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걸린 씨앗을 나오게 하는 마법같은 마법
나는 자기 최면의 힘을 믿는 편이다.
하지만 그게 잘 먹히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래도 급박할때는 기도도 하고, 내 몸과 마음에 최면을 건다.
일반적으로는 자기최면이란 단어보다는 '마인드 컨트롤'이 많이 쓰인다.
당신은 '마인드 컨트롤의 힘'을 믿는가?
마인드컨트롤(mind-control)이란 심리학적인 용어로 정신통제, 최면, 자기 암시 등을 의미하는 뜻으로 쓰인다. 스스로 자신의 생각과 행동, 감정, 마음 등을 절제하고 조절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영어로 마인드컨트롤은 실제 그런 뜻이 아니라고 한다. 사실 그 뜻에 맞는 적절한 어휘는 셀프 컨트롤이라고 따로 있다. 실제로 마인드 컨트롤이란 최면을 걸거나 어떠한 특별한 능력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을 마음대로 조종한다는 무서운 뜻이라고 한다.
어젯밤의 일이다.
친구네 집에서 과일을 먹었다. 리치라는 요상괴릇하게 생긴 녀석은 두꺼운 껍질을 어렵게 벗기면, 큰 씨앗을 품고 있는 흰색 젤리같은 말캉한 부분을 먹는 과일이다. 친구는 " 난 씨앗도 씹어먹는다? 고소해~" 말하며 아그작아그작 먹고 있었다. "오, 나도 먹어볼까?"
오도독..오도드득..
켁....
입안에서 부셔진 씨앗의 조각 중 하나가 오른쪽 목구멍 중간에 걸렸다. 따갑다.
기침을 했다. 기침은 목에 무언가 이물질이 걸렸을때 나오게 하려는 몸의 자동반사반응 아니던가? 하지만 아무리 해도 나오지 않고, 꿈쩍도 하지 않는다. 기침 후에 뱉은 침에서 피가 살짝 비치기 시작했다..
119에 전화를 걸어서 응급처치 방법을 물어볼까?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등을 두드리며 더 세게 기침을 했는데도 그대로이다. 목에 가시 걸렸을 때 엄마가 어떻게 해줬었지? 밥을 더 먹으라고 했던거 같은데. 뭔가 두툼하고 무거운게 밀면서 눌러 내려가게 할 거라는...증빙되지 않은 이론이지만서도..... 냉장고를 뒤적거려 밤식빵을 찾아냈다. 밤을 뜯어서 먹으려다가 혹시나하여 네이버 검색을 해 보았다.
금물행동임에도 불구하고, 어릴적엔 엄마가 시킨대로 밥으로 내려보낸 나는 지금껏 잘 살아남아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하지 않아야겠다. 더 깊숙히 박히게 될 수도 있고, 이 자극으로 염증을 일으킬 수 있고, 이 염증은 천공을 만들 수 있고... 더 무서운 내용에 갑자기 오싹해 졌다.
만약, 보이지 않는 곳 즉 식도로 넘어가 박혀있다면, 가능한 빨리 '상부위장관내시경'으로 확인해야합니다. 식도에 이물이 박혀있다면, 염증으로 진행된 후, 식도 천공, 즉 구멍이 날 수 있습니다. 천공이 나면 패혈증으로 쉽게 빠질 수 있으므로 순식간에 위험해 질 수 있습니다.
(https://nydaddy.tistory.com/ 이비인후과전문의)
나는 집었던 밤식빵 한 조각을 내려놓고, 다시 기침을 하고 물을 마셨다.
그 사이 친구는 서울다산콜센터 120에 전화를 하니 119에 물어보라고해서 119에서는 가까운 병원 리스트와 연락처를 안내 해 주었다.
병원은 정말 잘 안가는 사람인데...얼마나 응급상황의 환자들이 많을텐데, 나는 숨도 쉴 수 있고 피가 막 나는 것도 아닌데 굳이 가야할까?
우선 30분만 더 지켜보기로 했다. 식도가 따갑고 아팠고, 아까 친구가 두들겨 준 등이 아팠다. 솜방망이같이 살살 두들겼는데 이렇게 아픈걸 보면 아마 내 몸이 굉장히 경직되어 있었나보다.
벌컥벌컥 들이마시다보니 마실 물이 똑 떨어졌다. 친구가 편의점으로 나가고 나 혼자 방에 남았다. 방법을 바꿔보기로 했다.
우선, 침대에 누워 내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려고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기도를 했다.
"하느님, 저에게 제 몸을 컨트롤 할 수 있는 힘을 주세요."
그리고, 나의 가슴과 배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면서 나한테 말했다. 속으로 깊이 들으라고 말했다.
"내 몸은 내 말대로 될 것이다. 이제 씨앗은 천천히 내려올거다. 내 몸 속 그 어느 한 곳도 건드리지 않고 부드럽게 내려갈 것이다. 그리고 내일 아침 똥으로 나올거다."
편하게 앉아서 손으로는 계속해서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내 아이가 배가 아플때 만져주었던 것처럼..
"자, 이제 서서히 내려간다. 어디도 상처나지 않게 아주 조용히 살살.. 내 친구가 도착하면 나는 물을 한 잔 마실거야. 그걸 마시면 완전히 내려가는거다."
갑자기, 목구멍에서 뭔가가 쓱 올라와서 혓바닥에 앉았다. 뭐지?
그렇다!! 문제의 리치 씨앗의 조각이다!!
전혀 아프지도, 헛구역질도, 침 한방울도 없이, 아무런 전조증상없이 요녀석만 쏙 올라왔다.
마치 고요한 호숫가를 바라보고 있는데 물 속에서 수면위로 아주 작은 편지가 담긴 유리병이 뽁 하고 올라오는 순간과 같았다고 할까?
그리고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하나도 아프지 않고 신기함에 내 두 눈만 휘둥그레 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감사기도를 드리고 친구가 돌아왔을때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믿지 않는 표정이다. 그치, 나도 정말 이상해!
'마인드 컨트롤의 힘을 믿나요?'
혹시 누군가가 어느 절박한 상황에서 나와 같은 자기최면을 시도하려고 한다면, 한가지 덧붙여야겠다. 내가 처한 상황에서 조언과 참고정보들은 다양하고 넘쳐났다. 그 중, 나는 단 두 가지 키워드만 생각했다. '연동운동'과 '근육이완' 그건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거지. (응급실이 해 줄 순 없는거다.) 이 두 가지만 생각하면서 나에게 최면을 걸었다. 내 몸의 모든 구석구석, 장기, 피부, 근육들은 뇌가 조종하는거니까, 나는 나의 뇌를 조종하기 위해서 가만히 생각만 하면 된다. 사실 아주 쉽다.
돈도 들지 않고, 누구에게 부탁하지 않아도 되고, 어디에서나 언제나 할 수 있는 자기 최면- 마인드 컨트롤을 해 보길 권한다. 단, 반드시 차분하게 집중해야 효과가 있다.
그리고, 기억하고 있어야 할 또 한 가지 "그래도 안되면 어쩔 수 없고" 의 마인드!
기적 같은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 당신에게도!
(대표이미지 by rudall30/Shuttersto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