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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이 되고 싶은 분들 보세요. (2)

면접에서 합격하는 나만의 방법 (내면적인 부분)


승무원이 되기 위해 많은 면접을 보았다. 몇 번의 원치 않은 실패는 맛보고 나보다 먼저 승무원이 된 동기들이 하늘을 날아 전 세계를 다닐 때 나는 내 방에서 승무원 준비생 신분으로 그녀들을 몰래 동경했었다. 비참한 기분이었다. 누구보다 간절히 승무원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승무원이 되기 전까지 모든 SNS를 끊고 면접 준비에만 몰두했었다.


그리고 기적 같이 내가 승무원이 되던 날. 아직은 어색한 유니폼과 올빽머리에 케리어를 끌고 리무진에 몸을 실었다. 창밖에는 봄의 싱그러움을 알리는 초록색 나무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날의 설렘, 처음이란 긴장감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콜버튼이 켜져도 어디인지 보지 못하는 어리바리함과 승객들 앞에서 난생처음 해보는 비행기 안전을 알려드리는 데모 시연 시 많은 승객들이 나를 보는 시선에 몹시 부끄러웠지만 의연하게 해냈던 나의 모습과 해외 스테이션에서는 혹여나 길을 잃을까 선배들을 쫓아다니바쁘던 나의 신입승무원 시절이 어제같이 생생히 기억난다. 미숙했지만 승무원이 되어 마냥 행복했던 나를 실은 비행기는 늘 어딘가로 날아올랐고 그렇게 나는 12년 동안 전 세계의 아름다운 곳들을 두 눈에 담고 있다.


이제는 12년 차 승무원이 되었지만 간절하고 간절했던 승무원 지망생 시절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면접 노하우 중 내면적인 부분에 대해 글을 쓰고자 한다.


 혹시 승무원을 준비하시는 분이라면 앞서 '승무원이 되고 싶은 분들 보세요. (1) 외형적인 부분'에 대한 글을 밑에 링크를 걸어두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다.


이 글은 승무원을 준비하는 분들 입장에서 예비 승무원으로서 준비해야 하는 내면적인 부분과 승무원이 된 후에도 영향을 미치는 내면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내가 어떤 사람인 줄 알아야 한다.


면접에서 면접관님이 아래와 같이 질문하셨다.


" ○○씨는 어떤 사람인가요?"


"어떡해서 ○○씨가 이 면접 자리까지 왔다고 생각하시나요?"


첫 번째 질문은 입사 전 면접이었고. 두 번째는 입사 후 면접이었다. 다른 질문이었지만, 나에 대해서 잘 알아야지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라는 면에서 공통점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이 질문에 대답에 있어서 내가 승무원이되기에 적합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대답하는 것이 가장 큰 포인트다.


"저는 밝고, 친절하며, 건강한 사람입니다. 저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손님들이 제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행복해하면 그것으로 더 행복해지는 친절한 성향을 가진 사람입니다. 또한 꾸준히 태권도를 배움으로써 단증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승무원으로서 고객감동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저의 이 친절함과 건강함이 승무원이 되었을 때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위의 대답은 내가 면접 시 했던 대답이다. 각각 다른 개인이기에 나의 어떤 점이 승무원이 되기에 적합한면인지 생각해본 후, 가능하다면 그것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면접관님께 와닿을 수 있도록 에피소드와 섞어 이야기하면 좋다. 내가 휴직 전 갓 입사한 신입 승무원들을 보면 밝고, 친절하며, 예의 바른 느낌이 드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기에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한 후 자신의 어떤 면이 승무원이 되었을 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생각을 정리해 보는 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위의 대답 중 한 가지 팁이라면 승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수조건이기에 한 가지 운동을 꾸준히 해서 자격증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운동을 하고 있다고 면접 시 언급하면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2.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찾아야 한다.


많은 면접을 보았지만 스트레스 해소법에 대해 묻는 면접관님도 많이 계셨다. 그때는 이 질문을 하시나 의아했었다. 하지만 막상 승무원이 되고 비행을 하게 되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갓 승무원이 되었을 때는 업무적으로 미숙하기에 비행을 시작하며 6개월까지는 팀장님 부팀장님 선배님들께 많이 혼이 난다. 또한 감정을 써야 하는 직업이기에 좋은 승객을 만날 수도 있지만 진상 승객을 만날 수도 있다. 그 경우에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 또한 클 수 있다. 하지만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다면 이 부분도 잘 이겨내서 오랫동안 건강하게 비행할 수 있다.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깨끗하게 샤워 후 향기가 좋은 바디로션을 바르고, 예쁘고 편안한 잠옷을 입고 푹신한 침대에 들어가 잠을 청할 때 스트레스가 해소된다. 그 외에도 친한 친구와 노래방 가서 신나게 노래 부르기, 친구와 수다 떨기, 재즈댄스 배우기, 피아노 치기, 세계 여러 나라의 맛있는 음식 먹기. 다이어리 꾸미고 쓰기 등등이 있다. 나는 다양한 스트레스 해소법을 가지고 있었고 면접 시에도 다양한 스트레스 해소법을 가지고 있기에 스트레스받는 상황에서도 잘 이겨내는 성향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정말 그러했기에 12년이 지난 지금도 행복하게 비행하고 있다.


3. 내가 하는 생각과 말을 점검해야 한다.


항공사 실무면접 시 내 옆에 있던 분이 받은 질문과 대답을 아직까지도 기억하고 있다.


