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어렵다는 아이에게 엄마가
-5학년 아들 : "엄마, 나 오늘 수학 수행평가했는데.. 17개 틀렸어."
-엄마: "몇 문제중에서?"
-아들: "21문제"
-엄마: 그럼 4개는 맞은거네. 괜찮아. 수학은 알고 있는데도 아주 조금만 방심하거나 서두르면 틀리게되더라고.. 그치? 틀린문제들은 이제 알게 됐어? 왜 틀렸었는지?
-아들: 응. 하나는 더하기를 빼기로 봐서 틀렸고, 다른건......이건이렇고 저건저렇고. (다 이유가 있다)
-엄마: 그럼 됐어. 그 17문제는 이제 다 너꺼가 된거야. 너가 알게됐으니 이제 맞은거나 다름없어. 다음에 또 나오면 안틀리고 맞을 수 있자나.
엄마가 전에도 말했던 것처럼, 틀린 문제는 왜 틀렸는지를 알면 그때 맞은거야. 그래서 괜찮아. 하지만 왜 틀렸는지 모른체로 그냥 넘어가버리면 틀린 거고, 다음에도 틀리게될거야.
-아들: 근데 ㅇㅇ는 한 개 틀리고 다 맞았어. 학원에서 다 했던거라 너무 쉽대.
-엄마: 너가 아주 잘하고 있어. 강민아, 학교는 배우러 가는거야. 잘하기 때문에 가는게 아니고. 그래서 너는 잘 배우고 있는거야. 엄마한테는 그렇게 보여.
누가 몇개 맞고 틀렸고, 몇등이고를 너와 비교할 필요가 없어.
-아들: 비교 안해. 걔네들은 내가 아니잖아.
-엄마: 그렇지. 모두 상황이 다른거 알자나. 미리 학원이나 집에서 공부하고 오는 친구도 있고, 노트 정리를 열심히 해서 기억을 잘하는 친구도 있고, 하기싫은 친구도 있고.
각자 좋아하는 과목도 있고 더 잘하게되기도 하고 졸리기도 한 수업들이 다 다르자나. 너는 체육이랑 음악을 좋아한다고 했지? 요즘도 그러니? 더 좋아진 과목이나 싫은 과목 있어?
-아들: 체육이 제일 좋고, 수학은 싫은건 아닌데.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하고. 어려울때도 있고, 쉬울 때도 있어. 그리고 ㅇㅇ는 사회랑 국어가 좋대.
-엄마: 그렇구나. 너랑 가장 친한 친구도 좋아하는게 다르네? 너가 알고 있는 것처럼 모두가 각자 다 다른사람이라서 그래. 엄마랑 아빠도 좋아하는 게 다르잖아.
-아들: 그치. 엄마는 꽃을 좋아하고 아빠는 담배를 좋아하고. 엄마는 붕어빵을 좋아하고 아빠는 콜라를 좋아하고. ㅋㅋㅋ
-엄마: 강민아, 학교는 왜 다니는 것 같아?
-아들: 친구들이랑 놀러 가는거지! 여러가지 재미없는거 배우러 가는거고. 난 살면서 필요한 걸 배우는 건 재밌고 좋은데, 별로 필요없는건 재미가 없어.
-엄마: 그렇구나. 우리 강민이는 학교 가는걸 무지 좋아하더라. 재미가 없는걸 배우는데도 하루도 안 빠지고 가는거야?
-아들: 수업이 재미없어도, 선생님이 이상해도, 교장선생님이 이상해도 아무 상관없어. 친구들만 있으면. 내 친구들이 있으니까 학교가 재밌고 좋은거야.
-엄마: 와 정말 매일이 재밌겠다. 엄마도 학교 다닐때 친구들이랑 놀았던 것만 기억나. 수학문제 이런건 기억이 안나네? ㅎㅎㅎ
있잖아. 그런건 있어. 사람은 학교를 다니면서 점점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알아가고, 다양하게 골고루 배우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점점 더 멋진 사람으로 커가는거야. 엄마도 그랬고, 아빠도 그랬지.
그래서 너는 학교를 아주 잘 다니고 있는거야.
17개 틀렸다고 말해도 너가 너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너가 엄마는 아주 자랑스러워!
기억하고 싶어서 적어두었던 이 메모가 세 달 전이였다. 그 후에 강민이는 어느 날 멋진 말을 남겼다.
-아들: 엄마, 나 수업시간에 ㅇㅇ랑 좀 떠들고 선생님 말 안들을때도 있거든?
근데 수학시간에는 맨 앞에 앉아서 절대 안 떠들고 선생님만 본다?
-엄마: 그래? 우와~ 수학시간에만 그러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
-아들: 내가 잘 모르니까, 초집중해서 선생님 설명 잘 들을려구. 그래야 이해가 돼.
-엄마: 너 멋지다! 그럼 요즘 수학이 좋아졌어?
-아들: 아니, 안 좋아해. 해야되니까
-엄마: 안 좋아하는데도 해야 되서 열심히 한다니, 너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수학 배우는 건 어때?
-아들: 응. 쉬워. 근데 모르는것도 있어. 근데, 그럼 선생님한테 물어보고 아님 ㅇㅇ한테도 물어봐. 걔는 학원에서 다 배웠대. 그래서 잘 가르쳐줘. 하나도 안 창피해! 모르는건 당연한거니까!
-엄마: 우리 아들, 너무 대견해! 아고~기특한 우리 아들~(머리 쓰담쓰담, 허그로 꽈악~ 안아주기^^)
2주 전, 담임 선생님과의 면담에서 이 이야기를 해 드렸다. (잘 표현하지 않는 성격이라 선생님은 강민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
-담임 선생님: " 정말요? 저는 강민이가 수학을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그런줄 알았죠. 손도 자주 들고, 앞에 나와서 칠판에 문제풀이 과정 쓰는것도 좋아하거든요. 전혀 몰랐어요~. 안 좋아하는데도 그랬다니..
내 아이에 대해서 엄마는 가장 잘 알기도, 가장 잘 모르기도 하다.
많은 이야기와 사소한 부분에 감동해 주고, 칭찬 해 주면 아이는 어느새 단단하게 쑥 자라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