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의 캐리어 안에는 자신만의 작은 세상이 있다.

설렘을 담아 비행 가방을 싸 보았다.

2020년 1월 10일 금요일.

샌프란시스코까지 9시간 46분 비행시간.
내 캐리어 안에는 나만의 작은 세상이 있다.

낯선 나라에서 나와 함께 4일을 보낼 나에게 가장 익숙한, 그리고 나에게 꼭 필요한 것들로 차곡차곡 담아보았다.

내가 사랑하는 호텔콕, 사진은 LA
창밖 뷰가 너무 멋진 이곳.


이번 여정이 더 좋았던 건

인천공항에서 구매한 몇 주 전부터 보고 싶었던 책을 두 개의 책방을 돌아 겨우 산 것과
갈릭 바게트 맛과 인절미 맛 과자 그리고 초콜릿, 달달한 커피 몇 개.
그리고 노트북에 다운로드 한 몇 편의 좋아하는 드라마들.
몇 달 전에 샌프란시스코에 왔던 터라,

'호텔방이 추웠었었지?'

기억을 더듬어 챙긴 도톰한 내복과, 수면양말.

건조함을 대비해 챙긴 워터 스프레이, 립밤, 오일.


승무원의 캐리어에는 고정 멤버들이 있다.

내 가방의 고정 멤버는

폭신폭신 슬리퍼,

해외 어디 가든 필요한 어답터 2개,

핸드폰, 에어 팟, 각종 전자기기의 충전기,

선글라스,

벼운 에코백,

비행 도착 후 식사 때 매고 나갈 작은 크로스백

장거리 비행에 지친 피부를 위한 여러 개의 팩과,

잠옷과 속옷

작은 하늘색 꽃무늬 우산,

건강보조 제품,

머리빗, 집게 핀, 리끈, 세망, U자 핀, 프레이

여분 비행 스타킹.

매니큐어, 매니큐어 리무버

여분의 귀걸이, 목걸이

세안 용품, 화장 용품

운동복, 운동화, 양말

좋아하는 책, 노트북, 다이어리, 펜

커피, 간식, 라면, 김치, 사과주스, 휴대용 수저통

이 고정멤버들은 늘 내 케리어에 들어있다.


그 외에 추가로

각 나라에 계절에 맞는 옷.

투어 가는 나라일 때는 카메라,

(더운 나라) 수영복, 챙 모자

(스테이션에 따라) 편한 신발, 또는 구두

(아침 뷔페 있는 곳, 특히 유럽노선) 단정한 원피스 등을 추가해서 넣는다.


늘 생각하지만, 승무원의 캐리어 안에는 자신만의 작은 세상이 있다. 승무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캐리어엔 자신만의 작은 세상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자신의 취향이 반영된 것들이 모여 있는 곳.

매일 비행을 가는 나는 나의 취향들이 가득 차있는 캐리어를 열 때 분이 좋진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살아낼 수 있는 것들 모임.

12년을 비행을 하니 그 취향은 더욱 확고해져 간다.


예쁜 욕조가 있는 호텔을 만날때 신이난다. 이곳은 사이공 호텔.

장거리 비행 후,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디카드와 진주 귀걸이, 시계를 풀러 컵에 휴지를 한 장 깔고 담아 둔다.

깨끗이 샤워 후, 따뜻한 물로 반신욕을 하며 책을 읽는다.

반신욕 후 향기 나는 바디로션과 건조하지 않게 오일을 함께 바른 후 부드러운 잠옷으로 갈아입고

시원한 물 한잔을 마시는 것.

이것이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자, 나에게 힐링을 선물하는 시간이다.

행복한 호텔 스테이 하기에 안성맞춤인 모든 것이 내 캐리어에 들어있다.

하얀 침구에 기대어 편한 잠옷 차림으로 아무 생각 없이

'와삭와삭'

과자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드라마를 보는 시간.

'팬츠 트렁크'라고 불리 우는 이 시간이 참 좋다.


핀란드 사람들이
행복지수 1위인 이유가
팬츠 트렁크라는
오직 자신만의 위한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은, 팬츠 트렁크 시간.


'팬츠 트렁크: 혼자서 편안한 옷차림으로 맛있는 것과 주류를 곁들이는 시간'


이 말에 공감했다.


비행이라는 특성상 브리핑의 시작부터 업무 중 그리고 도착 때까지 한순간도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되기에.

샌프란시스코까지 9시간 46분 비행시간.

비행 출발 전 브리핑 시간 1시간.

유니폼을 입고 출근하는 시간 1시간 30분.

총 12시간 16분 동안 긴장을 하고 있었던 내 몸과 마음에 '쉼'을 준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지만, 더 격렬히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


라는 생각이 머리에 가득 찰 때는 이 생각을 충실하게 행동으로 이행한다.


나는 이 '팬츠 트렁크'라는 시간을 통해 긴장했던 나의 몸과 마음에 '여유'를 선물로 준다.

그렇게 나는 또 에너지를 채우고, 힘을 얻는다.



돌이켜보니 12년 동안
행복하게 비행을 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사진: 비행하고, 글 쓰는 행복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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