 "최근 읽은 책 중에 기억에 남는 책이 있나요?"

라는 질문이었다, 그러자 옆에 면접자는


" 사람을 죽고 죽이는 소설이 기억납니다."

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그녀와는 임원면접에서는 만날 수 없었다. 항공사 면접 시 자신에게 오는 질문의 수는 많지 않다. 실무면접 때는 면접자의 이미지 즉, 승무원에 가까운 외형을 가지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본다. 그리고 임원면접에서는 그 사람의 내면적인 부분을 집중해서 살핀다. 회사 입장에서는 승무원으로 채용을 하면 채용된 사람이 그만두거나 사고를 치지 않는 이상은 해고하기가 어렵다. 그러기에 혹여 이상한 사람을 채용하게 되면 해고하기도 어렵고, 비행기 컴플레인을 받을 수도 있으며, 승무원들 사이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에 신중을 기해 사람을 뽑는다. 면접관님들은 면접자의 질문에 대한 답에서 그 사람에 대한 힌트를 얻는다. 그 사람의 말이 곧 그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면접 시 내가 받은 단 하나의 질문이라도 놓치지 말자. 위와 같이 준비하지 못한 상황이라도 자신이 승무원이 되고자 한다면 그것과 연관된 책을 이야기하는 것이 꼭 필요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그리고 면접 준비 시 나의 장점을 파악하고, 단점 또한 장점이 될 수 있는 단점을 생각해내어 질문의 대답에 잘 녹여내야 한다.


내가 승무원 준비생 시절 싸이월드가 유행했었다. 같은 항공과에 몇몇의 동기들이 먼저 승무원이 되었고, 전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면 찍은 사진들이 그녀들의 싸이월드에 등재되었다. 그녀들의 사진을 볼수록 승무원이 되지 못한 나에 대한 질책이 심해졌다. 그러던 중 이 감정은 지금 나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나는 싸이월드를 닫았다. 그리고 내 방 컴퓨터에 포스트잇을 붙여 '승무원이 되기 전 싸이월드에 들어가지 않겠다.'라고 적었다.


그리고 나는 내방이라는 동굴로 들어갔다. 두 달의 시간 동안 나는 나만의 동굴에서 승무원 면접 준비만 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분석했고, 내가 가고자 하는 항공사에 대해 분석했다. 그리고 내가 가진 장점과 장점 같은 단점을 녹여 몇백 개의 예상문제에 답을 달고 달달 외웠다. 그렇게 몇 달을 외웠고 마침내 툭치면 나올 정도로 예상 문제에 대한 답변을 완벽하게 외우게 되었다. 그 이후 추가적으로 외운 것이 티 나지 않게 속도 조절하는 것과 자연스러운 아이컨텍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했다. 정말 신기한 건 내가 시간을 들이고, 정성을 들여 완벽하게 모든 질문에 답을 암기를 했더니 모의 면접 시 암기하지 않은 것 같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준비한 질문이 아니어도 그동안 내 머릿속에 정리돼있던 답변을 응용해서 자신감 있게 답변할 수 있었다.


내가 승무원 준비생 시절 똑같은 운동복에 매일같이 면접 준비를 하느라 놀러 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계속 연습만 했던 때가 기억이 난다. 마치 동굴에 들어간 곰처럼 승무원 준비만했다. 나의 일상은 초라했다. 나도 여름이면 예쁜 수영복 입고 바다에 가고 싶었고, 가을이 되면 단풍 구경을 가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운동복 차림에 승무원 면접 준비라는 지루한 일상의 반복이었다. 하지만 난 정말 간절히 또 간절히 승무원이 되고 싶었다. 승무원 면접에 합격할 때까지 아무도 만나지 않고 승무원이 안되면 죽겠다는 마음으로 준비를 했다.

대충 준비해서는 되지 않는다는 걸 이미 여러 번의 면접의 실패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렇게 치열한 시간을 동굴에서 보냈고, 마침내 면접 당일 나의 동굴에서의 시간은 결국 빛을 볼 수 있었다.


승무원을 꿈꾸는 당신이 얼마나 간절한지 나 또한 잘 안다. 승무원을 준비하는 그 시간 또한 얼마나 힘들고, 지치는지 나 또한 잘 안다.


하지만 이 고된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승무원이 된다면 파리에 에펠탑이, 런던의 빅벤이,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을 특별한 여행이 아닌 평범한 일상에서 만날 수 있게 된다.


섹스 앤 티에서 주인공이 먹던 뉴욕의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기분 좋은 햇살을 맞으며 브런치를 커피와 곁들일 수도 있고, 파리의 유명 마카롱 가게에서 파는 알록달록한 마카롱을 여러 개 사서 파리의 시내를 보며 먹을 수도 있다. 그리고 런던에 버거 앤 랍스터 가게에서 탱글탱글한 랍스터에 시원한 맥주 한잔을 곁들일 수도 있다.




지금 승무원을 준비하는
 반복되는 이 순간이
내가 그랬듯
막막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힘든 시기를 잘 견뎌내고,
열심히 준비해서
마침내
당신이 승무원이 된다면

당신의 일상에
파리, 런던, 뉴욕이 찾아올 것이다.

그러니
조금 더 힘을 내기를
우리가 비행기에서 만나
웃으며 인사하는 그날을 기다리며









*이미지 출처: Unsplash


혹시 승무원을 준비하시는 분이라면 앞서 '승무원이 되고 싶은 분들 보세요. (1) 외형적인 부분'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brunch.co.kr/@yeonilove77/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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