)이라는 전 호출 버튼을 눌러 모든 승무원에게 환자 승객의 위치와 상태를 알리면 모든 승무원은 비행기 탑승전 미리 파악해 놓은 자신의 좌석(Jump seat) 근처에 있는 비상장비를 챙겨서 해당 승객의 근처로 빠르게 모인다. EMK(emergency medcal kit), AED(자동제세동기), Po2 Bottle(응급 산소), 자동혈압계 등 필요한 응급장비들을 준비하여 위급한 환자 승객에게 최대한 빠른 조치를 취한다.

그 후, 승객의 상황이 많이 안 좋은 경우라면 기장님께 보고 후 지상에 위치한 회사 내의 메디컬 센터와 연결해 의사의 처방에 따라 해당 승객에게 적절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한다.


그렇게 자동혈압계를 가지고, 팀장님과 함께 해당 승객에게 향했다.

"손님, 저희 승무원에게 이야기 들었습니다. 잠시 혈압을 재봐도 될까요?"

라고 팀장님이 물어보셨고,

"네. 그래 주시겠어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혈압을 재어보니 다행히 정상 혈압이 나왔다.

승객에서 혈압이 정상혈압 범위에 있다고 안심시켜드렸다. 그러자 승객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팀장님께는 해당 승객은 본인이 케어한다고 말씀드렸고, 보고 사항 생길 시에 다시 말씀드린다고 하였다. 팀장님은 그렇게 하라고 하시면서 승객께 인사를 드리고 앞쪽으로 가셨다.


팀장님이 지나가신 옆으로 창문 덮개가 덮인 창문이 눈에 들어왔다.


"답답하시다고 하셨는데, 혹시 괜찮으시면 제가 비행기 창문을 조금 열어드려도 될까요?"

라고 자,

"그래 주실 수 있으실까요?"

라고 승객이 답했다.


승객 휴식 시간에 휴식을 취하지 않는 승객들을 위해 비행기 뒤편 공간에는 걸어 다니시거나 창문을 보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내려져있던 창문 덮개를 열자 파란 하늘과 하얀색 구름이 눈에 들어왔다. 가만히 창가를 바라보던 승객은 내게

"좀 괜찮아지는 것 같아요.

사실... 한국에 있는 제일 친한 친구가 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한국으로 가는 길이에요. 아직도 믿기지 않고, 초초한 마음이 들었는데 이렇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러시군요. 얼마나 놀라셨어요. 친한 친구분이셨으니 상심이 더 크셨겠어요."

라고 이야기하자,


"네. 그래도 이렇게 승무원님이 말 걸어주시고 하니깐 한결 괜찮아지네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다고 하시니 정말 다행이에요. 혹시 괜찮아지실 때까지 저와 이야기하시겠어요?"

라고 물었고,


"그래 주실 수 있어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럼요."

라고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뉴욕에서는 어떤 시간을 보내셨는지, 뉴욕엔 자주 가시는지, 맛있는 맛집에서부터 요즘 계절에 방문하게 좋은 곳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승객 분도 승무원인 나에게 궁금한 것들 스케줄은 매번 바뀌는 건지, 미국과 유럽 비행기의 승무원은 다른지, 비행이 힘들진 않은지, 지금껏 가본 나라 중 가장 좋았던 곳은 어딘지 등을 물어보셨다.

그렇게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두 번째 식사 서비스 준비 시간이 되었다.


"이제 일하러 가셔야 하죠? 승무원님과 이야기 나누다 보니 답답한 것도 잊어버린 거 있죠? 도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라는 승객의 감사 말이 돌아왔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다니 너무 기뻐요. 이제 곧 맛있는 식사가 준비될 테니 좌석에 가셔서 조금 쉬고 계세요. 혹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말씀하시고요."

라고 환하게 웃으며 말씀드리니 승객은 미소 지으며 고객을 끄덕이셨다.


두 번째 식사 서비스 전 해당 승객의 담당 승무원에게 정보를 전했고, 식사 잘 드시는지와 컨디션을 체크 후 알려달라고 이야기를 해두었다. 식사 서비스 후 승객이 식사도 잘 드시고 컨디션도 괜찮으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두 번째 식사 서비스가 끝나고 어느새 착륙 준비를 해야 하는 시간이 찾아왔다.


해당 승객에게 갔다.

"손님, 편히 쉬셨습니까? 식사는 입맛에 맞으셨어요?"

라고 물으니


"네. 너무 맛있게 잘 먹었어요."

라고 대답하셨다.


"입맛에 맞으셨다니 너무 기뻐요. 컨디션도 좋아지셔서 너무 다행이에요."

라고 이야기하자,


"승무원님 덕분이에요. 비행기라는 공간이 한 번도 답답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숨 못 쉬게 답답해져서 저도 너무 당황했거든요. 정말 승무원님이 다가와서 말 안 걸어주셨으면 쓰러질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라고 대답하셨다.


"한 번도 그런 일 없으시다가 갑자기 그러셨으니 얼마나 놀라셨겠어요. 저 같아도 그럴 것 같아요. 그래도 저의 작은 도움이 힘이 되셨다니 너무 기쁩니다. 어려우시겠지만, 친구분도 잘 보내드리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분을 위해 기도드릴게요."

라고 말하자,


"정말 감사합니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기내 착륙 준비를 하고 좌석(Jump seat)에 앉았다. 창문으로 보이는 인천 국제공항의 모습이 이다지도 반갑던 적은 없었다. 비행기는 착륙했고, 벨트 사인이 꺼졌다.


"Cabincrew, doorside stand by safety check."

팀장님의 방송에 맞춰, 세이프티 체크를 하였다.

벨트 사인이 꺼지고, 승객들이 짐을 챙겨 나오시기 시작했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시간. 한 분 한 분 정성껏 인사드렸다. 그리고 오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그분께도 환하게 웃으며 하기 인사를 드렸다. 그분도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뉴욕 비행이 끝났다.

새벽을 지나 뉴욕을 걸어 한국에 도착하니 피로가 찾아왔지만,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승무원으로서 도움이 되었다니 마음에는 뿌듯함이 찾아왔다.


그렇게 뉴욕 비행이 끝난 며칠 후, 회사에서 칭송 레터가 접수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그분이었다.

비행기에서 있었던 그날의 일들과 자신이 받은 도움 그리고 감사함이 담겨 있었다. 진정성 있는 서비스에 감동을 받았다는 내용과 회사에서 해당 승무원에게 많이 칭찬과 격려를 해달라는 내용도 함께 담겨있었다.


순간을 좋아한다.

내가 진심을 담아 제공한 무형의 서비스가 누군가에게는 진심으로 다가가 감동으로 바뀌는 순간.

 

그리고 감사하게도 나의 진심을 알아봐 주시고, 감사함을 전하는 승객들을 만나게 될 때면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내가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12년 넘게 하면서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이유.
서로가 서로에게 감동을 주는 존재가 된다는 것.
승객의 아픔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승무원에게, 그리고 그 진심을 알아봐 주며 감사하는 전하는 승객을 만날 때, 이 순간은 나에게 영원이 기억된다.



비행기에서
 승객이 숨이 안 쉬어진다고 했던 그날,

나는
사람이 서로가 서로에게
감동을 주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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