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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나뉘는 승무원의 비행 기록

12년 동안 나도 SNS도 변했다.

나의 삶을 SNS로 나누자면, 싸이월드 시대, 카카오스토리 시대, 인스타그램 시대로 나 수 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26살까지의 시대를 싸이월드가 유행을 했다면 그다음 등장하게 된 카카오스토리는 나의 27살과 31살까지 그리고 인스타그램이 32살과 지금까지를 유행하고 있다. 물론 요즘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가 있지만 나는 인스타그램을 자주 이용했기에 인스타그램을 적었다.


갓 비행하던 시절의 추억이 싸이월드에 담겨 있었다. 신입 승무원이 되어 처음 유니폼을 입은 사진부터 처음 취리히 비행으로 간 리기산에서 핑크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비현실적인 스위스의 모습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속 나는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막내 승무원 시절 화장실 체크 듀티 때 깜빡 잊고 휴지를 적게 탑재하고 장거리 비행을 가느라 팀장님께 비행기 꼬리가 땅에 닿을 때까지 혼났던 기억과 미주 입국 시 작성하는 리쿼 리스트가 어려워 몇 번이고 선배님에게 배웠던 기억이 난다. 일에 미숙했던 눈물의 시간은 세계 여러 나라의 찬란한 순간들과 맛있는 음식들로 위로를 받았다.


카카오스토리 시대에는 난 비행한 지 5년이 지난 중간 시니어가 되었다. 이때엔 중간 시니어다운 마인드로 비행을 즐기는 게시물이 많았다. 또한 상위 클래스 교육을 받으며, 상위 클래스 서비스에 대해 배웠다. 퍼스트 클래스에서 받은 최고의 서비스라는 고객의 칭찬에 세상 모든 걸 가진 행복을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수많은 노력이 보상을 받듯 진급을 했다. 처음 직급에 맞는 업무의 미숙함이 찾아왔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진다는 것을 과거의 경험을 통해 배웠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나는 내 직급에 맞는 업무를 칭찬받으며 수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대학원 석사과정에 입학을 했고. 비행과 학업을 병행하며 잠 못 자는 시간을 지나 결국 그토록 꿈꾸던 졸업을 했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 바로 지금 남편이 된 남자와의 연애를 시작한 것. 설렘에 잠 못 이룬 날들과 비행 도착 후 그곳이 어디든 그에게 연락을 하면 1분 만에 답이 왔다. 승무원 직업의 특성상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한 요소인데, 그는 결혼 전에도 결혼 후에도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또 어느 날은 선후배 관계로 고민을 하고 있으면 어느새 비슷한 사례를 극복한 글을 찾아와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 사랑이 좋았다. 그와 함께라면 불확실한 인생에 정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렇게 수많은 이유로 결혼을 결심했다. 홍콩 빛나는 야경이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무릎 꿇고 반지를 건네며 결혼하자는 그의 모습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축하를 받았던 결혼식과 카리브해가 눈부신 칸쿤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던 기록이 카카오스토리에 담겨있다. 그 후에도 그와 함께 전 세계를 다녔다. 라스베이거스, 발리, 칸쿤, 방콕, 파리, 뉴욕 수많은 곳을 께했다. 


빛나는 시간 뒤 어둠의 시간도 찾아왔다. 무리하게 진급 시험 준비, 논문 작성, 영어자격 업그레이드, 비행과 여행을 함께하다 보니 몸에 무리가 왔다.  귀가 빠질 듯 아팠고 대상포진이 뇌신경에 생겨서 왼쪽 얼굴에 안면마비가 왔다. 망의 시간과 인생의 회의감이 함께 찾아왔다. 무엇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는지에 대한 의구심, 건강이 뒷받침되어주지 않는다면 그 무엇도 무의미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그렇게 처음으로 6개월 동안 비행을 쉬고, 건강을 회복했다.


그리고 드디어 지금. 인스타그램 시대.

이 시대엔 내가 12년 차가 되어 시니어 승무원이 되었다. 그리고 또다시 진급을 했다. 팀장님 다음으로 부팀장을 맡아야 하는 부담감에 발리로 가는 비행기에서 서비스 시간을 제외하고 화장실에서 계속 토했던 날을 기억한다. 잘하고 싶은 부담감을 내려놓으니 마음은 편안해졌고, 일도 익숙해졌다. 감사하게도 좋은 팀장님을 만났고, 많은 걸 배웠다.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대형 기종에서는 모든 존을 어떻게 관리면 좋은지에 대해서, 어떻게 하면 팀원들과 조화롭게 일을 협력해서 할 수 있는지, 혹여 팀원이 실수를 하면 어떤 식으로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서 배웠다. 비행기 이례상황에서 대처하는 법부터, 나보다 직급은 낮지만 사번은 높은 선배들을 대하는 법까지 고민하고 우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대학원 박사과정에 들어왔고, 또다시 잠 못 자는 시간을 지나 이제 어느새 논문 학기만을 남겨두다. 얼마 전 동기와의 통화가 기억에 남는다. 그녀는 나에게 혼자서 3인분의 인생을 살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문득 얼마 전 보았던 어바웃 타임이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예전부터 좋아했던 영화인데, 오랜만에 시간을 내어 차분히 보았다.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주인공이 나와 펼쳐지는 이야기인데, 인생을 살아가며 삶의 시간대가 변하는 과정이 담겨있다.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과정들과 부모님과의 이별 등이 지금의 내 상황과 닮아 보면서 많이 웃기도 울기도 하였다. 영화가 끝나고 가슴에 남은 대사가 있었다.


매일매일 사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이 멋진 여행을 만끽하는 것


이라는 대였다.

이 대사가 좋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영화를 통해 다시금 잊고 있던 삶의 유한함을 깨달았다.


사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삶의 유한함이 체감됐다.

 유한함 삶에서
어떠한 삶을 살 것인가
 생각해본다.

사랑하는 승무원이라는 직업.
사랑하는 가족.
사랑하는 글 쓰는 시간.
더 나은 방향을 도모하는 학업까지

모든 걸 잘할 수는 없지만
SNS에 담겨 있는 나의 인생이 말한다.

지금처럼만
지치지 않고,
 차근차근해낸다면
내가 꿈꾸던 미래와
만나게 되지 않을까

과거의 꿈꾸던 미래에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것처럼.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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