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카페 사장님과 서서 30분을 이야기 한 이유.

우연히 삶에서 닮은 사람을 만나다.


집 앞 3분 거리.

내가 자주 가는 카페가 있다.

카페에 간지도 7년.

처음 이곳 카페 사장님을 만난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는 않는다. 막연히 기억나는 건 언제나 밝고 친절하게 주문을 받으셨던 사장님의 모습이었다.


처음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눈 건 박사 과정을 준비하면서 였다. 수많은 자료들을 펼쳐놓고 5시간을 앉아 공부하는 나를 보고 손님이 없는 틈을 타 살짝 물어보셨다.


"무슨 공부를 이렇게 열심히 해요?"

웃으며 물어보시는 사장님께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 과제를 준비하고 있어요."

라고 답했다.


"그러시구나. 열정적으로 하시는 모습 보기 좋아요."


라며 응원의 말을 건네셨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또 언젠가의 여름.

첫째 아이를 데리고 시원한 커피가 마시고 싶어 들린 카페에 사장님이 계셨다. 나에게 인사를 건네며 말씀하셨다.


"아기가 있었어요? 매번 와서 공부하길래 아가씬 줄 알았는데, 너무 귀여운 공주님이 있었네요? 너무 귀여워요! 제 아들은 벌써 20살이랍니다."


"와 20살이요? 사장님 그렇게 안 보이세요."


피부도 좋으시고, 늘 웃으며 활기차 보이셨던 사장님은 20살 아들이 있는 엄마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렇게 웃으며 몇 마디 나누고 딸에게 맛있는 과자를 건네주셨다. 괜찮다고 했지만 더 괜찮다며 귀여워서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하라고 하시며 주셨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렇게 공부할 일이 생기면 카페로 향했고, 사장님은 바쁘신지 아르바이트생이 카페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둘째를 임신하고 막달이 되었을 때 박사 예비발표를 준비하러 간 카페에서 사장님을 만날 수 있었다.


"둘째 임신한 거예요? 너무 잘됐다."

박수를 치시며 축하해주시는 모습에 내가 더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임신했는데도 공부하는 거예요?"

라는 질문에


"네. 아기 낳기 전까지 예비 발표까지 끝내려고요."

라고 답했다.


"대단하다. 진짜 멋져요."

라는 칭찬을 해주셨고, 감사하다는 말을 건넸다.


공부를 끝내고 집을 가려는데 사장님이 다가와 딸기와 함께 넣은 차를 건네며 아기랑 집에 가서 먹으라며 챙겨주셨다. 순산하라는 말과 함께. 늘 괜찮다고 하지만 더 괜찮다는 사장님이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전했다. 감사한 마음에 뒤뚱뒤뚱 집으로 가서 좋아하는 향이 나는 핸드크림을 가져가 사장님께 건넸다. 깜짝 놀란 사장님을 뭘 가져왔냐고 괜찮은데, 잘 쓰겠다며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아이를 순산하고, 키우며 문득문득 사장님 생각이 났다.


그러던 중 고민해야 할 것들이 있어 카페를 찾았다. 주문을 하려는데 사장님이 계셨다. 안 그래도 계속해서 아르바이트생이 있어 사장님의 안부가 궁금했던 참이었는데 반가움은 배가됐다.


"어머! 아기 낳고 온 거예요? 축하해요! 살도 다 빼고 왔네요!"

라며 인사를 건넸다.


"사장님 잘 지내셨어요? 안 그래도 안부 궁금했어요."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손님이 다행히도 없는 시간대라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녀는 최근 온라인 구매대행을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나이 오십이 넘어서 인터넷으로 하려니 너무 힘든데 너무 재미있다고 하셨다. 반짝이는 그녀의 눈빚이 좋았다. 한편으로 나이 오십에도 열정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날 수 있다는 것에 안도했다. 나도 그 나이가 되어도 사장님처럼 빛나는 눈을 가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보였다.


최근 이런저런 고민들에 비행을 하고 아이를 고등학생까지 키운 언니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볼까 생각을 했었다. 그녀의 삶은 어땠는지. 나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그녀가 먼저 살아온 삶이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전자책 표지 제작에 복직  영어 자격 갱신 관련 공부에 아이 둘을 키우느라 글 쓸 틈도 없이 아이를 재우며 함께 잠드는 날들은 보내고 있어 만남을 추진하진 못했다.


그러던 중 카페 사장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그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나에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견해를 주었다. 자신이 살면서 잘한 부분 그리고 후회되는 부분을 말해주었다. 막연히 커피가 좋아 카페를 시작했고, 새로운 것도 좋아하게 되어 열정적으로 공부하시는 사장님의 경험에는 큰 힘이 담겨있었다.


이야기하며 느꼈다.

이분은 나와 같은 성향이라는 것을.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30분이 지나있었다. 손님들이 오기 시작했고, 나는 자리에 앉아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했다. 사장님은 응원의 뜻이라며 벤티 사이즈 카라 마키아토를 선물로 주셨다. 감사 인사를 전했고, 다음엔 선물을 가지고 와야지 생각했다.


사실 카페에 오기 전, 이런저런 고민들로 머릿속이 복잡했었다. 하지만 우연히 만난 카페 사장님과의 대화를 통해 어느 정도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어느새 시계는 3시.

첫째 아이 유치원 하원 시간이라 사장님께 인사를 하고 카페 문을 나섰다. 볼을 스치는 바람은 시원했고, 기분이 좋아졌다.



문득
카페 사장님과
서서 30분을 이야기를 하며 깨달았다.

인생에선
이렇듯 우연히
나와 닮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낯선 타인과도
 서로를 응원하며
도움을 줄 수는
사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은
아직
살기 좋은 곳이라는 것을






*이미지 출처: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아버지가 암에 걸리셨다고 하자 남편이 나에게 건넨 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