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이스탄불에서 설렘을 맛보다.

  어느새 비행 8년 차.
사실 비행을 8년 정도 하게 되며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어느 나라를 가도 감흥이 적어진다는 것.


 장거리 첫 비행.

런던에서 빅벤을 마주했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가슴은 쿵쾅거리고, 웅장한 런던의 모습에 압도되었던 그때를-

비행을 갓 시작했을 때는 투어도 많이 다니고, 새로운 나라를 가면 설레고 두근거렸는데,

매번 해외를 나가는 직업 특성상, 비행에서 오는 비행 피로도와 이미 가봤던 나라라는 이유로 밖에 나가 투어를 하기보다는 호텔방에서 쉬거나 다운로드해 온 드라마나, 가져온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이번 이스탄불 비행도 그러했다.

밖에 나갈 생각은 없었고, 캐리어에 좋아하는 영화를 담은 노트북과 두 권의 책을 담아왔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투어를 나가자는 제안을 받았고, 그렇게 갑작스럽게 나간 투어는 시간이 모자를 정도였다.


버스에서 내려 코끝 가득 퍼지는 바다향기를 마주하며, 두 눈으로 광활한 바다를 바라보고 거니는 시간이 좋았다.

갓 내린 석류주스의 시큼한 맛도 좋았고, 새끼 고양이와 아기가 노니는 장면을 여유롭게 지켜보는 것도 좋았다.


팀장님께서 데려가 주신 양고기 집에서 입에서 녹는 양고기와 맛있는 젤라토와 팀원들과 이야기하는 즐거운 시간까지, 기대를 전혀 안 하고 갔던 이스탄불에서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왔다.


그리고 문득 비행기에서 만난 승객들이 떠올랐다.

 비행 오는 내내 이스탄불 여행 책자를 보며 여행에 들뜬 행복한 승객들을 보며, 문득 누군가는 이곳에 오기 위해 시간을 들여 돈을 모으고, 여행책자를 공부하며 이스탄불이라는 나라를 동경하며, 여행 가는 날은 손꼽아 기다렸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반성하게 되었다.
 몸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버스만 타고 조금 나가면 누군가는 이토록 꿈꾸던 곳이 눈앞에 있는데

'익숙하다'는 이유로

너무 많은걸 놓치고 살진 않았나 생각하게 되는 비행이었다.


 어느덧 8년 차.

많은 세상을 볼 수 있는 나의 직업에 감사하며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밖으로 나가야겠다.


(2014.9.3. 이스탄불의 기록)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의 삶엔 당신만의 오아시스가 있으신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