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행크스 <오토라는 남자>
오토라는 남자? 제목을 보자마자 떠오른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스웨덴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장편소설 <오베라는 남자>를 원작으로 한 하네스 홀름 감독의 <오베라는 남자>입니다. 비슷한 영화인가 싶었는데, 영화가 시작되면 <오베라는 남자>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극강의 까칠함으로 무장한 스웨덴 할아버지 오베를 미국 할아버지 오토는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하기도 했는데요. 오토 역의 톰 행크스가 연기파 배우이니만큼 기대하는 마음이 커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포스트에서도 두 배우의 모습은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는데요. 오베 할아버지는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극강의 까칠함을 보여주는 모습이고, 오토 할아버지는 까칠하지만 왠지 모르게 슬픔이 깃든 모습으로 보여집니다.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누구보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내고 있는 오토의 삶을 보여줍니다.
매일 매일 동네 순찰을 시작으로 하루를 시작하며, 재활용품 분리수거부터 주차까지 규칙에 어긋나는 일을 용납하지 못하는 오토는 꼰대라는 소리를 듣는 할아버지입니다. 오토는 친절함과는 거리가 머~~언 할아버지로 아내와 사별한 후 혼자 살고 있습니다. 동네에 친한 친구가 있었지만, 어느 순간 사이가 틀어져 지금은 만나지도 않습니다.
몇 십 년을 다니던 직장을 퇴직한 오토, 스스로 퇴사를 결정했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뿐입니다. 그렇게 은퇴를 하게 된 오토는 삶을 정리하려 합니다. 인생 최악의 순간에 만나 최고의 행복을 느끼게 해 준 아내를 떠나보낸 슬픔을 감당하지 못한 오토는 주변을 정리하고 옷을 차려입은 다음 자살을 시도합니다.
그런데 하필 그때, 앞집으로 이사 오는 사람들이 오토의 심기를 거슬리게 만듭니다. 후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앞집 남자를 그냥 지켜볼 수가 없었던 오토는 잔소리를 퍼부은 후, 한 번 만에 완벽하게 주차를 해결해 줍니다. 앞집 여자 마리솔이 감사 인사를 전하며 나눠준 음식을 먹은 오토는 다시 자살을 시도하는데요. 타이밍도 기가 막히게 또 다시 마리솔 부부가 찾아옵니다. 그날 이후에도 여러 번 자살을 시도하지만, 그때마다 앞집 사람들 때문에 실패로 끝나고 맙니다. 환영처럼 나타난 아내 또한 계속 살아가라는 말을 전합니다.
아버지를 떠나보낸 후, 할 일을 찾지 못해 군 입대를 선택하지만, 선천적 심장 이상 탓에 군대조차 가지 못합니다. 절망감에 빠진 오토 앞에 나타난 한 여자, 바로 오토가 온 마음으로 사랑하고 또 사랑했던 아내 소냐입니다. 하지만 출산을 앞두고 떠난 여행에서 사고로 아기를 잃고 소냐는 걸을 수 없게 됩니다. 가장 행복한 순간에 찾아온 불행, 그럼에도 함께 라서 상처를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아내 소냐와 영원한 이별을 하기 전까지는...,
아내 소냐를 암으로 떠나보내고 직장마저 잃고 난 후,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오토, 스스로 삶을 마감하려 한 오토 앞에 나타난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앞집으로 이사 온 마리솔 가족입니다. 마리솔은 오토의 까칠함은 아랑곳하지 않고 필요한 것이나 부탁할 일이 있을 때마다 오토를 찾아옵니다. 한번쯤은 거절할 만도 하지만, 오토는 툴툴대면서도 마리솔의 부탁을 모두 들어줍니다. 데이트를 하러 나가는 마리솔 부부의 아이들을 돌봐주기도 하고, 마리솔에게 운전을 가르쳐 주고, 아내와 가던 단골 카페에 함께 가기도 합니다.
따스한 정을 나누며 그 누구보다 가까운 이웃이 된 오토와 마리솔, 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아버지와 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세상 모든 것들에 겹겹이 쌓아 올리던 오토의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은 마리솔이 곁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길고양이를 집으로 들이고, 집에서 쫓겨나 갈 곳 없는 아내의 제자에게 방을 내주고, 절연한 채 살아가던 친구에게 화해의 손을 먼저 내밀 수 있었습니다.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한 순간에 나타나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 준 아내 소냐, 하지만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한 순간에 아기를 잃고 아내가 걸을 수 없게 되는 최악의 순간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아내를 잃고 직장마저 잃고 난 후,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오토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 의미를 찾아갑니다. 누구보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오토, 언젠가 이별을 마주할 그 날을 위해 마리솔에게 써 놓은 오토의 편지는 뭉클한 감동을 전해줍니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어 주는 존재, 오토에겐 마리솔은 그런 존재였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가장 최악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최고의 이웃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극강의 까칠함을 장착했지만, 사실은 세상 그 누구보다 따뜻했던 <오토라는 남자>, 지금까지 꿈오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