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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1월 미국 어느 한 호텔에서

지금 미국 어딘가에 와있다.

비행시간은 12시간 28분.

유달리 흔들렸던 비행기와 이례 없이 왔던 비행.


2박 3일의 짧은 일정.

호기롭게 도착하자마자 쇼핑몰에 가서 먹을 것을 사 오려고 쇼핑몰 픽업 버스 시간을 확인했다.


오전 11시.

호텔 키를 받은 시간은 오전 10시 20분.

샤워하기 빠듯한 시간이었지만, 12시 차를 타도 된다는 생각에 느긋하게 샤워를 했다.


샤워하고 나온 시간은 11시 10분.

12시 차를 타야지 하고 다짐하고, 피곤하니 잠시 침대에 누워야겠다 생각하고,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번쩍'

눈을 떠보니 어느새 시계는 오후 6시 30분.

호텔 창밖에는 어스름한 어둠이 내렸다.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다.

7시간의 숙면으로 몸은 확실히 개운해졌다.


요즘은 비행을 끝나면 씻고, 유튜브를 보며 간식거리를 먹다 잠드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잠깐 본다는 유튜브는 어느새 3시간이 지나있었다. 그렇게 잠이 든 날은 어김없이 피곤이 찾아왔다.


푹 자고 일어나니 깨달았다.

확실히 비행 후에는 유튜브를 보지 않고 푹 자는 것이 컨디션 회복에 더 좋다는 것을.

앞으로는 유튜브를 보지 않고 자보자고 다짐했다.


그런 후 남편과 화상 통화를 했다.

아이는 유치원에 잘 보냈다는 이야기와 함께 내 머리에 지어진 어마무시한 까치집에 그는 깔깔 웃으며 내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캡처했다.


나도 자고 난 후 본 거울에 비친 내 머리에 지어진 까치집에 깜짝 놀랐는데, 역시 남편은 놓치지 않고 놀렸다. 이렇게 웃을 수 있는 우리의 관계가 좋다.


해야 할 것들을 노란색 포스트익에 적었다.

야심 차게 우선순위 우위에 있는 일부터 시작했다.

다이어리 정리하기, 공부하기.

그렇게 두 시간이 지나니 또 자고 싶어졌다.


잠시 멈추고 다시 포근한 호텔 침대로 들어가서 추가로 잠을 청했다.


비행을 오기 전 방콕으로 7일간 여행을 갔었다.

그 여행의 여독인지 자꾸만 졸음이 몰려왔다.

그 여독을 이곳에서 다 풀고 가는 듯한 느낌.


요즘 바쁘다는 핑계로 운동을 미뤘더니 컨디션 난조가 찾아왔다. 아이 둘을 동반한 여행에서 저조한 컨디션은 바로 표가 났다.


그래서 다짐한 것이 바로 매일 운동하기였다.

오랜만에 스쿼트 100개와 티파니 허리운동을 하니 온몸이 뻐근했다.


다음날 힘들었지만 장거리 비행을 가도 거뜬한 체력이 생긴 느낌이었다.


운동하고, 따뜻한 물에 반신욕 하며 좋아하는 책을 읽었다.


화장을 하고, 머리를 한 후 좋아하는 향이 나는 향수를 뿌리고 유니폼을 정갈히 입은 뒤 호텔 카페로 내려왔다.


매콤한 브리또와 따뜻한 카라멜마끼아또 한잔을 시켰다. 잠시 후 직원이 내 음식과 커피가 준비되었다고 알려주었고, 나는 반갑게 음식을 받으러 갔다.


갓 나온 매콤한 브리또를 한입 먹자, 입안 가득 매운맛이 퍼졌다. 뜨거운 카라멜마끼아또를 먹으니 카라멜의 단맛이 매운맛을 중화시켰다. 꽤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여유롭게 비행 관련 브리핑 시트를 보며 맛있는 브런치를 먹었다. 


맛있게 먹고 난 후 좋아하는 색깔의 립스틱을 바르고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났다.


카페를 나서자

직원이 나에게 건네는 안전한 비행이 되길 바란다는 말에 따뜻한 배웅을 느꼈다.

7cm 하이힐에서 들리는  또각또각 소리를 들으며, 호텔 픽업 장소로 향했다.


24년 1월 미국 어느 한 호텔에서 난 22시간의 체류  시간 동안 참 많은 것을 했다.


쉼과 운동 그리고 공부와 독서.

그리고 맛있었던 브런치까지


사실 이날은 인생의 평범한 어느 날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 하루는 내가 그토록 꿈꾸던 승무원이 되어서 호텔에서 보내고 싶었던 호텔 라이프였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익숙함에 잊고 살지만

다시금
생각해
감사하자.

나는 내가 꿈꾸던 삶을 살고 있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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