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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난 승무원이 되어 뉴욕 한복판에 서 있는다.

쓰고 쓰고 또 썼던 이 문장은 현실이 되었다.


2007년 난 뉴욕 한가운데 서있는다.


나에겐 어렸을 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적어놓은 마법의 노트가 있었다.

그 안에 내가 되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거를 두서없이 적어 내려가곤 했다.

어느 날, 그 노트를 보았는데, 너무나도 많은 것을 이뤄진 현실을 볼 수 있었다.

내가 대학을 항공과를 들어간 것도, 내가 민들레영토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것도, 내가 승무원이 된 것도.

 

내가 승무원이 되기도 전에 난 내 마법의 노트 앞장에 크게

'승무원 ○○○'이라고 승무원 뒤에 내 이름 세 글자를 크게 적어놓곤 했었다.

그리고 항상 내가 가지고 다니던 모든 노트에는 그렇게 적어놓았다.

마치 내가 정말 승무원이 된 것처럼

그리고 그 문구 옆엔 항상 써왔었던 한 가지 문구가 더 있었다.

'2007년 난 뉴욕 한가운데 서있는다.'


항공과 교수님이 너는 승무원이 못 될 거야라고 악담을 퍼부었을 때도 교수님 연구 지도실 방문을 닫고 나오며 속으로 생각했다.


'네가 봐라. 내가 승무원이 되는지 안되는지. 난 반드시 승무원이 된다.'


라고 독기를 품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담했다. 여러 번 승무원 면접에서 떨어졌을 때도, 나랑 같이 면접 준비하던 친구가 먼저 승무원이 되었을 때도 나는 멘탈을 잡고 꾸준히 위에 문장을 공책에 적었다.


승무원 ○○

2007년 난 뉴욕 한가운데 서있는다.


승무원 ○○○

2007년 난 뉴욕 한가운데 서있는다.


승무원 ○○○

2007년 난 뉴욕 한가운데 서있는다.


간절하고, 간절했던 내 마음을 담아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서 종이에 써 내려갔다. 마치 눈을 감으면 눈 속에 위의 문장이 써 내려가 지는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수많은 좌절 속에서도 나는 내가 승무원이 된다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정말 기적적으로 나의 확신과 확언이 현실이 되었다. 꿈같은 현실에 사는 기분.

그토록 꿈꾸던 승무원이 되어 비행하는 매일매일은 꿈같이 지나갔다. 꿈속에 사니 더 이상 '승무원 ○○○. 2007년 난 뉴욕 한가운데 서있는다.'라는 문장을 쓰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그러다 문득 2007년이 세 달밖에 남지 않은 10월의 어느 날.

새로 부여된 스케줄에 쓰인 'JFK(뉴욕)'를 보고, 난 모든 것을 다 가진 것과 같은 행복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뉴욕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냥, 막연히 승무원이 되어 뉴욕에 가고 싶었다.

그리고 그 소망은 이루어졌다.


2007년 10월 내가 뉴욕에 서 있던 날을 기억한다. 노란 택시들이 빠르게 지나가고, 지하도에서 증기 같은 게 올라오기도 하는 뉴욕 거리가 낯설었지만 한편으로 설레었다. 여기저기 사이렌 소리가 귀가 아플 정도로 울려 대서 길을 걷다 깜짝깜짝 놀라기도 했다.

스타벅스 아이스커피를 테이크아웃을 하고, 뉴욕 타임스퀘어를 눈에 담았다. 반짝이는 많은 전광판들이 뉴욕에 온 나를 환영하듯이 화려한 모습으로 반짝거렸다.


인생 살아가며 잊지 못하는 여러 가지 순간을 만나게 된다. 그중 손에 꼽히는 몇 가지 장면들이 있다. 그중 첫 번째는 승무원이 된 순간이었고, 두 번째는 2007년 뉴욕 한가운데 서 있었던 순간이었다.


내가 경험해보니 깨닫게 된 사실이 있다.

간절히 꿈꾸던 것이 현실이 되는 순간은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다. 그날의 짜릿함과 성취감은 인생을 살며 만난 가장 큰 기쁨이었다.


한국에 돌아온 후
난 내 마법의 노트에 있던
'승무원○○○.

2007년 난 뉴욕 한가운데 서 있는다.
는 문구를 지웠다.



꿈은 현실이 되었다.




2007년 난 승무원이 되어 뉴욕에 있었다.
승무원 ○○○. 2007년 난 뉴욕 한가운데 서있는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비행하고 글 쓰는 행복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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