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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하지 않은  인생 속에서 얻은 지혜

친구 따라 승무원이 된 후배와, 좌절 끝에 승무원이 된 나와의 차이

내가 갓 입사했을 때,
싸이월드가 한창 유행하고 있었고
때는 2005년, 새로운 유니폼을 교체했던 시기라 인펙트 있던 노래와 승무원 유니폼을 입고 패션 쇼하듯

나오는 광고가 너무 멋있어서, 한동안 내 싸이월드 메인 사진을 장식했었다.


내가 승무원이 되어

저 유니폼만 입을 수 있다면 

정말 꿈만 같을 것 같았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꿈같은 일이 벌어졌다.
회사 임원 면접 때 유니폼을 입고 면접을 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날의 설렘이 아직도 기억난다.

흰색과 청자색 난방 중 고를 수 있었는데,
나는 청자색 난방을 입고 면접에 임했다.


잊지 못할 유니폼과의 첫 만남-

그리고 국제선 전환 교육에서 떨어져 맞이한 이별-
다시 못 만날 줄 알았는데,
극적으로 다시 들어와 유니폼을 지급받았던 날을 기억한다.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유니폼을 껴안고 잠들었던 그날 저녁을-

친구 따라 면접 보러 왔다가

승무원이 되었다는 후배의 말을 들었을 때,
저렇게 편하게 들어오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참 이렇게 아등바등

힘들게 들어 올 일인가라는
약간은 억울한 생각도 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나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그 경험은 나를 이곳에서  버티게 해주는

힘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쉽게 들어온 그녀는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만두었다.
일이 너무 힘들다, 내가 생각하는 일이 아녔다라며 불만을 늘 토로하던 그녀는

쉽게 들어온 만큼 그만두는 것도 쉬웠다.

그토록 꿈꾸던 이곳에 들어와
마지막 과정에서 떨어지고-
다시는 못 들어올 것 같던 이곳을 동경하던

눈물겨운 시간을 지나
마침내 승무원이 된 나는
비행을 하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아 진짜 이 일 그만둬야지."
라고 말해 본 적이 없다.

아주 간절히 원하고,
어렵게 이곳에 들어온 만큼
나는 내가 있는 이곳이
늘 소중하고, 애틋했다.


그 마음 그대로 12년째
초심을 지키며 감사한 마음으로 비행을 하고 있다.

그때 '나락'으로 떨어졌던 고난의 사건이 아이러니하게

나에겐 이곳에서 더욱 역량을 발휘하게 된 '자산'이 되었다.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는 걸 잘 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때로는 공평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누군가가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면 이야기한다.
"인생에 굴곡이 참 많네요."

사실 난 이 말에 동의한다.
하지만 그 많은 굴곡들을
지나온 지금, 난 생각한다.

인생의 수많은 굴곡이
나를 더 나은 나로 만들어주려고 찾아와 준 것이라는 걸-
그 좌절의 시간을 묵묵히 견디고,

이겨내며 나는 내 직업 아끼고 사랑하는 남다른 소명의식이 생겼다.


집안이 어려워진 경험을 한 후로

나에게 찾아온 작은 것 하나까지도 놓침 없이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음식이 정말 맛있네요."

라며 웃는다.

비행을 하며 마주하는 찬란한 순간들을 눈에 담을 때는

"정말 너무 아름답네요."

라고 진심을 담아 말한다.

늘 곁에 있을 때는 당연하게 느껴졌던 일상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다는 걸-

어렸을 때 갑자기 찾아온 가난과 마주했을 때 깨달았다.

맛있는 음식, 편안한 보금자리, 여행할 수 있는 여유가 사실은 너무도 소중한 것이라는 것을-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항상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말하는 나를 보며

궂은일 한번 안 하고 곱게 자란 사람 같다는 말을 한다.

나는 그런 말을 들을 때면 그저 미소 진다.


고난이 나에게 준 선물-
일상의 평범함을
귀하게  여기는 법이
내 안에 남아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행복한 그녀로 남게 되었다,


인생에 좋은 일만 있지 않는다는 걸 이젠 잘 안다.
완벽해 보이는 사람뿐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도 각자의
삶의 무게를 견디고 살아간다.

그걸 알기에 나에게 찾아온

삶의 무게를 하나씩 하나씩 헤쳐나가며

인생이라는 스승을 통해

나는 오늘도 지혜로워지고 있는 중이다.

스무 살 무렵
그 많은 좌절을 겪고 일어나 보니 이제는 어떤 좌절이 와도 무너지지 않는 법을 배웠고
나는 그만큼 성장해있었다.

나는 그렇게 나에게 찾아온
공평하지 않은 인생에서
공평함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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