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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 가족에게 꼭 필요한 이것.

가족의 삶의 무게를 덜어주는 법.


비행이 끝났다.

발은 더 이상 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날을 새고 온터라 눈은 정신력으로 뜨고 있다. 비행기 도착 후 객실을 한 바퀴를 돌며 오버헤드빈과 좌석 들에 수상한 물건이 남겨진 것은 없나 다시 한번 안전 점검을 한다.

점검을 마치고, 앞치마와 디건을 챙기고, 화장품 파우치, 핫팩, 장갑케리어에 담는다. 실외 구두로 갈아 신고, 케리어를 끌고 게이트로 나간다.

오늘 비행에 특이사항에 대해서 디리핑을 하고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인사를 건네고, 게이트를 빠져나온다.


'배고프다.'

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비행기 착륙하며 기는 압력 차이로 장기의 팽창과 수축 때문에 비행이 끝나면 아주 배고픈 상태가 된다. 팀 사람들 중 자취하는 몇 명의 동료들과 인천공항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다.

자취하는 동료들과 집에 아기가 있는 엄마가 비행 후 에너지가 제로인 상태에서 집에 가서 밥을 차려먹는 것 자체가 무리기에 저녁은 인천공항에서 해결하고 들어간다.

도착 후 자주 먹는 음식은 김치찌개와 계란말이 세트. 해외에서는 체류하는 동안은 한동안 매콤한 맛 볼 수 없기에 오랜만에 입안에 퍼지는 매콤한 김치찌개의 맛에 행복해진다.

시원하고 달달한 커피를 한잔 마시고 집에 가는 리무진 시간에 맞춰 버스에 탄다.


버스에 탄 후 곤함에 잠깐 눈을 감았을 뿐인데, 어느새 버스는 우리 집 정류장에 도착해있다. 이럴 때는 한 시간 반라는 시간이 정말 순식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리무진 버스 아저씨께 가방 표를 드리고, 케리어 헹어를 걸고 작은 케리어까지 차곡차곡 쌓는다. 천근만근 몸으로 7Cm 하이힐을 신고 무거운 케리어를 끌고 집으로 향하는 그 무게는 내가 체감하는 그것보다 더 무겁다.


드디어 현관문 앞.

'띠띠띠띠딕'

문에 비밀번호를 입력한다.

문을 열자,

"엄마?"

라는 반가운 목소리 함께

'후다다닥'

전속력으로 뛰어오는 웃음 가득한 세 살 딸아이가 눈 앞에 온다.

그 뒤로 고생했다는 남편의 인사가 들리고, 남편은 케리어를 번쩍 들어서 집안으로 아준다.

그 짧은 순간.
날을 새고 비행을 한
그 모든 피로가 사라졌다.
'마중'이 주는 힘의 크기를 느꼈던 날.


해외와의 시차 때문에 한국 시간 새벽 4시 눈 비비고 일어나, 비행 준비를 하고 날을 새고 한국으로 가는 길목을 지켜주는, 나를 이토록 기다려주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

이 가족이라는 운명공동체가 보이지 않는 삶의 무 덜어주는 느낌 든다.


너무 공감되는 귀여운 아기와 강아지의 마중의 모습.


코로나 시대를 살며,

KF94 마스크를 쓰고 만원 버스를 타고, 출근해서 업무를 보고 힘든 하루를 보냈을 남편이 집에 왔다는 것을 알리는

'띵동'

벨소리가 들리면 나와 딸아이는 놀이를 하던걸 멈추고 현관으로 후다다닥 뛰어나간다.

그리고는 남편이 장난치듯 현관문에 빼꼼 얼굴을 보여주면 나와 아이 손을 공손히 모남편에게 인사를 한다.

"아빠 다녀오셨어요."

딸아이의 해맑은 인사에 남편의 표정은 사르르 녹아있다. 

그리고는 폴짝폴짝 뛰며

"아빠. 아빠. 보고 싶었어요."

 라고 환하게 웃어 보이는 세 살 딸아이.

"여보 수고 많았어요."

라며 나도 인사를 건넨다.


이 모든 말과 행동에 '사랑'이 담겨 있다는 걸 남편은 잘 안다.

코로나 시대에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밖에서 치열하게 하루를 보내느라 참 고생이 많았다고,

그 고생 눈으로 보지 않았어도 잘 안다고

이제 따뜻한 집에서 편히 쉬어도 된다는 말.


https://m.youtube.com/watch?v=ETAhqD0w9tc

아빠의 피로를 녹여버리는 아이의 마중


코로나 시대가 길어지며 많은 가족들이 점점 더 지치고 있는 요즘.

사회라는 치열한 세계에서 오늘도 살아낸 사랑하는

'가장'이 집에 들어왔을 때 조금 더 환한 얼굴로 '마중'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드신 아버지 혹은 어머니의 익숙한 퇴근에 오랜만이라도

"수고하셨어요."

라는 말 한마디가 사실 무너 저 가고 있던 아버지 혹은 어머니를 살게 하는 한마디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다.


그리고 집에서 하루 종일 나가지 못하고 아이를 돌보는 아내 혹은 남편에게

"오늘도 수고했어."

라는 말 한마디 건네는 건 어떨까?


나의 수고를 누군가 알아준다는 것.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수고했어'라는  한마디가 눈에 보이지 않는 족의 삶의 무게를 조금은 덜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해 보았다.


나는 오늘도 힘든 하루를 보냈을 남편이 집에 오면 말한다.


"오늘 하루도 참 수고 많았어요."


대한민국 모든 가족들 힘내세요.



그림 출처: 딸바보가 그렸어

아기 마중 사진 출처:https://m.insight.co.kr/news/112835

아기 마중 동영상: https://m.youtube.com/watch?v=ETAhqD0w9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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