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
Für Günter
고요히 귄터를 애도하는 기간을 갖고 있다. 귄터는 떠들썩한 장례식을 원하지 않았고 아주 조용히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평생의 소박한 삶이 마지막까지 그랬다.
우리는 그와 헤어지게 될 날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받아들이기 힘든걸보면 사실은 믿지 않고 있었던 것 같다. Iri와 나는 이 깊은 슬픔을 표면으로 끌어올리지 않기로 했다. 아름다운 추억을 빛 속에 담으며 보내주기로 했다.
그와 나눈 이야기들, 한여름날의 아이스크림, 차를 타고 10키로를 달려간 곳에 놓아준 치즈 창고에서 잡힌 생쥐, 루치와 강민이가 물놀이하던 호수, 기차타러 갈때면 주머니에 넣어주던 사과, 크리스마켓에서 호호불며 먹던 군밤, 겨울산책길에 따먹은 수정고드름, 일요일아침에만 먹는 반숙계란, 맛이없는데도 좋아해준 내가끓인 미역국과 불은 신라면, 온동네 가게들을 데리고 다니며 자랑스럽게 소개하던 마을장터날, 수퍼에서강민이가 집은 장난감을 나몰래 사주고는 둘이손잡고 도망가던 늦은 오후, 암진단 소식을 듣고 달려가 터질듯 껴안고 울었던 아침, 밤새 두통에 시달리다가 뒷마당 해먹에 누워 해맑게 웃던 이른아침의 귄터…
그 모든 순간이 눈부시게 그립다..
Friede sei mit dir.